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떡국 맛
한국은 어제가 설날이었는데 하얀 눈이 내렸다고 한다. 오가는 길은 힘들었겠지만 아이들은 좋아했을 것 같다. 미국에서는 오늘이 설날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외국에 살다 보니 명절이 와도 가족을 만나러 오가는 일은 별로 없고, 카톡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 전부다. 이런 무심한 듯 고요한 명절의 분위기 속에서 허전함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설날이니만큼 떡국은 꼭 끓여 먹어야겠다 싶었다. 냉동실에 있는 떡국떡을 꺼내어 잠시 물에 담갔다가, 채수 국물에 떡국을 끓였다. 제대로 하려면 양지나 갈비를 사서 푹 끓이고, 그 고기를 잘게 뜯어 양념해 지단과 김과 함께 고명으로 얹어야 맛있는 떡국이 완성된다. 이번에는 자연치유식 식이요법을 고려해서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떡국을 끓여 보았다.
문득 어릴 적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경상도식 설떡국이 떠올랐다. 친정에서는 두부를 부쳐 잘게 썰고, 다진 소고기를 넣어 마늘, 파, 간장으로 조려 꾸미를 만들었다. 그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이 그리웠다. 시집간 딸들도 어릴 적에 내가 그렇게 끓여 주었던 그 맛을 기억해서 떡국을 그렇게 끓여 먹곤 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고기 대신 생표고버섯을 다져서 볶은 다음, 구운 두부와 함께 마늘, 파, 물 약간 섞은 저염 간장으로 조려서 꾸미를 만들었다. 생표고버섯의 씹히는 식감이 좋다. 생표고 사다가 이틀 말린 거라 비타민 D도 풍부하겠고 식이섬유도 많고 항산화성분이 많아 면역력 강화에도 좋을 것이다. 두부의 고소한 맛에 단백질 보충과 칼슘도 있어서 뼈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둘이 잘 어우러져 영양 듬뿍 저칼로리 다이어트 음식으로, 치유식으로 아주 좋은 꾸미가 되겠다.
두부 1모와 생표고버섯 6개로 만든 꾸미는 푸짐했다. 떡국을 먹고 남은 것은 며칠 두고 반찬으로 해도 좋고, 김이나 나물을 넣고 들기름 듬뿍 넣어 비벼 먹어도 맛있겠다.
"꾸미"란 경상도식 고명의 일종이다. 두부와 고기룰 양념하여 졸인 것이다. 여기서 "꾸미"는 곱게 장식한다는 뜻의 "꾸미다"라는 동사에서 온 말이다. 이렇듯 음식에 얹을 꾸미는 음식의 맛과 비주얼을 더해 준다. 떡국 위에 곱게 장식하는 고명으로 두부 표고버섯 꾸미를 만드노라니 고향 생각, 어릴 적 생각도 하며 설날의 정취를 느낀다. 또한 우리말의 아름다움도 되짚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