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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ul 12. 2021

잠이 오지 않는 밤

 밤 11시의 바닷가. 모래사장에 꽂힌 '입수금지' 깃발을 살짝 흔들 만큼 옅은 바람이 분다. 모처럼 시원하길 바랐지만 미풍으로 켜놓은 선풍기 정도의 선선함만 느껴질 뿐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 오늘은 초콜릿이 먹고 싶어 지는 날처럼 일 년에 한두 번 찾아올까 말까 한 특별한 날이다. 바닷가를 걷는다고 해서 특별히 잠이 잘 오는 것은 아니지만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무언가에 홀린 듯 자연스럽게 이곳을 걷곤 한다. 일요일 밤이라 한적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바닷가엔 인파가 넘쳐났다. 여기저기 검은 밤을 수놓는 노랗고 하얀 민박집의 조명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밤도 나처럼 아직 잠들지 않고 있었다.

 검게 출렁이는 바다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계속 걷는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발걸음이 멈춘 모래사장의 끄트머리. 가로등마저 눈을 감아버린 이곳에서 나는 철제 난간에 대충 몸을 기대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모래사장의 중간에서는 폭죽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터지고 있다. 대여섯 발 정도가 터졌으니 이제 저 폭죽은 머지않아 빛을 다할 것이다. 마치 오늘의 밤처럼.

 핸드폰 메모장에 무언가를 써본다.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간단한 서술. 의미 없이 머릿속에서 계속 나열되는 어떤 느낌들. 나는 지금 이런 소소한 것을 기록해봄으로써 단순함이 주는 희열을 느끼고 있다. 오늘 잠이 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전에 친구네 카페를 방문하면서 마신 커피 두 잔 때문일 수도 있고, 좀처럼 차가움을 허락하지 않는 열대야 때문일 수도 있다. 뭐 이유가 무엇이든 사실 크게 의미는 없다. 사실을 깨닫는다고 해서 지금 내가 잠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한숨을 크게 내쉬어 본다. 오늘따라 마스크 너머로 느껴지는 밤공기가 유난히 축축하다. 

 밤 열두 시가 다 되어감에도 바닷가 도로엔 차들이 쉼 없이 지나다니고 있다. 잠들지 못하고 겉도는 자동차의 불빛을 보고 있으니, 지금의 내 모습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 가슴이 조금 답답해진다. 잠깐 동안이라도 모든 것이 멈추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쏴아-'하는 소리를 내는 파도가 이내 나의 투정을 깨부순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늘은 이상하게 별이 보이지 않는다. 감상에 젖어 몇 가지 생각을 더 꺼내어볼까 하다가 이내 그만두기로 한다. 다시 바람이 분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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