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칠라노 비치(Kitsilano Beach)
저녁을 먹고 나니 시간이 좀 늦어졌다.
키칠라노 해변에서 보는 노을이 그렇게 예쁘다던데, 이러다 노을을 놓치는 건 아닐까.
주차장은 만석.
그냥 포기하고 가야 할까.
그때 우리 앞쪽에서 두 사람이 함께 주차장을 걸어오고 있었다.
"차 빼실 건가요?"
이곳에서는 사람이 사람에게 말을 거는 데 조금 덜 부담이 가는 것 같다. 그들은 웃으며 곧 나간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고 우리 차는 그 둘을 따라 후진으로 그들의 차가 있는 자리까지 갔다.
주차를 성공하고 급하게 해변으로 향했다.
와!
탄성이 나왔다.
넓게 펼쳐진 연푸른색 하늘색에 태양이 다채로운 색채를 더해 두었다.
이 날따라 파도는 왜 이렇게 거친지.
보통은 잔잔한 느낌의 바다라는데.
파도가 마치 사람들을 잡아먹을 듯 모래로 뛰어들었다.
(그 와중에도 그 물에 뛰어드는 캐나다 사람들은 정말 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색 빛도 점점 노란 필터를 써 가고
태양은 노골적으로 붉은빛을 힘껏 퍼뜨리기 시작했다.
해변을 따라 걸으며
태양의 무료 색채쇼를 한껏 감상했다.
파도가 마치 아주 거친 결을 가진 어떤 생물체 같았다.
질감 넘치는 이 사진이 아주 마음에 든다.
어떤 카메라보다도 더 아름답게 세상을 볼 수 있는 두 눈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생각했다.
시간은 벌써 여덟 시 반을 넘어
바다는 거칠고 날씨는 추워도
두려움 없이 바다에 힘껏 뛰어드는 사람과
라틴 음악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돗자리 위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사람들의 낭만을 보았다.
캐나다의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