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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적글적샘 Mar 03. 2023

구포 도서관 평생 학습 프로그램 '행복한 글쓰기'


대학 시절 교육학 시간에나 듣던 평생 교육을 내가 하게 되다니. 그것도 목요일 대낮에. 학습 연구년이 아니면 결코 할 수 없을 경험이라 생각하니 이 기회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신청한 프로그램은 부산중앙도서관의 '오일 파스텔로 만나는 명화'와 부산 구포도서관의 '행복한 글쓰기'.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는 거리가 꽤 있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좋아 보여 신청했다. 어제는 행복한 글쓰기 첫 수업 시간. 4-5명 정도밖에 없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수강생은 20명 남짓.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었고, 40대 초반의 여성분들도 3분 계셨다.


첫 시간이라 간단한 자기소개가 있었다. 다른 수강생들의 자기소개에는 깊은 삶의 울림이 있었다. 파릇파릇한 계절로 빛나는 학생들만 보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색다른 경험. 우울증을 치료하며 나쁜 기억을 빼내기 위해 글을 써 오셨다는 할아버지, 선생님의 수업이 너무 좋아서 저 멀리 해운대에서 오신다는 퇴직하신 중학교 교장 선생님, 열심히 수업을 들으며 수필 작가로 등단한 할아버지, 최근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글을 쓴 결과 부산문화 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아 책 출간을 앞두고 계신 할아버지, 함께 수업을 들으러 온 노부부, 시를 좋아하지만 수필을 싫어해서 수필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왔다는 여성분, 앞으로 문단을 이끌어 나가고 싶은 그림책 작가 지망생 등등. 한 분 한 분의 인사와 소개가 가슴에 깊고 아련하게 남는 시간이었다.


더 인상 깊은 건 강사 선생님의 자기소개. 젊은 시절 여성시대 라디오에 사연이 당첨되고 싶어 꾸준하게 글을 쓰셨고, 그 시절 문장력과 글쓰기 실력을 쌓으셨다고 한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고 싶어 한 대학교의 평생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해 수필을 배웠고, 2004년에 수필 작가로 등단. 그 이후로 꾸준하게 수필을 연재하고, 수필집을 내고 계셨다. 수필은 결코 쉬운 문학이 아니라 꾸준하게 쓰고 갈고닦아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남았다. 삶에서 비롯된 성찰과 교훈은 오래 남는 법이겠지. 이어 윤오영의 글귀를 인용하며 수필을 설명하시는데 얼마나 인상 깊던지.


'곶감을 만들려면 떫은 감의 껍질을 벗기고 말려 시설이 앉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숨겨져 있던 단맛이 드러난다. 수필은 곶감과 같다. 정성 들여 다듬으며 오래 기다려야 삶의 진실이 드러나는 법이다.'


다음 주 숙제는 배귀선의 수필집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의 '초록빛 선명한 그 노트'를 읽고 '노트 한 권'으로 수필 한 편 쓰기. 읽고 첨삭까지 해주신다니 더더욱 기대된다. 꾸준히 다듬고, 오래 기다리면 나에게 15개의 삶의 진실이 오롯이 드러나겠지. 떫디 떫은 인생의 단면에 곱디고운 깨우침이 가만히 내려앉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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