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 라고 불러주는 마지막 사람 (2)

미야의 방

by Mia


외할머니의 장례식에 내가 정성껏 챙긴 몇 가지가 있다.

할머니가 마지막까지 아끼던 맥심 커피믹스 한 봉.

내가 서울에서 내려갈 때마다 할머니가 “하나만 사올래?” 하시던 바나나우유.

그리고 ‘미야가 끝까지 함께할게’라는 문구를 써넣은 근조 화환.



작은 종이컵에 맥심을 풀어 반쯤 마시고,

남은 반은 그대로 두었다.


“우리 나눠 마시자.”

그렇게 말하던 기억이 선명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 컵에서 줄어들지 않았다.

할머니가 없는 세계에서는 나눠 마실 일도,

잔을 채울 일도 없으니까.






입관 때, 할머니는 참 평안한 얼굴을 하고 계셨다.

차갑게 식어 딱딱하게 굳은 손을 붙잡고,

나는 또 한 번 눈물을 삼켰다.

생전에 그렇게 보드랍고 따뜻하던 손,

내 손을 꼭 쥐며

“미야, 니 손이 이래 고와서 무슨 일을 할래”

하시던 그 손이,

이제는 아무 말도, 온기도 건네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손이 내 삶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는 것을.

그 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

영정사진을 든 것도, 할머니를 향해 인사를 올린 것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한 것도,

모두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큰외삼촌은 처음으로 내게

“사진은 네가 드는 게 맞겠다.”

라고 말했다.


그 말에 진심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내가 진심으로 그 일을 감당하고 싶었다는 거다.

할머니와의 약속이 있었으니까.

끝까지, 꼭 안고 가겠다고.






그토록 따뜻했던 손, 향기, 말투.

모든 것이 눈앞에서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사라지고 있었다.

불꽃도 연기도 없이,

마치 오래된 숨결이 조용히 바람에 흩어지듯.


나는 화장터 한 켠에 놓인 쇼파에 앉아 영정사진을 안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눈물조차 말라버린 듯한 얼굴로,

마지막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가슴은 미어졌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화구가 닫히는 순간까지 외할머니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지금, 할머니를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장례식이 끝난 뒤,

많은 사람들이 돌아갔지만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텅 빈 빈소 한 켠에 앉아

그 날의 모든 장면을 마음에 붙잡아 두었다.

지우고 싶지 않았다.

슬픔은 곧 사랑의 증거니까.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할머니, 나 이제 혼자야. 그치만 잘 살아볼게.

그러니까, 거기서도 꼭 지켜봐줘. 그리고 가끔…

내 꿈에라도 ‘미야~~’ 하고 불러줘.”







그날 이후

나는 다시 ‘미야’라고 불리는 날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 이름이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

나는 나를 다시 기억해낸다.

그 모든 사랑을,

그 모든 기억을.



그리고 기다려본다.

혹시나,

정말 혹시나

그 이름을 불러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올까봐.






《미야의 방》은

그런 이름의 방이다.

엄마와 할머니가 함께 불러주던 나의 이름.

사라졌지만 잊히지 않은,

지워지지 않아서 더 선명해진 이름.

그 이름 안에서

나는 다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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