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행복하다 답했어
2부. 행복은 미루지 않기로 해
치앙마이 대학교 내 블루커피(Blue coffee at Agriculture CMU)는 치앙마이에 방문할 때마다 빠뜨리지 않을 만한 장소이다. 너른 캠퍼스를 걷는 낭만도 있고, 농업대학 앞 펼쳐진 옥수수 밭 너머 하늘이 통째로 올려다 보여 가슴이 뻥 뚫린다, 인기가 많은 카페라고 하던데 역시 평일임에도 현지 대학생들로 실내외 할 것 없이 빈자리가 없었다. 때마침 딱 한자리가 비어 총총 달려가 자리를 잡았다. 시그니처 블루커피와 진짜 고구마처럼 생긴 고구마빵을 주문했다, 농업대학과 어울리는 디저트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끈하게 데워 나온 빵이 너무 맛있어서 나는 아이에게 양보하는 마음으로 조그맣게 한 입만 먹었다. 역시나 아이는 너무 맛있다며 눈이 동그래져서는 하나 더 사달란다. 추가 주문은 직접 도전해 보라고 현금을 쥐어준 후 sweet potato bread만 기억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성공의 브이(V)를 보이며 자리로 돌아온다.
“여기 직원도 너무 친절해. 뭐라고 엄청 설명해 줬어.”
고구마 빵을 빠르게 하나 더 해치운 뒤 아이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핀다.
“엄마는 책 보고 있을게. 너는 나갔다 와도 돼.”
아이는 휴대폰과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며칠 전 선물로 받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챙겨 밖으로 나가 햇살이 좋은 쪽으로 걷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지 고개를 까딱까딱하고 몸을 들썩대며 교정을 둘러본다. 자유로운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을 한 장 남겼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즐기고 있는 이 순간을 더 아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한 순간은 이렇게 사진으로 글로 남겨두고 기억하려고 노력하자고, 분명하게 행복의 한 장면으로 만들자고 생각했다. 덕분에 그때 그 모습이 여전히 선명하다.
아이는 쪼르르 달려와 야외 자리가 생겨 자리를 잡아뒀다고 얼른 나오란다. 야외 자리에는 캠핑 의자가 놓여있었고 나는 눕듯이 기대어 앉았다. 읽던 책을 덮어두고 하늘을 한참 바라보다 눈을 감고 바람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갑자기 ‘와, 살 것 같다’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여전히 음악을 듣고 있다. 외국이라 그런지 아이는 좀 더 자주 춤을 춘다.
아이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
“나는 여유롭게 아빠 엄마랑 게임하고 TV 같이 보는 거, 걱정이나 부담이 없는 거, 아빠 엄마 사랑이 느껴질 때 행복해.”
벌써 걱정이나 부담이 있다는 것이 짠하지만, 아이의 행복이 예상보다 너무나 가까이 있는 일상이라는 사실이 애틋하다. 일요일 저녁마다 끌어안고 <1박 2일>을 보면서 아이는 매번 행복했을 거라는 사실이 고마웠다. 소박한 행복을 말해줘서, 내가 대단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함께 하는 일상이 행복이라서 고마웠다.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 나에게 물어보고 답을 듣는다. ‘나는 매일 루틴을 챙길 때, 새로운 것을 할 때 행복을 얻어.’ 여행지야말로 내가 행복을 얻기 딱 좋은 장소였다는 것을 알아냈다.
오늘 너의 행복과 나의 행복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