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았다
“그만두고 싶어요.”가 아니라 “그만둘게요.”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입사 후 처음으로 꺼낸 단어, ‘퇴사하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지난 15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26살에 입사해 41살까지.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키우며, 회사는 내 청춘과 함께 자라났다.
“어디 다니세요?”라는 질문엔 언제나 당당했지만,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 앞에서는 머뭇거렸다.
설명이 길어졌고, 자부심은 점점 사라졌다. 세 번이나 직무가 바뀌었지만, 나는 내 일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
MBTI에서는 사회생활에 맞지 않는 유형이 나왔다. ‘그런 내가 15년을 다녔다니, 기특하다’기보단, ‘안쓰럽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만큼 애썼고, 애썼던 만큼 지쳤다.
팀장은 내 퇴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런 팀장을 이해했다. 모든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었으니까.
사실 결심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쌓여온 감정이었다.
작은 스트레스와 불만이 차곡차곡 마음을 채우다 어느 날 그릇이 넘쳐버린 것이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감정들, 작은 상처들과 반복된 무력감이 나를 그만두게 했다.
퇴사는 준비된 결단이라기보다, 마음이 먼저 놓아버린 끈이었다.
여지를 주고, 생각해보라며 반복된 면담 끝에 나는 말했다. “그냥 제 마음이 그랬어요. 이제 그만하자..”
이 말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ps.
버스 기다리는 일....
이 앞에서 많은 감정이 들었다. 조마조마하기도 했고
스스로 화이팅 외치기도 했고
엄마, 그자식이! 하면서 전화통화를 했다.
다 회사를 잘다니고 싶어서 스스로를 다독였던 행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