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아홉 번째 설 떡국을 먹네
설날은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로, 가족과 함께 모여 새해를 맞이하는 특별한 날이다. 이 날에는 전통적인 음식들이 빠질 수 없는데, 그 음식들은 단순한 맛을 넘어 가족의 정과 전통을 담고 있다. 설날 음식의 유래는 한국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설날은 새해를 맞이하는 중요한 명절로, 조상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서로 새해의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통 음식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은 떡국이다. 떡국은 얇게 썬 가래떡을 끓인 국물에 고명을 얹어 먹는 음식이다. 새해 첫날에 먹음으로써 한 해의 나이를 더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릴 땐 한 살 더 먹고 싶어 빨리 떡국을 많이 먹고 싶어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되었다. 맑고 따뜻한 국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떡의 쫄깃한 식감은 소중한 가족과의 만남을 더욱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해 준다.
가래떡은 설이 오기 전에 미리 쌀을 불렸다가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만들어 온다. 방앗간에서 갓 만들어 온 가래떡은 말랑말랑하고 쫄깃한 게 자꾸 먹고 싶게 만든다. 뚝 잘라 가지고 간장에 참기름 넣은 소스에 찍어 먹으면 입안 가득 행복이 차는 느낌이다. 알맞게 말려 가지고 썰어야 한다. 조금만 시간을 놓쳐도 딱딱해져서 썰기가 힘들어지고 너무 빨리 썰라치면 칼에 달라붙어서 썰기 힘들다. 앞머리 부분이나 썰다가 끝머리 남는 것은 아이들 몫이 된다. 아이들은 그 못난이 가래떡을 화롯불에 구워 먹으며 즐거워한다.
또한, 설날에는 제사상에 올릴 다양한 전을 준비한다. 김치전, 배추 전, 그리고 생선 전이며 소고기 전 등 여러 가지 전이 한 상 가득 차려지면 그 자체로도 화려한 잔치가 된다. 전은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며, 가족과 함께 만들어 먹는 즐거움은 그 어떤 음식보다 소중하다. 물론 부엌에서 하루 종일 음식 만드는 아낙네들에겐 힘든 일이다. 요즘 말하는 명절 증후군이니 이런 말들은 꺼내 볼 새도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동분서주해야 하는 것이다.
설음식에서 빠지면 섭섭한 게 나물반찬이다. 도라지는 껍질 안 깐 것을 사면 신선하고 향이 좋지만 일이 많다. 껍질 벗겨놓은 것을 사서 잘게 갈라서 소금, 파, 마늘, 참기름 넣고 볶아 낸다. 시금치는 끓는 물에 넣어서 세 번만 얼른 뒤적거린 뒤 바로 건져서 찬물에 헹군 다음 양념해서 조물조물 무치면 된다. 숙주는 데쳐내어 소금 간 해서 무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음식, 바로 세배 음식이다. 세배를 드리기 전에 준비하는 이 음식은 보통 과일과 한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상에 차려진 과일과 다채로운 색깔의 한과는 눈을 즐겁게 하고, 그 맛은 명절의 기분을 한층 더 북돋아 준다.
나 어릴 적 친정 집에선 쌀로 유과를 만드셨다. 이것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중 하나다. 쌀이나 콩을 튀긴 튀밥과 참깨 들깨 볶아서 강정을 만들면 보름까지 두고 먹는 고소하고 달콤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시집와서 사십 년 넘게 안 빠지고 했던 명절 음식으로는 빈대떡과 돼지고기 수육이 있다. 그건 내 노하우 요리가 되기도 했다. 우리 집 부엌에서 손이 바지런한 동서들과 함께 만들었던 음식이다. 그때는 명절 다가오면 그리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추억으로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언젠가 지난 얘기도 호수 위에 거꾸로 비추고 있는 나무처럼 특별한 그림으로 승화될 수 있겠지. 때기 되면 순순히 모습을 드러내 한 편의 에세이로 둔갑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