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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Jan 18. 2016

광주와 인연 맺다

32주년 5.18 전야제 참여기 1

81년에 태어난 나에게 80년의 이야기는 아득한 ‘고조선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만큼 현실이 아닌, ‘역사’라는 학문적인 이미지로 먼저 다가오는 것이다.                



광주로 떠나기 전에, 센트럴시티에서




오월항쟁 없이 나를 사유하기 있기없기?

     

실제로 내가 다닌 대학교엔 광주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광주민중항쟁의 이야기가 아닌 ‘신산한 바람이 가득 부는’ 현실적인 고민과 이야기들뿐이었다. 광주항쟁이 끝난 후 태어난 세대, 그래서 광주항쟁과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세대, 하지만 그럼에도 광주항쟁의 부채를 껴안고 태어난 세대, 그게 바로 ‘80년 이후 세대’다.                



단재친구들 광주에 발을 내딛다.




사랑 찾아 떠난 광주에서 역사를 만나다

     

내가 광주에 처음 간 것은 대학교 동아리인 ‘말뚝이’라는 민중놀이패 때문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꽃피는 봄이 오던 2000년의 어느 날. 난 절실한(?) 기독교인으로 탈춤이나 굿판을 벌이는 그런 동아리엔 관심도 없었다. 전통문화를 미신이나 광신정도로 취급하며 멸시하던 그 때의 나였다. 하지만 우연하게 친해진 과선배가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광주에 놀러 간다고 꾀어서(?)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에겐 꿍꿍이가 있었다. 한 번 놀러가게 된 ‘말뚝이’이란 동아리엔 ‘세선’이라는 아리따운 동기 여학생이 있었던 것이다. 그냥 따라 가는 입장이었지만, 그녀와 한시라도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게 된 거다. 아~ 아련한 로맨스는 사람을 움직인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가게 된, 그리고 처음으로 알게 된 광주민중항쟁의 이야기는 가슴 깊은 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그건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살육장이었으며, 국가 권력이 국민을 기만하는 배반의 장이었던 것이다. 의지할 곳 없는 가련한 영혼들이 권력의지, 또는 이해관계란 것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런 아픔을 몸소 느끼며 광주를 나왔다. 그 후 그녀에게 전화하려 몇 번이고 노력해봤지만, 하지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하다가 끝났다. 여물지 않은 사랑, 그래서 광주는 아픔의 상처와 함께 그리움이 깊게 배어있는 도시가 되고 말았다. 

이렇듯 사회적인 의미와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도시에 12년 만에 간다.                



광천터미널 앞에서 518 버스를 기다리며. 1시간 정도를 달려야 묘지에 갈 수 있다.




518번 버스를 타고 광주를 여행하다

     

광천터미널에서 5.18 국립묘지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 번호가 518번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아마도 광주 사람들에게 있어 5.18은 어떤 식으로든 잊지 않아야 할, 과거의 현재형이리라. 버스는 광주시내를 관광시켜주듯 돌고 돌아간다. 시간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이렇게 광주를 둘러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518번 버스는 구전남도청, 광주역을 거쳐 민주묘지에 간다. 






목차     


1. 광주와 인연 맺다                                   

오월항쟁 없이 나를 사유하기 있기? 없기?

사람 찾아 떠난 광주에서 역사를 만나다

518번 버스를 타고 광주를 여행하다     


2. 오월묘지그 이야기 

같은 장소 속에 다른 느낌이 숨어 있다

오월묘지 상징탑에 의미 새기기

신이 되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곳

사연이 묻힌 오월묘지

감수성, 소통의 기본 조건     


3. 구오월묘지에 묻힌 이야기-1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안타까운 죽음, 그럼에도 묻히지도 못하는 현실

역사에 치여 사는 개인, 그들을 비판할 수 있을까?


4. 구오월묘지에 묻힌 이야기-2

사연이 묻힌 구오월묘지

꾸며질 때, 과거는 사라진다

현재를 살려는 자, 이 비를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5. 공동의 경험, 32주년 5.18 

역사의 공간이 개발이란 이름으로 사라지다

전야제, 들끓는 감정으로 공동 기억을 남기다

5.18의 정신, 그건 여전한 숙제다

역사의 장 속에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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