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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職四] 가슴 아픈 일

직장인의 사계 - 겨울(가슴 아픈 일은 늘 그렇게 느닷없이 온다)

by 등대지기

어제 아침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참사를 들었을 때 너무 놀랐습니다. 몸의 떨림이 느껴지고 목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맺혔습니다. 고귀한 생명을 잃은 분들과 유가족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해 봅니다. 생때같은 가족을 잃은 분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더욱 아파오고 찌릿한 눈물이 올라옵니다.


10년 전의 그날도 그랬습니다.


중국 남쪽의 어느 도시에서 혼자 생활을 하던 시기여서 더 그랬을까요. 여느 아침처럼 시끄러운 오토바이 경적 소리에 잠에서 깨어 헛헛한 맘으로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한 대 물었습니다. 비가 오려는지 19층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사거리의 광경이 유독 뿌옇습니다.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리며 오가는 오토바이와 우리 돈 500원 정도 하는 아침식사 대용 간식거리를 사러 길게 줄을 선 사람들. 왠지 제대로 섞이지 못하고 물 위의 기름마냥 허탈하게 떠다니던 시절의 저였기에 그 잿빛 광경이 더 살벌해 보였습니다.


생각 없이 휴대폰을 들고 뉴스를 훑어보려는 그때 가슴 아픈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생떼 같이 어린 학생들을 차가운 바다가 삼켰다는 그 소식에 온몸이 떨리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가슴 언저리가 묵직하게 아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어둡게 지냈습니다. 문득문득 가슴 언저리가 묵직해지고 코가 시큰거리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가 혹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지 않더라도 대형 참사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출근한 지금 이 순간에도 맘이 영 좋지 않습니다. 저도 크리스마스 전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던 지라 더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습니다. 다만 애써 그 뒷면을 우리가 바라보지 않을 뿐이지요. 꼭 이런 사고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몸은 언제고 내 의지와 무관하게 그 기능을 멈출 수 있습니다. 심장은 불수의근, 즉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알아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작동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니 내 의지로는 그 심장을 맘대로 조정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 멈춘다 한들 제가 따질 계제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내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하루를 가져야 되겠습니다.


참사로 세상을 떠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그 유족분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건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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