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팀장님은 아담한 체형입니다. 평범한 외모에 안경을 쓰셨고요, 책상 앞에 서서 보고를 하면 말 끝마다 "아~ 그랬구나!" 라면서 박자를 맞춥니다. 말로는 맞장구를 치면서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으십니다.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오타라도 발견하는 날에는 다시 해 오라고 벼락같이 소리를 안 지르세요.
"이선생, 이거 다시 해야겠어."
라고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팀장님이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팀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침이 마르도록 했더니 자기도 궁금하다면서 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다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 뒤로 남자친구와 함께 종종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리가 결혼한 뒤로는 더 늦게까지 놀다가 우리 집에서 주무시기도 했습니다. 팀장님인지 오빠인지 형인지 모르겠지만 그 모든 역할이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팀장님과 저는 입사동기입니다. 종합복지관으로 승격되면서 많은 직원이 새로 들어왔는데 그 안에 저와 팀장님이 있었으니까요. 사회재활팀 팀장님과 팀원으로 만난 우리는 기획팀으로 옮길 때에도 함께 세트처럼 보직이동해서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내내 팀장님은 한 분이셨습니다. 김 OO 팀장님~^^
제가 보는 팀장님은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특히 뛰어난 분이십니다. 배려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김팀장님은 '팔짱형 배려심'을 가지셨습니다.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유형이죠. 하지만 지적하고 리드해야 할 때를 정확하게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니 늘 입에 달고 사는 "아~ 그랬구나!"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나는 네가 왜 그랬는지 알고 있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봐." 정도로 들렸으니까요.
저는 일의 순서를 정하고 경중을 따져 이거 다음 저거, 저거 다음 그거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팀장님과 더 쿵짝이 더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한 후 팀장님에게 보고를 합니다. 잘 안 되었거나 잘 되었다고요. 뒤처리는 팀장님의 몫이었습니다. 때론 곤란했고, 때론 뿌듯하셨겠지만 모든 감정이 "아~ 그랬구나!"로 귀결되었습니다.
한 번은 제가 '나도 팀장님 같은 팀장이 되고 싶다'라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딱 잘라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너무 깐깐해서 팀원들을 들들 볶을 거라고요. 조금 당황하기도 했고 맞는 말씀이라 부정할 수도 없었지만 중요한 건 그전에 퇴사를 해서 증명할 기회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태까지 팀장님은 좋은 팀장님으로 저는 일 잘하는 깐깐한 팀원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퇴사한 후 팀장님도 다른 기관으로 옮기셨고, 저도 일하는 분야가 달라지면서 각자의 직함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팀장님과 이선생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한 번은 팀장님에게 전화를 해서.
거기서 뭐 하세요?
일하지.
그럼 저는 팀장님을 뭐라고 불러야 해요?
나?
네.
그냥 팀장님으로 불러.
팀장님 아니잖아요?
너한테는 팀장님이야.
이런 연유로 한 번 팀장은 영원한 팀장으로 낙착되었습니다. 그 통화에서 저는 팀장님에게 고마웠다고 인사를 했더니 "얘가 왜 이래?" 라면서 '이선생' 대신 '얘'로 불렸습니다. 매우 어색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 번 팀원은 영원한 팀원이니 이선생으로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팀장님과 이선생이 될 것입니다.
'두 배로 사'라는 제목은 저의 딸아이가 의사, 변호사, 판사가 좋은 직업이라면 사회복지사는 '사'가 두 번이나 들어가므로 두 배는 더 좋은 직업이라고 하면서 사회복지사 엄마에게 지어준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