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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한솔 Oct 14. 2023

<창덕궁> 힐링 탐방기 2편

희정당 ~ 대조전 ~ 성정각 ~ 낙선재

<창덕궁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 창덕궁> 책 읽고 창덕궁 탐방하기


https://brunch.co.kr/@greatpine7/125


1편에서는 창덕궁의 정전 인정전과 편전 선정전, 그리고 의외의 예상 못한 숨겨진 볼거리 궐내각사의 매력을 만끽했던 탐방이었다. 아래서 전할 2편에서는, 가지 수는 적지만 굵직굵직한 전각들을 본 소감을 전하도록 하겠다.







5. 희정당 : 서양식 모습의 편전

선정전 동쪽의, '화평하고 즐거운 정치'를 뜻하는 희정당은 왕의 침전으로 지었다가, 기존 편전인 선정전이 상대적으로 협소해 순조 때부터는 편전으로 사용되었다. 즉 왕이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머무른 곳이다.


희정당은 딱 보는 순간 서양식 현관 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책에서 여기 현관에 순종의 리무진 승용차의 사진을 보았는데 이색적이더라. 1917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20년에 복구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복원하면서 이 같은 외관상 변화가 있었다.

복원과정에서 내부도 마찬가지로 변화가 큰데, 카펫과 유리 창문, 샹들리에 등 서양식의 모습을 하고 있다. 100년이나 전 인테리어 치고는 촌스럽지가 않더라. 덕수궁에서나 서양식 모습을 볼 줄 알았는데 창덕궁 곳곳에서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많은 정치적 논의가 오 갔을 장소라 그런지 오묘한 감정이 들더라. 아래서 나올 전각들도 그런 편이지만, 가운데 본 건물을 중심으로 사방 둘레가 모두 전각으로 연결돼 둘러싸여 있다 보니 아늑한 느낌을 줘 좋더라.


대조전과도 좌우 행각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상 있더라. 기대감을 앉고 곧장 들어갔다.



6. 대조전 : 왕비의 침전


창덕궁의 정식 침전으로 부속건물이었던 흥복헌에서 경술국치가 결정되었던 비극적 장소다. 희정당과 마찬가지로 화재 소실 후 1920년에 복원될 때 양 옆의 날개채와 뒤편의 경훈각 등이 서로 통하도록 복도와 행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또한 내부는 서양식으로 개조됐다.


서양식 문물, 무량각 지붕과 잡상, 그리고 수라간

희정당처럼 사방으로 건물이 연결돼 있어 그 공간이 사람들이 많았어도 고요하게 느껴졌고 마음의 평안을 느끼게 해주는 분위기였다. 또한, 내부는 당시 현대식인 서양식으로 꾸며져 있어 왕비가 생활하기 편리했을 것 같았고, 월대 양 옆의 전등 시설도 볼거리였다.


 이와 함께 무량각 지붕도 돋보였다. 영역 자체가 광대해 디테일하게 하나하나 살피기가 힘들었던 인정전 탐방에서는 잘 인지 못했는데 이 아늑한 영역의 대조전에서는 지붕 위 장식, '잡상'이 잘 보였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등 서유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형상인데 관련 내용은 도서를 참조해 주시기 바란다.

또한 대조전 서쪽에 작은 부엌, 수라간이 있다. 내부를 들어갈 수는 없어 창문으로 안을 봐 보니, 우리가 드라마에서 본 그 모습과는 딴판인 서양식 인테리어로 된 현대식 부엌이었다. 순종과 순정효황후의 식사를 장만하기 위해 지어진 이 수라간은, 창덕궁의 다른 서양식 문물의 모습처럼 100년 전 모습 같이 안 보이고 한 30년 전 정도로 보일 정도로 크게 이질감 없이 비교적 세련돼 보였다.


경훈각

수라간 골목을 지나 대조전 뒤편에는 경훈각이 있다. 경치가 훈훈하다는 뜻에 걸맞은 영역으로, 대조전에 딸린 별채처럼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본래 2층짜리였단다. 1층을 경훈각 2층을 징굉루라 불렀는데, 1917년 화재로 불탄 뒤 1층만 복원되었다. 2층에서 창덕궁의 사방 경관을 내려다보았다면, 굉장했을 것인데 단층으로 복원돼 너무나도 아쉬웠다.


아름다운 뒤뜰과 화계 경관


 1편에 궐내각사와 금천교 통로 일대를 경관이 있었다면, 2편에서는 대조전 뒤뜰과 그 화계의 경관이 있었다.

 화계에는 학과 사슴 문양이 새겨진 굴뚝, 후원으로 나가는 홍예를 튼 추앙문과 천장문도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참 멋졌다. 계단을 올라 문을 통과해 후원까지. 최고의 힐링 산책길이다.



7. 성정각 : 동궁(왕세자의  거처)

희정당의 동편에는, 성정각이 있었고 거기서 떨어진 후원 가는 우측 편에 육각누각인 삼삼와, 칠분서, 승화루 그리고 그 가운데 넓은 길에 큰 건물인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중희당이 있었다. 이를 통틀어 동궁 영역이었다.

성정각은 세자의 공부방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왕가의 내의원으로 쓰였다고 한다. 여기서 공부하면 딱 이겠더라. 몸체와 날개체가 분리된 공간의 모습이라 전망 좋은 몸체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중간중간에 휴식을 취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좌) 성정각 남쪽의 '조화어약' 현판이 걸린 전각  /   (우) 성정각 북쪽에 있는 관물헌

성정각의 남쪽 두 개의 건물에는 조화어약, 보호성궁이라는 쓰인 현판이 걸려있다. 모두 임금의 옥체를 위해 좋은 약을 짓는다는 뜻이며, 건물 앞에 도서에 있는 사진을 통해 먼저 확인한 약절구도 보았다. 이곳이 잠시 내의원으로 쓰였음을 말해 주는 모습들이겠다.

성정각 뒤에는 계단 위로 관물헌이 있다. 관물은 사물을 관찰한다는 뜻으로, 임금과 세자가 공부하는 장소로 사용했단다. 성정각이 홀로 공부하기 좋은 장소였다면, 이곳은 평평하게 옆으로 긴 모습의 전각이라 누군가와 함께 스터디그룹을 하기에 좋아 보였다. 여기는 뒤뜰의 풍경이 일품이다. 담장과 그 너머로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라 잡념을 잊게 되는, 힐링의 장소였다.


 후원 옆길에서 잘 보이는 삼삼와, 그 옆의 칠분서와 승화루는 복도로 연결되어 서고와 도서실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들어가 볼 수는 없어 후원 가는 길에서 잠시 바라보았는데, 육각누각인 삼삼와는 확실히 그 존재감이 뛰어나더라.



8. 낙선재 일원 : 조선 왕실의 후손들이 생을 마감한 곳

헌종이 1847년 서재 겸 사랑채로 지은 낙선재와 이듬해 지은 석복헌, 수강재를 하나의 권역으로 낙선재 일원이라 부른다. 석복헌은 헌종이 후궁 경빈을 위해 지은 처소, 즉 안사랑채의 역할을 했다. 수강재는 어린 왕을 대신해 나랏일을 돌본 헌종의 할머니인 순원왕후의 처소로 사용되었다. '수강'은 오래 살고 건강하다는 의미.

이곳 영역의 전각들은 단청을 입히지 않았으며 창호, 담장, 굴뚝 등에 다양한 문양을 더한 특징이 있다.


낙선재
석복헌과 수강재

형형색색 휘황찬란한 단청 입힌 궁궐 내 수많은 전각들을 보는 것보다, 낙선재처럼 단청과 창틀과 그 주변부를 하얗게 둔 그런 전각들이 더 좋더라. 낙선재 영역에서와 같이 단아한 모습의 전각을 보면 자연이 어우러 있지 않음에도 그걸 보는 그 자체 만으로도 마음의 정화와 힐링이 된다. 진짜 좋더라.


이 좋은 공간에서 순종의 비 순정효황후가 1966년까지, 영친왕의 비 이방자 여사와 고종의 막내딸 덕혜옹주가 1989년까지 머무른 곳으로 황족이 마지막으로 머문 궁궐 내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친왕 입장에서는 어머니와 아내, 여동생이 머물렀던 곳. 좋지 않은 몸과 여러 가지 시대적 상황으로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이들이, 그나마도 낙선재에서 마지막 생애를 보낸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낙선재 뒤뜰 경관

대조전 뒤뜰과 화계를 앞서 극찬한 바 있는데, 낙선재 뒤뜰이 더 좋았다. 나는 너무 좋은 공간이면 굳이 코멘트를 길게 달지 않는다. 창덕궁과 서울의 모든 궁궐 통틀어서도 손꼽을 만한, 아름다운 지점이다.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화계와 담 너머로 상량정과 한정당, 취한정 등 전각도 있다. 모습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경복궁의 운현궁과 같이 궁궐 속 작은 궁궐과 같은 그런 느낌을 이곳 낙선재 일원에서 받았다. 다음 편에서 다를 창덕궁의 보물, '후원'과는 다른 모습과 의미로 낙선재 일원에서의 시간이 매우 행복했다.







경복궁과 마찬가지로 창덕궁도 그 영역이 매우 광대하다. 후원까지 하루에 모두 세세하게 둘러보려면 하루 꼬박, 대략적으로 둘러본다 해도 네다섯 시간은 걸릴 것이다. 하루에 다 보기보다는, 1~2편에서 다룬 일반 전각관람 코스와 후원 관람 코스를 나눠서 보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사실 그렇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기본 세 시간의 여유를 두고 탐방하셨으면 한다.


괜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 아니었다. 9시 입장시간 전 온라인 예매를 하지 않은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던 모습, 굉장히 생소했다. 평일인데도 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인파들이 입장 시간 전 줄지어 있는 광경이 연출되는 곳이 바로 창덕궁이다. 그런데 경복궁만큼 사람들이 북적북적 대지는 않는다. 경복궁은 알고 보면 모든 영역이 모두 매력이 있지만, 잘 모르고 가면 특정 지점에 사람들이 왕창 몰리는 경향이 있어 어떤 지점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창덕궁은 이러한 부분이 덜하다. 창덕궁은 특정 영역에 사람이 몰리기보다는 각각의 영역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모르고 봐도 모든 영역이 균등한 수준으로 아름다운 공간이란 말이다.


 전 영역이 훌륭하니, 초반에 힘을 너무 빼거나 집중하지 말고, 충분히 휴식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만끽하며 천천히 조금씩 탐방하시길 추천드린다. 마지막 3편에서는, 창덕궁의 보물, "후원" 탐방기를 나누도록 하겠다.


https://brunch.co.kr/@greatpine7/127





이런저런 이야기 다 하려면 끝이 없을 것이라, 창덕궁의 각 전각들에 대한 배경지식은 상당 부분 생략했다. 리플릿에 설명이 안 나와 있고, 누리집에도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는 만큼 창덕궁 탐방에 있어서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창덕궁> 도서를 읽고 가신다면 탐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양도성길을 가기 전에는,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인 저자의 도서 <한양도성으로 떠나는 힐링여행>를 한 번 보고 가시면 더 재미있는 탐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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