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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허물인생 27화

허물인생(27)

새로운 국면

by 강도르


사람들 속에서

유독 2011년은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학군단 동기들, 후배들 그리고 동아리 사람들,

군대로 떠났던 친구들도 모두 복학을 했었기 때문에 유독 만나야 할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심심찮게 사람들을 만날 일도 많았고, 사람을 만나는 만큼 사건들도 많았다.


내 주변의 사람 5명이 내 수준을 정한다고 했었던가?


복학을 했던 친구들과 졸업을 앞둔 나의 관점은 많이 달랐다.


복학을 한 친구들에게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친구는 좀처럼 없었다.


억압되어 있던 군대 생활을 했던 탓일까?


미래의 준비라기보다는, 보통은 연애에 관련된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군대의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초급간부들의 흉을 보면서 너는 이렇게 하지 마라는 설교를 늘어놓는 일이 많았고, 나는 미래에도 우리가 친구로 있으려면 우리가 앞가림을 잘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물론 결이 다른 이야기가 섞일 수 없었듯이, 나는 조금씩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2011년은 그야말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즐겨했다.


특히나 게임을 좋아하던 내 친구들은 이 게임을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친구들이 좋아하기도 했고, 나도 같이 즐겨볼까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친구들끼리 이 게임을 하면서 싸우는 일일 왕왕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정도를 넘는 발언들이 오가는 것을 보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친구들이 좋아하는 게임이었기에 옆에서 어떤 게임인지 설명을 듣거나 게임을 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듣는 것은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었다.


게임은 총 10명의 플레이어가 5:5로 진영을 정한 후에 각자의 위치에서 거점을 잡은 후 상대편의 거점을 점령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탑, 미드, 바텀이라는 3개의 거점에 각각 타워라는 방어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이 타워를 중심으로


미니언이라는 병졸들이 각 진영을 향해 돌격을 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챔피언이라는 영웅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공격해 오는 미니언들과 상대편 챔피언들을 상대로 성장을 하여, 타워를 점령하게 되면 각 진영의 전세가 우위에 올라가게 된다.


각자가 각각의 위치에서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고, 자신의 역할에 집중을 하면서도, 여유가 있을 때는 아군을 도와서 불리한 전세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게임의 중점 요소였던 것 같다.


말을 들어보면, 스포츠와 다를 게 없었다.


평소에 농구를 즐겨했던 나는 여기에서 싸울 요소가 있었던가?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내가 농구를 처음 했을 때 내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비난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비일비재하게 다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게임의 인기는 승승장구해서 더더 퍼져나갔고,

심지어 서로 알지 못하던 내 친구들끼리도 만나게 되어, 내 고등학교 친구들과 대학교 친구들끼리도 서로 친해지게 되는 역할을 하였다.


게임으로 하나 되는 세상이라...


감탄을 금치 못했지만, 결코 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게임을 하면서도 싸우는 일들이 자주 있었고, 게임을 할 때는 즐거워 보였지만

서로를 탓하며, 독이 차올라서 비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눈뜨고는 볼 수가 없어서


심지어, 도대체 게임에 이렇게까지 열을 내면서까지 싸우냐는 질문에는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랭게임이 장난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된 말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전쟁터 같았던 롤의 세계에서 눈을 돌렸다.


때마침 그 해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가 발매한 해이기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최소한의 존중과 배려가 되는 학군단 동기들과의 팀전은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게임을 잘하고 못하고 우열을 나누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우선적으로 보내는 것이 중점이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게임을 즐기면서도 플래티넘 등급까지 갈 수 있었다.


거기다가 친구들도 롤로 소외되고 있던 나와 함께하기 위해 종종 같이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기도 해서 굳이 내가 롤을 찾아서 할 일은 없었다.


​이때만 해도 나는 이 게임과의 인연은 1년 안에 사라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할 때


친구들과는 항상 함께하고 싶었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을 따를 수 없었다.


고향의 친구들은 학업이나 더 좋은 직장보다는 빠르게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먼저 취업이라는 세계로 발을 들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정말로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고, 어느 순간 씁쓸함이 밀려들어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항상 친구들과 함께이고 싶었다.


집에서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커왔던 게 아니라 집을 떠나고 싶어 했으며, 다른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을 찾아다녔기 때문에 나에게 친구들은 각별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더 좋은 모습으로 좋은 장소에서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싶은 것이 나의 욕심이었다.


나만이 잘 된다거나, 나만이 잘되지 않을 경우 내적인 나의 심적 변화로 인하여 새로운 위기를 맞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에 내가 잘 된다면, 나보다는 친구들이 더 잘 되었으면 했고, 친구들이 나보다 잘 되는 경우가 있었다면, 반드시 그 친구만큼은 따라잡아서 부끄럽지 않은 친구가 되고 싶었다.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이제 친구들은 서서히 다른 각도로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현실이라는 벽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현실은 때때로 모두에게 나타나지 않아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언제가 되었던 좋았고, 즐거웠지만, 종종 뒷맛을 알 수 없는 씁쓸함을 가져왔다.


그러던 와중에 대학교에 다니는 친한 친구와 친한 후배는 나와 함께 같은 길을 걸어주겠다며 미래를 약속했다.


마음이 든든했다. 그저 친구들과 다른 방향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나는 친구 따라 강남 가기를 싫어했지만 그들이 나를 따라 강남을 간다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순수하게 그들의 심사숙고한 결과 나와 같은 길을 걷겠다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만나는 자리와 시간은 더더욱 기다려졌다.


이미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고향 친구들도 소중했지만 아무래도 약간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을 보더라도 우린 고향이 같으니까, 안식처에서, 내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울타리 너머의 세상으로


친구들과 지내는 마지막 대학 생활은 너무나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재회가 있었기에, 이별이 있다고 했던가

이별은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울타리 밖의 세상을 나가기 위해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었다.


임관과 졸업이라는 두 개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임관을 하기 위해서는 졸업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했고, 졸업을 위해서는 졸업논문을 작성해야만 했다.

학업에 충실했던 날들이 아니라 생각보다 거대한 관문으로 다가왔다.

일을 쌓아둔 만큼 걱정거리도 쌓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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