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고도 나는 여전히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난다.
회사에 출근하든, 재택근무를 하든, 그 시간은 변하지 않았다.
출근하는 날이면 7시 10분에는 집을 나서야 9시까지 시흥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다.
재택 하는 날에는 6시 30분에 일어나 운동을 나간다.
퇴사 후 시작한 러닝 앱 운동은 벌써 다섯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5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고 다음 목표는 10km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다.
그날은 수요일이었다.
7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고, 다시 눕다가는 하루가 그냥 지날 것 같아 눈만 간신히 뜨고 밖으로 나왔다.
횡단보도를 건너 개천 쪽으로 걸어가는데, 출근길 사람들과 교복 입은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였다.
멀리서 니트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보였다. 단정하고 단아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아, 나도 회사 다닐 땐 저런 옷 좋아했는데.’
그러다 점점 가까워질 때쯤—
“어? 김 매니저님!”
익숙한 목소리.
회사에서 불리던 그 호칭이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왜 이쪽으로 와요?”
니트 원피스의 주인공은 예전 회사 동료였다.
다른 팀이었지만 인사도 나누고, 가끔 커피도 함께했던 사이.
“친정 엄마네 집에서 자고 지금 출근 중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아니, 저 멀리서부터 되게 건강해 보인다, 뭔가 후광이 나는 것 같아 눈길이 확 갔거든요?
가까이 오니까 매니저님이네?”
그녀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진짜 너무 좋아 보여요. 살도 빠지고… 얼굴이 환해졌어요. 진짜 ”
“나. 세수도 안 했는데요?”
“예전엔 좀… 굳어 있었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정말 달라요. 훨씬 건강하고 피부도 좋아 보여.
역시 퇴사하니까 그런가 봐요. 나도 퇴사하고 싶다~”
짧은 인사 후 각자의 길로 향했다.
나는 개천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생얼로 회사를 간 적이 없었다.
늘 단정하게, 흐트러짐 없이.
그렇게 꾸미고 다녔던 내가,
세수도 안 한 얼굴로 걷고 있는데
그녀는 그때보다 지금의 내가 더 ‘좋아 보인다’고 했다.
참 아이러니했다.
아마도 이게 에너지라는 것이 아닐까.
겉모습이 아닌, 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기운
그게 바뀐 것이 아닐까.
그날의 짧은 만남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이 틀리지 않았음을 조용히 확인시켜 준 순간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퇴사를 꿈꾸고,
나는 작은 회사에서 새로운 성장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