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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표 무 배추 전

무 배추 전 부치다 엄마 손맛 그리워지네!

by 힐링작가 김영희

지난 주말에 이번 주 날씨가 많이 추워진다는 일기예보를 접했다. 겨울이라 해도 이곳 달라스는 비교적 견딜 만한 날씨인데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 미리 장을 봐 놓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이번 추위가 며칠 계속될 거라고 하니 준비를 해야 했다. 지난 주일 교회 다녀오는 길에 한국 가게에 들러서 이것저것 장을 봤다. 한국산 월동무가 너무 매끈하고 맛있게 생겨서 2개 사고 배추도 한 포기 샀다. 국도 끓여 먹고 나박김치도 좀 담아 놓으면 좋을 것 같았다.


무 반토막은 납작납작 썰어서 전을 부치고, 반은 나박김치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mm 정도 두께로 썰어서 찜기에 5분간 쪄내어 반죽을 입혀 가지고 전을 부쳤다. 배추 겉잎은 떼어 내어 배추 된장국을 끓였다. 가운데 몇 잎은 떼어 내서 전을 부치고 속알갱이 쪽은 나박김치를 담으려고 남겨 두었다. 배추 전은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밀가루와 부침가루 섞어서 만들면 바삭하고 맛있다. 건강을 생각해서 식이요법을 하고 있는 나는 밀가루 대신 글루텐이나 렉틴 걱정 없는 카사바가루를 사용한다. 카사바가루 1컵에 물 1과 1/2컵을 부어서 소금 한 꼬집 넣고 반죽을 만든다. 배춧잎은 줄기 부분을 칼등으로 잘근잘근 두들겨서 반죽을 입혀 가지고 팬에 지져 낸다. 무는 2mm 두께로 썰어서 살짝 쪄낸 후 반죽 입혀서 구워내면 된다. 배추에 입힌 반죽이 노릇하게 구워지면 그 맛은 별나게 맛있다. 물론 초간장도 한몫을 한다. 진간장 한 숟갈에 식초 한 숟갈 넣고 매실청과 레몬즙 넣고 참기름이나 들기름 넣고 파나 달래 송송 썰어 넣어 양념간장 만든다. 별맛 없는 담백함이 초간장 때문에 맛이 살아난다. 찍어 먹으면 색다른 별미다. 무도 요즘은 맛있는 철이라 살강살강 씹히는 식감도 좋고 달큼해서 먹기 좋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맛엔 안 멎을 수 있다. 소화 잘 되고 장 건강에도 좋아서 치유식이나 다이어트식으로는 이만한 게 없겠다.


어릴 적에 친정 엄마가 솥뚜껑에 무전과 배추 전을 부쳐 주셨던 게 생각난다. 그 솥뚜껑 아래엔 장작불이 이글거렸다. 그 불을 붙이기 위해 솔가지며 불쏘시개 될 만한 것들을 먼저 넣고 아궁이에 머리를 처박다시피 하며 불을 피워내던 일들이 떠오른다. 얼른 불지 펴 놓고 이것저것 할 일이 많으니까 다른 일 해가면서 오가는 길에 발로 아궁이 나무들을 쓸어 넣어야 했다. 불 때는 일은 나도 가끔 거들었던 것 같다.


솥뚜껑에 기름칠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를 손에 쥐기 알맞게 잘라서 슥슥 문지르면 솥뚜껑 안은 반질잔질 윤이 났다. 거기에 밀가루 반죽 입힌 배춧잎 탁 얹어 놓고 지져낸다. 처음 만든 거 익었나 맛본다며 죽죽 찢어서 양념간장 찍어 먹으면 어찌 그리 맛있던지. 배추 전은 따뜻할 때 먹어야 재일 맛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런데 어릴 때는 무 음식은 싫었다. 밥에 넣은 무도 싫었고 무 전도 싫었다. 먹기 싫으니까 설겅설겅 씹히는 게 입안에서 겉돌고 잘 삼켜지지가 않았었다. 돌아가신 친정 엄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이 든 지금 무 배추 전을 부치다 생각해 보니 왜 그랬을까 싶다. 이제야 철이 든 건지 엄마의 손맛, 그 시절 식구들과 먹던 음식들 모든 게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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