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아침이다.
강물의 가장자리는 얼어있고
소나무 잎새에 성글게 내린 서리가
아직 선명한 빛을 내뿜고 있지만
그래도 내겐 선선한 아침이다.
내가 이다지도 시린 풍경을
선선하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더한 나날들을
이 자리에서 버텨냈기 때문이다.
잠깐만 꺼내놓아도
찬 공기에 피부가 아려
두 손을 내어놓지 못한 날이 있었다.
새벽에 내린 눈이 발목까지 쌓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던 날도 있었다.
그리고 두꺼운 신발 속에서
몇 개의 발가락들이 얼어붙어
부은 발을 부여잡고
잔뜩 움츠러든 날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저 춥기만 한 이런 날은
내게 더 이상 곤란도, 슬픔도 되지 못한다.
강한 자극을 겪고 나면,
적당한 것은 그저 평범함이 되는 것일까?
오늘 내가 느끼는 설움이
그저 그런 것이라고 느껴지는 걸 보면
과거의 나는 꽤 시린 날을 보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