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식과 문화
최근 외손녀가 미국 초등학교에서 공연한 소고춤 영상을, 딸이 보내 주었다. 학교 공부 외에도 한창 배우는 게 많은 4학년인데 거기다 과외로, 한국 친구들과 함께 소고춤을 배운 것이다. 재미와 자긍심마저 느끼는 거 같았다. 3개월간의 연습 끝에 펼쳐진 그 공연은 단순한 무대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다양한 미국 학생들 앞에서 한복을 입고 소고춤을 추는 모습은, 한국 전통문화가 세계 속에서 빛나는 순간이었다.
딸이 공연 영상을 보내준 것을 보니 서로 호흡이 잘 맞고 동작들이 흐트러짐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영상을 보고 나서도 흐뭇했다. 이는 단순한 춤을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담긴 결과였다. 이처럼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미국 사회에서,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귀감이 되었다.
언젠가는 그녀가 학교에서 태극기를 그려 가져온 일도 떠오른다. 어느 날인가는 내가 같이 있을 때였다. 각 나라 고유 의상을 입고 가는 날이라며 한복을 입고 가야 한다고 했다. 그날 내가 한복을 입히고 외손녀 머리를 땋아서 댕기 머리를 해서 보내기도 했다. 또 한 번은 할머니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인터뷰를 해야 한다며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조상에 대한 이해와 역사를 배우는 과정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교육이 아닌, 정체성을 찾고 이어가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외손녀가 받고 있는 이러한 교육을 통해, 나는 한국의 역사 교육과 의식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한국은 오랜 역사와 문화가 있는 나라이다. 요즘 그 역사 교육은 어떤가, 그 현주소가 궁금하다. 특정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라든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중요성과 자긍심을 얼마나 심어주는지 모르겠다.
요즘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로 시끄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올바른 가치관과 나라 사랑의 근간인 역사의식만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면, 우리는 세계에 우뚝 선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외손녀의 소고춤 공연을 보며, 나는 한국의 미래와 그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녀의 작은 공연이 무대에서 전해 준 메시지는, 단순히 춤이 아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계승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