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아마도 고등학교 때의 일이었을 것이다.
한 여름 낚시를 한다고 친구와 단 둘이서 어느 이름 모를 저수지에 낮아 낚시를 하고 있는데 함께 한 친구가 보이질 않았다. 상민은 친구를 찾아 나섰는데 아무리 불러도 답이 없었다. 그래서 멀리 갔나 보다고 생각을 하고 낚시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조금은 먼 곳에 큰 비닐하우스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친구 녀석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오이를 몇 개 들고 살금살금 나오고 있었다. 상민은 그쪽으로 달려갔고 친구 녀석의 뒤통수를 딱 하고 때렸다.
"야 이 미친놈아 여기서 뭐 하는 건데 낚시는 안 하고?"
"아이 좀 조용히 해라 들킬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는데 눈치 없는 것이 인간인가 상민은 눈치도 없이 더 큰 소리로 친구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뭐라고 하는 소린데 좀 더 크게 말해라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넌 낚시 안 하고 뭐하냐고?"
그때 누군가 상민과 친구의 목덜미를 탁 잡아들었다.
상민과 친구는 그 괴력에 못 이겨 두 발이 땅을 떠나 허공을 헤엄치고 있었다. 상민은 그런 속에서도 뒤로 돌아보며 따지듯 물었다.
"뭡니까? 아저씬 누군데 저희를 이렇게 들고 계신 건데요 내려 주세요 네에?"
"허허허 이놈들 도둑놈들이 말이 많아 일 년 농사를 우습게 보는 놈들은 혼이 좀 나야해"
상민은 영문도 모르고 아저씨를 바라만 보았고 함께 한 친구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상민은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이 친구가 한 동안 보이질 안더니 비닐하우스에서 오이 서리를 하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멍해졌다.
"아 그래 이놈들아 오이가 필요하면 말을 하면 줄 것인데 쥐새끼처럼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오이 밭을 엉망으로 만드냐?"
두 사람은 한쪽에 꿇어앉아 손을 들고 있었다. 상민은 좀 억울했지만 그래도 친구의 허물이니 하고 어깨가 저려오는 것을 느끼면서도 참으며 고개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한 놈은 아까 안 보이던데 망보고 있었냐?"
상민은 눈이 동그래져 아저씨를 바라보다 자기는 뭔 일인지 사실 모른다고 말을 하였다. 하지만 아저씨는 거짓말까지 한다고 느끼고는 상민을 더욱 다그쳤다.
"야 이놈아 잘 못했다고 하면 용서를 할 텐데 뭐가 어쩌고 어째?"
"아저씨 전 요 아래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다 친구가 안 보여 찾아 나섰다가 이렇게 잡힌 거예요 그리고 제가 망을 보고 있었다면 왜 큰소리를 쳤겠어요 그리고 제가 그랬다면 아니 제가 알고 있었다면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을 겁니다"
그때야 아저씨는 뭔가 알겠다는 듯 옆에 있는 친구 머리를 툭 때리더니 웃으셨다. 상민은 또 뭐가 잘 못된 것인가 하며 고개를 들어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놈아 아주 똘똘한 놈이군 자 일어나거라 누가 낚싯대 다 걷어 가면 어쩌겠냐. 하하하"
상민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친구 녀석은 아무 말 없이 고개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거 가지고 가서 먹어 이렇게 더울 때는 갈증 해소에 오이보다 좋은 것이 없지 그리고 먹고 싶으면 이 녀석아 주인을 찾아서 몇 개만 주십시오 그래 봐 누가 안 주나 자 가서 고기 많이들 잡아라"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친구 녀석의 머리를 어루만지셨다. 그리고 상민에게는 미소를 보였다.
"하하하 뭐시여 오이 서리라고라 허허 나가 살먼서 소리 고가 참말로 많이도 혔는디 말이여 오이는 그라고 해 본 적이 없어야"
"하하하 저도 과수원이 하나 있는데 동네 녀석들이 서리하러 오면 그냥 둡니다 어릴 적에 저도 그랬으니까요"
"나도 말이어라 옛날 수박 서리하다가 수박 들고 얼마나 뛰었는지 몰라야 하하하 그때 뛴 거리가 아마도 나가 살면서 그라고 많이 뛰어 본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여 울 동네에서 읍내 까정 뛰어 갔응께 고것이 아마도 40리는 족히 될 것이여 하하하"
"그래요 하긴 저희 나이에 서리하다 그렇게 안 뛰어 본 사람이 있습니까 하하하"
"모두 그랬어요 전 그때 한 번 해 보지도 못하고 잡혀 혼이 나고 나서는 아마도 그래서인지 서리는 한 번도 못해 봤네요"
"허허 그런 추억도 하나 없단 말이여 김 대리 세상 헛살았구먼 워뗘 이참에 나랑 서리 함 해 볼랑가"
"어디서요? 그리고 이 나이에 서리는 뭔... 하하하"
"아닙니다 우리 과수원에 지금 어머님 혼자 계신데 거기서 한번 해 보시죠 하하하 잡히면 저와 함께 한 것이니 아무 말씀이 없을 겁니다."
이건 또 뭔 소린가 나이가 어린 사람도 아니고 무슨 서리를 한단 말인가. 그리고 할머니께서 지키는 과수원을 하하하 상민은 생각 만해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저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기네 과수원으로 가자고 한다. 한 사장은 얼른 일어나라고 상민의 팔을 끌었다.
그렇게 과수원으로 갔고 한쪽에 줄을 서 있는 비닐하우스로 다가갔다. 누가 있나 두리번거리고 안으로 들어갔고 잘 익은 수박을 두통 따서는 들고뛰었다. 상민이 한 통을 들고 한 사장이 한 통을 들고 정신없이 뛰었다. 이런 기분이구나 하며 그 스릴을 느끼며 낚싯대가 있는 곳으로 왔고 그때야 비로소 숨을 돌리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세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정신없이 웃었다.
"하하하 워뗘 참말로 스릴 있제이 이 맛을 모르는 사람은 서리를 안 해 본 사람이여"
"그럼요 우리 때는 얼마나 이게 재미가 있었습니까 하하하"
"그라믄요 하하하 그라고 수박 서리하다 잡혀 수박 통을 머리에 쓰고 동네를 한 바퀴 돌기도 하였당께요. 월매나 쑥스럽던지 참말로 그 담 부텀은 그러지 말어야지 허면서도 또 하게 돼 더라니께요 하하하"
"그럼요 저두 그랬는걸요 하하하"
상민은 이렇다 할 말을 못 하였다. 상민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옛날이야기로만 알았던 것을 해 보았으니 그리고 그 수박이 또 얼마나 달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인심이 얼마나 사나운가 지나가다 딸기 하나 툭 따먹고는 하우스 한 동을 물어 줬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그런 그들의 하늘 위로 조각구름이 빙그레 웃으며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잔잔한 저수지 위로 상민의 찌가 한 사장의 찌가 조용히 바람을 만나 붕어 서리를 하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다. 담배를 피워 물고는 한 사장을 바라보았다. 좀 전에 달리기 해서 그런가 수박을 많이 먹어서 그런가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하긴 대물을 몇 수나 했는데 마음이 편하니 잠을 잘 수도 있으련 하며 찌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저수지를 바라보며 사람 사는 향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