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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혜영 May 04. 2024

질투를 이기는 힘


발자크는 말했다.
"질투하는 사람이 받는 고통은 그 어떤 고통보다 크다.
그는 두 사람분의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그 자신의 고통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행복에서 비롯된 고통이다. 질투심이 강한 사람은 종종 사람을 미워하기 시작해 해를 끼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하버드 철학 강의>, 하버드 공개 강의 연구회
('지혜로운 숲' 블로그에서 발췌)



살면서 내가 가장 질투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학창 시절, 예쁜 친구가 공부까지 잘하면 그건 그냥 넘사벽이니 질투할 대상도 아니었다. 금수저로 태어나 출발선이 다른 것 같이 느껴지는 상대를 만나면 부럽기는 했어도 그다지 질투심까지 생기진 않았다. 애당초 내게 주어진 복이 아니었으니까. 좀 더 일찍 취업을 하고 나보다 먼저 기반을 잡아가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더 열심히 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자기애가 충만하고 회복탄력성이 비교적 좋은 편이라 내 속을 끓이는 것들은 될 수 있는 한 멀리하고 안 보면 그만이었다. 내가 갖고 태어나지 않은 것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 가끔 부러운 이는 있었어도 내적 질투심까지 유발하진 않았는데... 나도 질투심이란 감정에 요동치는 인간이라는 걸, 나이 50에 가까워서야 알게 되었다.



가진 재능이 출중하지 않은 내가 이곳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웃 작가들 중 출간 소식을 알리는 글을 보며, '언젠간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출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었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던데, 빨리 가는 건 못해도 끝까지 남는 건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내게도 언젠간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런 상상만으로도 달콤했다.


그렇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년째 되는 해, 기적처럼 <제10회 브런치출판프로젝트>에서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을 땐, 정말 꿈만 같았다. 살면서 한 번쯤 찾아온다는 행운의 여신이 마침내 내게도 미소를 지어주시는 날이 오는구나! 공들인 것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지만 꿈이 현실이 될 때는 둘을 분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6개월이었다. 그런 행복감의 기한은.

로또에 당첨되어도 그 순간의 행복한 느낌이 유지되는 건 길어봐야 6개월이라더니, 딱 그 짝이었다. 책이 출간되고 판매 실적을 받아보기 시작하면서 수상작 선정의 기쁨과 행복감이 서서히 사그라들더니 '불만족'이란 놈이 천천히 그 자리를 차고 들었다.

날마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함께 선정된 다른 9인 수상작들의 판매지수를 무시로 살피고 있었다. 내 것만 보려 해도 연관되어 함께 뜨는 다른 수상작들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그냥 안 보고 말면 될 걸, 나답지 않게 매번 꼭 걸려들었다.


우리는 동종의 집단에더 시기심을 느낀다고 했던가. 기업인은 자신보다 더 성공한 기업가에게, 화가는 더 비싸게 팔리거나 유명한 작품을 창조해 낸 다른 화가에게, 작가는 짧은 기간 내에 몇 쇄에 달하는 책을 써낸 다른 작가에게 질투를 느낀다고.

다른 수상작들의 높은 판매지수를 보고 나면 기분이 좋지 않고 기운이 빠지며 보면서도 보기 싫어지는 마음. 그건 분명 '질투심'이었다.


카카오 브런치 측에서 마련한 수상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다른 수상 작가분이 출간 한 달여 만에 3쇄에 들어갔다는 말에 그날 먹은 스테이크가 내내 명치에 걸린 듯했다.


그렇게 두 어달 내 안에서 회오리치던 감정의 정체를 알고서야 겨우 원래의 나를 붙들 수 있었다.

언제 몇 쇄를 찍는 대작가가 되고 싶어 했던가? 내 브런치북을 선택해 준 출판사 편집자님이 '이번 생의 은인'이라며 감사했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더 빨리, 더 많이 팔리지 않는다고 야속해하다니. 욕심에서 비롯된 질투는 눈을 멀게 하고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몹쓸 녀석임이 틀림없었다.


브런치가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때의 나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여기 글 넘사벽으로 잘 쓰는 사람들 넘치도록 많은 거 알제? 그래도 왜 부족한 네게 기회를 줬게? 네가 잘 써서가 아니라 진짜 끝까지 쓸 사람인지 볼라꼬 기회를 줘 본기다.

명심해라. 지켜보고 있다."


끝까지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꿈. 이곳에서 글을 쓰는 동안은 매일 꿈을 이루며 사는 거라는 걸, 가끔 잊는다.

어느 광고 카피처럼 뭔가를 이룬다는 건(광고에서는 '성공'이라 불렀지만, 꼭 성공의 형태는 아닐 수도 있겠다)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한 개씩 쌓아나가는 거라는 것. 한 편, 한 편 공들여 쓴 글들이 차곡차곡 모여야 책이 되던, 삶의 나침반이 되던 한다는 사실을 다시 명심해야겠다.


블로거 '지혜로운 숲'님이 이끄시는 필사 모임에 참여한 지 13일째. 아무 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은 생명력을 잃은 삶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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