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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Feb 06. 2016

단재학교의 2016학년을 말하다

엘리시안 강촌 스키여행 5 (16.01.25~27)

오전엔 2016학년도 학사일정, 2월 한 달 동안 진행될 ‘교사 없는 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엔 스키를 타러 간다. 이런 상황이니 한껏 여유로울 수밖에 없다. 8시에 일어나기로 했기에 7시 30분에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 태기가 덥다며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 찬바람이 그대로 얼굴을 닿아 설잠을 자야 했다. 

아침밥은 볶음밥과 미역국이다. 아이들이 8시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초이쌤은 일찍 일어나셔서 준비를 해줬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이 씻을 동안 잠시 쉰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 하는 현세.



        

2016년 학사일정예술과목에서의 선택

     

올해 변화된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택 범위를 넓히고, 2월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교사 없는 학교’를 시작하며, 봉사활동을 매달 2번씩 넣어 ‘사회-인간’의 고민을 좀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4년 전엔 ‘선택미술’이라 하여 아이들이 3~4명 정도가 모여 자신들이 하고 싶은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결정된 것이 포토샵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하는 팀, 순수미술이라며 스케치북에 데생을 하는 팀, 카작어를 공부하는 팀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4월부터 예술지원사업에 단재학교가 포함되면서 미술을 전공한 선생님의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포토샵팀과 순수미술팀이 하나로 묶여 수업을 받게 되었고, 2학기부턴 ‘아카펠라’가 정식 수업 과목이 되면서 미술과 아카펠라 중 선택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택 범위를 넓히고, 2월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교사 없는 학교’를 시작하며, 봉사활동을 매달 2번씩 넣어 ‘사회-인간’의 고민을 좀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음악과 미술은 청소년 시기엔 웬만하면 하는 것이 좋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었기에 작년에는 화요일 오후 미술을, 목요일 오후 음악을 하도록 했다.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배정한 것이다. 그렇게 했더니 당연히 아이들 사이에선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선택권이 있으면 좋을 텐데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니,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이다. 

그래서 올핸 승태쌤이 여러 기관을 방문하며 다양하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이 알아봤고, 그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주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의 취향에 따라 100% 맞춰줘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그저 학교에서 정해준 대로만 따라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겠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지만 기타와 목공 수업을 하게 될 확률은 엄청 높아졌고, 그 외엔 2월에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 단재학교 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 지민이의 모습




교사 없는 학교 1 - 2012년에도 진행되었으나 시기상조였다

     

3월부턴 작년과 같이 학교의 커리큘럼이 진행되지만, 2월만큼은 워밍업에 가까운 기간이기 때문에 ‘교사 없는 학교’를 진행하려 한다. 학생들이 회의를 하여 전체시간표를 짜고 그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교사는 개입하지 않는다. 

실제로 2012년 3월부터 4월까지 한 달 보름간 이런 학교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교사는 학생들을 팀별로 묶어주기만 할 뿐 개입하진 않았으며, 팀별로 회의를 하여 수업 내용을 결정했다. 이 때 교사의 역할은 지원해주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조언을 해주는 역할만 했다. 그러니 그 당시엔 교사들이 한 명만 학교에서 그런 활동을 지켜봤으며 나머지 교사들은 3시 이후에 출근했던 것이다. 

그 때 아이들은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건축물을 만들어 보기, 커피를 직접 만들어 보며 그 과정을 익히기, 김밥을 만들어 팔아보기 등의 활동을 기획하여 진행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활동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아이들은 무기력에 빠져 실패로 끝나며 ‘시기상조’라 판명이 났다.                



▲ 빅돔 교육도 받으러 가고, 여러 활동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아이들의 무기력증이 짙어졌다.




교사 없는 학교 2 - 실패가 아닌 시기상조인 이유

     

아마도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와 같은 결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어떻게 학교라는 틀이 있는데, 그런 틀을 다 허물고 아이들에게 모든 걸 맡길 수 있냐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의 세 주체는 ‘교사-학생-학부모’지만, 가장 중요한 주체는 ‘학생’이라는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 인원수가 감소하면 학교가 폐교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질적인 주체는 교사다. 모든 권한을 가지고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교사만이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교사는 전면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고 모든 걸 자기 권한 하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기본적인 상식인데 여기에 ‘교사 없는 학교’라 외친들, ‘그건 이상적으로나 가능하지, 현장에서 불가능해요’라는 핀잔을 듣기에 충분하다. 교사이지만 교사의 권위를 버리고, 학교가 유지될 수는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교사 없는 학교’라 했을 때 거부감이 드는 것이고, 그건 ‘따 논 실패’라 생각한 것이다.  





한 번도 자유를 누려본 적도, 주체적인 선택도 해본 적 없는 아이에게 ‘너의 족쇄를 풀어주노니, 이제 자유롭게 살아라’라고 한 들, 어떻게 자유롭게 살 것인가?




하지만 ‘교사 없는 학교’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도 잠시 말했다시피, 시기상조였을 뿐이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주체적인 결단과 실행, 그리고 그걸 인정해주는 사회 풍토와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한 번도 학생시절에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실행해보며 살아본 적이 없다. 내가 학교에 다니기 전부터 학교의 커리큘럼은 결정되어 있고, 부모의 아이에 대한 로드맵은 이미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해진 길을 따라 맹목적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될 뿐, 거기에 대해 고민하거나 다른 생각을 덧붙이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 때 어른들은 “씨잘데기 없는 생각 고만하고 공부나 혀”라는 말을 흔히 한다. 

그렇게 아이들이 넘치는 끼와 에너지를 꺾어버리고, 잘라내며 왔던 것이다. 한 번도 자유를 누려본 적도, 주체적인 선택도 해본 적 없는 아이에게 ‘너의 족쇄를 풀어주노니, 이제 자유롭게 살아라’라고 한 들, 어떻게 자유롭게 살 것인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에 실패했던 것이지, ‘교사 없는 학교’라는 것 자체가 이상적이기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 김밥을 만들어 팔아보겠다며, 만들고 있다. 물론 만들어 보는 데만 그쳤지만, 그래도 나름 애는 썼다.




교사 없는 학교 3 - 자유를 누려봐야 누릴 줄 안다 

    

그런데 결과는 어차피 ‘실패’이기에 보통 ‘역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맡기면 그건 실패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 더욱 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라고 결론 내리기 십상이다. 실패의 경험보다 계속 된 성공의 경험을 통해 아이가 자신감을 얻고 더 나은 조건에서 자신의 꿈을 찾도록 하자는 논의가 바로 이런 생각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처럼 ‘돼지엄마’가 극성을 부리고, ‘엄마=학습 매니저’가 각광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이를 부모의 욕망을 대리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것일 뿐이기에 오히려 반대하며, 실패할지라도 더 많은 선택의 자유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거세되었던 자신의 욕망을 찾을 수 있으며, 사라진 자유에 대한 열망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맛을 안다’고 자유도 누려 본 아이가 그 자유를 어떻게 하면 누릴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어른의 입장에서 교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못마땅하게 여겨지고 실패가 뻔히 보이는 상황들도 많아서 노심초사하게 되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경험하며 찾아갈 거라 믿는다. 




지금처럼 ‘돼지엄마’가 극성을 부리고, ‘엄마=학습 매니저’가 각광 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2월에만 ‘교사 없는 학교’를 진행하기로 했다. 2012년과 다른 것이라면 그 땐 학생들을 팀별로 묶어주고 팀에서 활동하게 했다면, 이번엔 모든 단재학교 아이들이 회의를 하여 함께 커리큘럼을 정하고 3명의 교사도 모두 출근하여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다.                



▲ 2월 3일에 열심히 회의를 하고 잠시 쉬는 모습. 우리가 원하는 학교를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봉사활동 1 - 학사일정 중 봉사활동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다

     

작년엔 ‘50개의 사랑’이라고 꽃을 키워 독거노인에게 배달해주는 봉사활동을 했었다. 화분에 씨앗을 뿌려 꽃을 키웠으며, 꽃이 피자 어르신들의 집까지 날라줬다. 

올해엔 그런 봉사활동의 기회를 대폭 확대할 생각으로 한 달에 두 번씩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어 공감대를 키우고, 그렇게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다면 함께 연극을 준비하여 연극무대에 선다거나, 영상자서전이나 영화를 함께 찍어 상영회를 연다거나 하는 활동까지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학사일정을 알려줄 때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줬더니, 대뜸 민석이가 “너무 봉사활동 횟수가 많아요”라고 이의를 제기한다. 민석이의 말을 필두로 아이들도 한 두마디씩 덧붙이며 약간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 50개의 사랑이란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씨를 뿌리는 아이들. 여기서 꽃이 나서 배달해주는 것이다.




봉사활동 2 - 강제를 통해 의식을 바꾸려는 어리석음을 범하다

     

아이들의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를 테면 ‘채소를 전혀 먹지 않던 아이에게, 오늘부턴 한 끼에 채소 두 가지씩은 꼭 먹어야 해’라고 하는 것처럼 너무 급작스럽기 때문이다. 분명히 좋은 활동이라는 것도 알고 그걸 왜 해야 하는지도 알지만, 맘의 준비도 안 되어 있고 누군가가 시켜 억지로 한다면 그에 따라 역효과만 더 날 것이다. 

그러기 전에 봉사활동이 ‘특별한 활동’이 아닌 그저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활동’이라 느껴질 수 있도록 경험할 수 있는 시간들이 필요했다. 인식은 어떤 강제된 활동을 통해 결코 바뀌지 않는다. 강제는 이미 불편을 감수하며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반감만 사게 된다. 그러니 강제된 활동이 아닌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느낄 수 있도록, 경험하며 ‘특별한 게 아니라, 그저 일상을 나누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인식은 어떤 강제된 활동을 통해 결코 바뀌지 않는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어찌 보면 교육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교육이란 이름의 폭력’을 이미 경험했던 우리이기에, 대안학교란 장을 열어 ‘교육이란 이름의 폭력’ 아닌 ‘교육을 지워낸 아이들을 살리는 활동’을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다시 교육이란 카테고리로 들어가는 순간, 그 어리석음을 이런 식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강제가 아닌 자율로, 급작스러운 것이 아닌 천천히 배어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



열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선 눈이 내렸다. 이번 겨울 들어 남부지방에선 많은 눈이 왔지만, 중부지방은 거의 눈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 날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며 차갑게 얼어버린 동토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방의 풍경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개학여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이 날 아침의 열띤 대화의 장이 아니었나 싶다. 열기가 방 안 가득하니, ‘내가 살아 있구나’하는 행복감이 절로 든다. 



▲ 이야기를 시작하니, 정말 많은 눈이 내리더라.





목차     


1. 겨울방학에 새로운 숙제를 받다

나에게 던진 겨울방학 숙제

미완의 숙제, 그리고 새로운 숙제

새로운 숙제 1 - 동섭쌤의 강의가 던진 숙제

새로운 숙제 2 - 공교육 교사들이 던진 숙제

2016년은 지적폐활량을 키우는 해     


2. 단재학교 개학여행을 가다

1월 마지막 주에 개학과 동시에 여행을 떠나는 이유?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다 1

올겨울 최악의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다 2

백양리역에서 가방을 놓고 내린 사연

깔끔한 숙소, 하지만 비싼 음식 가격

장갑이 없으시다구요? 우리에겐 양말이 있잖아요~     


3. 도전엔 늘 불안이 따른다

스키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실력에 따른 복장이 있을 뿐

도전 보드 1 - 두 번째 스키장 방문에 보드를 타게 된 사연

도전 보드 2 - 필수 준비물, 그리고 스키슈즈 신는데 30분 걸리다

도전 보드 3 - 보드와 티익스프레스의 공통점

도전 보드 4 - 새로운 도전엔 언제나 불안이 따른다


4. 처음으로 보드를 타다

도전 보드 5 - 육체는 타자이기에 지배하려 하기보다 이해하려 해야 한다

도전 보드 6 - 타자성, 무계획성에 몸을 던지다

도전 보드 7 - 타자성, 무계획성에 몸을 던진 경험들

실전 보드 1 - 보드에서 일어서기

실전 보드 2 - 처음이란 어색함과 어설픔을 끌어안기

실전 보드 3 - 실력을 키우며 천천히 갈 것인가, 엄청난 난이도로 한 번에 비약할 것인가?

여행 중 가장 조용했던 밤을 지내다


5. 단재학교의 2016학년을 말하다

2016년 학사일정, 예술과목에서의 선택

교사 없는 학교 1 - 2012년에도 진행되었으나 시기상조였다

교사 없는 학교 2 - 실패가 아닌 시기상조인 이유

교사 없는 학교 3 - 자유를 누려봐야 누릴 줄 안다

봉사활동 1 - 학사일정 중 봉사활동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다

봉사활동 2 - 강제를 통해 의식을 바꾸려는 어리석음을 범하다


6. 두 번째 보드 도전기

두 번째 하면 어찌 되었든 첫 번째보다는 익숙해진다

두 번째로 보드를 타는 이의 각오

실전 보드 4 - 바보는 빠름을 추구하고, 실력자는 완급조절을 추구한다

실전 보드 5 - 넘어지면서 배우고, 한계에 직면할 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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