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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Feb 18. 2024

무지개가 떴다 15

여성 축구, 이래서 해봐야 된다.

다이어트


이쯤 되면 축구를 시작하게 된 나의 목적인 다이어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름을 지나고, 미친 듯이 뛸 수밖에 없던 경기들 몇 번을 해내고 나니 몸무게가 확확 빠져나갔다. 애초부터 땀 한 방울 흘리는 경험을 하기가 어려웠던 나인데 여름날 훈련이나 경기를 하고 나면 수건으로 땀을 닦는 게 일일 정도였다. 신기했던 건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 겨울에도 땀 때문에 모든 옷을 적셔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축구를 하기 전과 비교해서 8kg 감량에 성공!!(초안을 쓸 때는 7kg 감량이었는데 원고를 써 내려가는 사이 1kg이 추가로 더 빠졌다) 작년 여름과 확연히 달라진 팔뚝살과 허리와 허벅지 사이즈 한층 가벼워진 몸으로 운동장을 누비고 있다. 이 점은 우리 동네 엄마들에게 한 마디라도 건네보는 데 굉장한 효과가 있는데, 커뮤니티가 작은 우리 동네의 특성상 몇 년씩 나를 봐왔던 엄마들,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살 빠지기 전과 후가 이렇게 명확하게 보이는데 (좀 웃기지만)‘망설일 거야??’라는 말을 던지기 좋은 몸이 되었다. 나의 살 빠짐 덕분에 축구단에 들어온 회원님은 아직은 없지만..


체력도 확실하게 좋아졌는데, 얼마 전 좋은 기회로 참여한 스트레칭 및 회복 훈련 강의에서 몇몇 동작들을 해보며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좋아진 자세로 훨씬 긴 시간을 버티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축구는 전신운동이라더니 축구를 하며 나도 모르게 전신운동이 진짜 된 건지 코어 힘이 진짜 생긴 건지 아무튼 플랭크자세가 아주 좋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자세 쫌 괜찮은 우리

얼마나 좋나. 내가 운동해서 체력도 좋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체지방이 줄어드는데. 너무나 큰 만족감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망설이고 있는 단 한 명이 있다면 끝까지 쫓아가서(집착은 아님) 영입해오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도 축구 입문의 계기가 다이어트였던 지라 살 빼야 되는데 어떤 운동을 할까 고민하는 여성들이 축구를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지개 회담, 무지개WFC 회원들의 축구 이야기


회원들과 축구와 무지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명 '무지개 회담'. 각자가 축구하며 느낀 변화와 무지개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열혈 훈련을 마 어느 금요일 저녁, 근처의 편의점으로 이동해서 그동안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영진

저는 이미 여러 가지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축구는 워낙 많이 뛰는 운동이라 살이 빠질 거라는 기대감으로 축구를 시작했어요. 막상 시작해 보니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운동 중에 제일 재미있는 운동이에요. 공동체 활동처럼 다 같이 한다는 것과 공을 다루는 게 내 생각대로 잘 되지 않지만 하면 할수록 실력이 늘어가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우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서로의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느끼는 것과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참 좋아요. 무지개는 너무 좋아서 자꾸만 만나고 싶고 늘 만나고 싶어요. 제 삶에 생동감을 느끼게 해 주었고요, 아이를 키우며 나이도 들고 침대 위를 제일 좋아하는데 수요일, 금요일 축구하는 날에는 훈련 시간이 되기 한참 전부터 준비를 마칠 만큼 기다려지는 시간이에요.


산하

아이의 입학식 날 강당에 앉아있는데 옆에 있던 은혜언니가 전단지를 건네주었어요. “축구해 볼 생각 없어요?” 마침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을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던 와중에 같이 운동을 하자는 제안이 반가웠어요.

양평으로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일이 좀 버겁게 느껴졌는데, 아는 얼굴이 있으니 마음 한켠 안심이 되는 점도 있었고요. 축구는 팀스포츠라서 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시련과 성취를 반복하면서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감각이 생활에 큰 활력이 되고요. 나의 기량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좋아요. 축구를 하면서 우리가 점점 하나의 팀이 되어가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을 땐 벅찬 기분이 들기도 해요.


소영

막내아들이 축구를 하고 있어요. 그동안 연습 상대로 공을 차긴 했지만 잘 못하니까 아들에게 잔소리를 들으니 귀찮고 재미가 없었거든요. 영아언니의 소개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운동을 좋아하지만 적극적으로 해본 건 처음이라 초반에는 용어나 움직임을 잘 몰랐었어요. 그런데 배우면서 해보니까 경기를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거예요. 국가대표 경기를 볼 때도 우리가 배웠던 기술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저렇게 쓰이는 걸 우리에게 알려주신 거구나 느껴졌어요.

무지개에 처음 다녀와서 신난 마음에 장비부터 사자 싶어 폭풍검색을 했는데요, 남편은 제가 워낙 저질 체력인 걸 아니까 몇 번 나가고 안 나가겠지 싶었나봐요. 좀 해보고 그 때 사라고 말리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축구에 미쳤다고 얘기할 정도예요. 수요일, 금요일은 외식도 못하지 우리 가족의 취미인 캠핑과 낚시도 잘 못 가게 되어 삐져있는 상태네요. 지난 3년 간 낚시를 취미로 미친 듯이 낚시만 했었는데 축구를 시작하고 취미도 바뀌어버렸어요. 하하. 막내아들 선묵이는 축구를 시작할 때 그동안 모은 용돈으로 축구화를 사주면서 저를 응원해 주었어요. 열심히 해보라고요. 무지개 훈련도 같이 가면서 적극적으로 서포터를 해주고 있답니다.

저는 무지개에서 처음 축구를 시작했는데 회원들 간에 선한 경쟁심이 생긴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언니, 동생들이 실력이 느는 걸 보면서 저절로 감탄하게 되고 질투심이 아닌 응원하게 되는 거 같아요. 아마도 같이 성장하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아내, 엄마, 아줌마가 아닌 진짜 저를 찾은 기분이에요!


다윤

결혼하고 살이 많이 쪄서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축구를 하고 있는 남편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20살 이후로 뛰어본 적이 없어서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점점 체력이 좋아져서 즐거움을 느꼈어요. 무지개는 저에게 따수운 자극제예요. 출산한 지 4개월이 지나고 운동을 하는데 내 몸이 맞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저보다 엄마로 이미 시간을 쌓아온 언니들이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모습, 모습들이 저에게 큰 자극이 되요. 게다가 연습을 나갈 때마다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참 따숩습니다. 올 해에는 함께 성장하고 합을 잘 맞춰서 시합에 나가 1등을 꼭 하고 싶습니다.(다윤이는 4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다. 추운 겨울 100일 지난 아이 엄마가 입단한다고 해서 우리가 말렸을 정도였는데 축구 열정은 안 말려진다. 못 말려!!)


효운

태희랑 종분언니가 축구를 권유했던 어느 날 결심하게 되었는데, 축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딱 하나 끌렸던 건 아이들이랑 같이 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동호회는 예전에 직장 다니면서만 해봐서 오랜만에 하는 동호회라 처음에는 설렘이 있었고 혹해서 들어왔다가 못 나가고 있네요. 초반에는 강상면까지 가야 했어서 너무 힘들었고 친목이 없었기 때문에 이게 동호회인가 싶었을 정도로 재미를 못 느꼈는데,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수, 금요일에는 꼭 가야 된다고 해서 계속 끌려서 나오다 보니 어느새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게 되었어요. 축구를 시작해 보니 동네에 좋은 엄마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어요. 열정적이야, 술도 잘 마셔, 공도 잘 차, 밤도 잘 새. 이런 엄마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고 남편들도 잘 서포트해 줘 단합이 잘 되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나 여성축구 하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할 때는 소속감이 들어 뿌듯함도 느껴요. 무지개는 회원들이 다들 참 좋은데요. 화합도 잘 되고 서로 배려심이 있기 때문에 편안해요. 우리는 전혀 뒷담화를 하지 않아요. 아, 새로운 형식의 뒷담화는 한다! 그 사람이 없을 때 칭찬을 합니다. 앞에서는 칭찬하지 않아요. 뒷칭찬인가? 이런 대화가 새롭고, 친목을 위한 대화이다 보니까 그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그래서 축구를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정란

소희의 권유도 있었지만 골때녀를 보면서부터 축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긴 했었어요. 개군에 여성축구단이 있다는 것도 듣긴 했지만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시작을 못 하고 있다가 계주 연습이 끝나고 훈련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체력에는 나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많이 힘들고 전술 등 생각도, 공부도 해야 하는 스포츠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연습하는 만큼 내 실력이 나온다는 게 절실히 느껴지기도 하고요. 무지개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만큼 긍정의 끝이라 느껴지는데요, 이 안에서 더욱 재미있게 같이 축구하고 싶어요.


세영

소희가 한동안 몇 번씩 얘기를 했었는데 그동안에도 운동을 한다거나 뭔가를 배워보고 싶었어요. 어느 날 축구?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구경삼아 나가봤는데 갑자기 운동장에서 같이 뛰어보게 되었고, 그 순간과 집에 가는 길의 기분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처음에는 공놀이라고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총회에도 참석하고 단체가 만들어져 가는 과정 속에서 공놀이 이상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에 오면 누구 아내, 누구 엄마가 아닌 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소속감과 여기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느낌 때문에 운동하는 게 참 좋아요. 무지개는 무지개다워서 좋아요. 한 명 한 명 다 각자의 느낌이 다르면서 어울릴 수 있다는 그 느낌이 좋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오래오래 같이 하면 좋겠어요.


영아

수자언니와 친해지게 되면서 같이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들의 친구 엄마들이라 그동안은 누구누구 엄마로 서로를 알고 있다가 운동을 시작한 날 서로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죠. 제가 입단할 시기에 여러 명이 같이 입단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지만 나만 빼고 다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3개월쯤 됐을 때 엄청 하기가 싫었어요. 나는 체력, 실력 다 안되는데 저 사람들은 왜 저리 잘하지? 나는 왜 저렇게 안되지?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지? 하며 스트레스도 받고 다른 운동을 찾아보고 했었는데 마침 회원 몇 분과 러닝을 하게 되면서 그 시기를 잘 넘겼던 것 같아요. 무지개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각자 매력도 많아요. 그만큼 각자의 역할도 있고요. 축구에서의 역할도 있지만 집단에서의 역할도 다 갖고 있어요. 연령대가 다양해서 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이렇게 골고루 모였을까 싶을 정도인데 모난 사람이 없는 것도 신기해요. 집단에서 특히 여자들만 모인 집단에서 트러블 없이 유지하기 어렵잖아요. 다들 같은 마음으로 무지개에 임하는 것 같아요. 각자의 뚜렷한 색이 예쁘지만 그 색깔들이 모였을 때 더 아름답고, 흔히 볼 수 없는 무지개처럼 우리의 무지개 또한 그런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축구단의 이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해요.

어쩌다 보니 부상을 당해서 쉬고 있는데 축구하는 날은 잠깐이라도 가서 시간을 보내고 와요. 가봤자 훈련도 못하고 딱히 할 것도 없어요. 솔직히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요. 그래도 계속 나가는 이유는 지금 안 나가면 이대로 쭉 안 나갈까 봐 축구를 놓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저는 양평으로 이사 온 지 7년이 되었는데 축구단을 시작하고 나니 비로소 내가 진짜 개군에 살고 있구나, 내가 개군에 소속되어 있구나 생각이 들어 개군에 대한 애정도 조금 더 생겼어요. 다른 회원들의 열정과 욕심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 팀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저에 대한 걱정이 생겼는데 가뜩이나 부족한 실력인데 따라잡을 수 있을까? 저들은 열정과 진심으로 열의를 다하는데 재미로만 하고 있는 내가 팀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죠. 아무래도 단체 운동이기 때문에 팀이 발전하는 만큼 나도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요. 재미도 좋지만 실력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맞는 것 같고 실력이 늘면 재미도 배가 될 것 같고요. 그래서 요즘 속이 많이 시끄럽고 생각이 많아졌지만 정답은 없는 것 같아서 일단 꾸준히 해보려고요.


소희

그동안 운동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막상 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란희언니가 몇 개월 동안 만날 때마다 같이 축구해 보자고 말씀하셨던 데다 신랑도 한 번 해보라고 권유했기에 시작하기까지 좀 오래 걸렸지만 결국은 시작하게 되었네요. 처음에 운동장에 나가봤는데 아는 언니들이 일단 있다 보니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지만 최대한 어색해도 밝게 하려고 할 수 있었고, 언니들이 많이 환대해 줬기 때문에 거기서 너무 좋았어요. 하면 할수록 내 일상에서 축구가 자리를 잡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정을 소홀히 하게 될 정도로요. 신랑도 저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말리지 못한다고 해요. 너무 진심이라서 이 마음이 꾸준히 가면 좋겠어요. 사실 중간에 슬럼프가 2번 정도 왔었는데 먼저 연락도 해주고 챙겨주는 언니들이 있어 언니들 보고 힘을 얻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저는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 성격이 좀 바뀐 것 같아요. 전에는 집에 손님이 오는 걸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축구하는 날 손님이 오는 게 싫게 느껴지더라고요. 축구하러 나가야 하니까요. 이제는 축구가 우선이 된 것 같아요. 무지개는 또 다른 나를 알게 해 줬어요. 내가 엄마로 사는 게 아니라 김소희로 나 다움을 느끼며 내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수정

제 이야기는 2편에 나오긴 했는데 무지개는 저에게 인생의 제2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활동적인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사람 만날 일이 너무 없었어요. 축구는 많은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운동이고 활동적인걸 좋아하고 말도 많이 해야 하는 제 성격이랑도 잘 맞는 운동이에요. 코로나가 유행일 때 양평에 이사를 왔었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양평을 떠날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요, 다른 이유도 있지만 무지개에서 축구를 하며 그 생각이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예요. 또, 저희 집엔 몇 년간 TV가 없었는데 축구를 보기 위해 TV도 샀어요! 그만큼 축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건강하고 재밌게 축구하고 싶어요.



이 사람들 정말~~~~~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다! 축구를 통해 연결되어 모이게 된 우리는 무지개라는 운동장 안에서 서로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알아가며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지개 회담에 참여하지 못한 회원님들도 많지만 언젠가 시작될 '무지개가 떴다-성장기'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여성 축구 동호회, 이렇게 해야 재밌다


1. 번개 축구

축구를 같이 하자고 번개를 제안하는 것도 처음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날이 참 축구하기 좋은 날이라 축구가 너무 하고 싶은데 어찌하랴. 혼자서 할 수는 없으니 용기를 내어 톡방에 올려봤다. 내향형 인간이라 같이 뭔가를 하자고 제안하는 일이 나에겐 참 큰 일인데 축구라면 그것도 극복할 수 있나 보다. 기다렸다는 듯 '저 참석요', '저요!' 답이 주루룩 올라오는데 다들 축구하고 싶어 꿈틀거리고 있었는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운동장이다. 날 좋은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오후에 축구하고 싶은 사람끼리 모여 이전 훈련 때 배웠던 내용을 복습하고 역시나 함께 나온 아이들과 함께 미니게임을 하고 헤어진다.


특히 밴드에 올려져 있는 우리의 훈련이나 경기 영상을 보다 보면 운동장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밴드에 올려진 훈련 영상을 보다가 '축구하러 뛰쳐나가고 싶네 ㅋㅋㅋㅋㅋ'라는 댓글을 달았더니 갑자기 감독님이 급 등장! 먼저 번개를 제안!!! 하셨다. 우하하하하. 아무래도 무지개에 스며든 것 같은 감독님께 회원 가입 권유를 해야 하나. 이제는 가끔 감독님들도 합류하게 된 번개 축구의 매력!(2023 송년회 이후 우리 박태환감독님의 친구이자 함께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준재감독님도 우리의 감독님이 되었다. 무려 골키퍼 출신! 박준재감독님은 이미 무지개에 스며들었다고 스스로 인증하셨다.)


2. 축구 경기 단체 관람

우리는 가끔 양평FC 경기를 관람하러 양평종합운동장엘 나가고,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기 위해 우리의 사랑방 치킨집에 모이곤 한다. 가정을 꾸리고 있는 유부녀가 많은 우리 축구단의 특성상 이런 기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훈련 하는 날에는 축구 얘기를 할 시간도 서로의 얘기를 할 시간도 여유도 없이 열심히 연습만 하기 마련이라 축구 경기를 같이 볼 때면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술도 한 잔 기울이며 우리만의 이야기가 깊어져간다. 올 해에도 여러 경기를 보러 함께 다닐 예정이다.


3. 나들이

아이의 엄마들이 많은 우리 축구단의 특성상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들이는 어른들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끼리의 관계 형성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깜깜한 밤, 엄마들이 축구할 때 어두운 놀이터에서 놀거나 레포츠공원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놀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재미있는 일들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때때로 등산을 가거나 썰매장을 가는 등 아이들을 위한 나들이를 추진하곤 한다.

우리 동네 제일 높은 산 추읍산 정산 등반에 성공했다. 얼음썰매는 너무 따수운 날 가서 제대로 못타고 돌아와 결국 축구를 했다.


특히 올 해에는 새해 첫 일출을 같이 보자는 야심 찬 계획으로 산에 올라 일출을 감상하려고 했지만 전전날 폭설과 전날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우리의 터전인 레포츠공원으로 장소를 변경해서 해뜨기 전부터 감독님들까지 같이 모였다. 짙은 안개 때문에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단체사진도 찍고 떡국도 먹었다. 결국엔 2시간 이상의 번개 축구로 이어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처럼 우리의 마무리는 결국은 축구다.

안개 자욱한 레포츠공원에서 일출의 느낌을 받고 마을회관에서 주는 떡국을 먹으러 갔다.


다음 편 예고

무지개가 떴다 16. 우리 동네 축구단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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