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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Dec 25. 2015

이야기의 원형을 찾다가 나를 만나다

옛이야기 연구의 대가 김환희 선생님을 만나다 4

건호와 『옛이야기와 어린이책』을 공부하려 할 때만 해도, 이렇게 일이 커질 거라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프롤로그에서도 밝혔다시피 ‘동화책’이란 관점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공부하며 그러한 관념이 ‘옛이야기’란 관점으로 바뀌어, 그 가치를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이야기를 전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도 알게 되었다. 이래저래 모르지만 걸어갔던 길이 나에겐 엄청난 의미로 다가온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안 해도 될 이유는 지천에 널렸다   

  

공길: “양반으로 나면 좋으련?” / 장생: “아니, 싫다!” / 공길: “그럼 왕으로 나면 좋으련?” / 장생: “그것도 싫다! 난 광대로 다시 태어날란다.” / 공길: “이 놈아. 광대짓에 목숨을 팔고도 또 광대냐.” / 장생: “그러는 니년은 뭐가 되고프냐?” / 공길: “나야 두 말 할것 없이 광대! 광대지!” / 장생: “.............그래. 징한 놈의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 뿐! 광대로 다시 만나 제대로 한 번 맞춰보자.”     





『왕의 남자』라는 영화의 끝부분에서 나온 대사다. “징한 놈의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 뿐”이라는 말이 꽁꽁 동여매 있던 나의 자의식을 해체한다. 

뭐든 ‘이걸 하면 나에게 어떤 유익이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어떤 일을 할 때가 있었다. 솔직히 말해, 그건 어떤 일을 하지 않으려는 핑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세상엔 무언가를 해야 할 이유보다 안 해도 될 이유가 지천에 널렸기 때문이다. 정 핑계를 댈 것이 없으면, “왜 저만 가지고 그래요. 쟤도 안 하잖아요.”라고 말하면 끝이었다. 그래서 건너뛰며 달려온 삶 끝에 남은 것은, 한숨으로 얼룩진 지루한 인생 밖에 없는 것이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않는다(不狂不及)  

   

과연 나는 공길이가 묻는 물음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장생처럼 “아니, 싫다!”를 단호하게 말할 수나 있을까. 눈동자를 굴리며 수많은 생각을 한 후에야 “싫은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아.”라고 얼버무리지나 않을까. 

김환희 선생님이 말했던 경계인이란 바로 장생처럼 ‘아니, 싫다!’를 단호하게 말하며 자신이 정말 하고자 하는 일엔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 테다. 거기엔 ‘이걸 하면 언젠가 이익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나 ‘무언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이걸 한다’는 생각 따위는 들어설 공간도 없다. 그저 좋으니 하는 것이고, 하다 보니 좋아지는 것이며, 어느 순간엔 그게 나의 가능성을 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있을 뿐이다. 정말 그 일이 하고 싶어 미칠 때에라야 자신이 목표한 지점에 미칠 수가 있다. 미쳐야만 비로소 미칠 수 있다.                




옛이야기엔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단면이 숨어 있다  

   

옛이야기의 매력은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무의식 속에 이미 자리하고 있다. 옛이야기를 탐구한다는 것은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단면을 내 것으로 끌어안는 행위다.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그 이면을 찾는 노력이 바로 옛이야기를 가까이 하며 그 안에 파고드는 노력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징한 놈의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옛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살다 가면 그 뿐이라는 우리의 확신에 찬 소리가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라 믿는다. 








목차     


Part 1. 프롤로그당신이 지금껏 본 옛이야기는 엉터리다

같은 뿌리, 다른 이야기

원전을 알아야 옛이야기가 보인다     


Part 2. 옛이야기의 가치

수많은 뿌리는 하나의 줄기로 자란다

예술인은 경계인이다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사람에 의한, 평범한 사람을 위한 민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결핍을 채워주는 예술의 가치

예술이 지닌 가치를 보여준 명작, 『수호의 하얀말』

넓이는 깊이를 포괄한다

세계 문학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옛이야기     


Part 3. 옛이야기는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

세계에 두루 퍼져 있는 동일한 이야기의 비밀

이야기는 흐름이다

『선녀와 나무꾼』으로 본 흐름의 중요성

『흥부놀부』를 통해본 도깨비의 원래 모습

『흥부 놀부』를 통해 본 문화순결주의의 폐해     


Part 4. 에필로그이야기의 원형을 찾다가 나를 만나다

안 해도 될 이유는 지천에 널렸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않는다(不狂不及)

옛이야기엔 우리가 놓치고 살아온 단면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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