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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Sep 12. 2016

교육의 이유, 성숙한 인간 만들기

 우치다 타츠루의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3

아이의 성숙이 힘들어지게 된 데엔 ‘① 반부권제 사회의 도래, ② 욕망의 균질화, ③ 가족의 해체’라는 다양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살펴봤다.      



▲ 가족의 해체는 더욱 급격화되고 있다. 여기엔 기업의 전략이 숨어 있다.




성숙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문제이기에흐름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반부권제 사회에서 아이의 성숙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딸의 경우라기보다 아들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딸은 ‘어머니와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에 대해 선택을 해야 할 때,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어머니를 보며 모델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가 더 이상 성숙의 모델이 되지 못하기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그와 같은 상황이 반세기동안이나 이어지며 아들들은 미성숙의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었지만, 여태껏 아무도 사회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르러서야 성숙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가족이 일인 가족화가 되었다는 것은 이와 같은 미성숙의 문제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임을 드러내 준다. 그런데도 이런 세상이 반세기동안이나 지속되면서 점차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들이 사회를 좌우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가 당연시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라도 ‘성숙’에 대한 담론에 온 힘을 써야 하며, 성숙한 사람을 배출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 '글로벌인재'는 현재 기업이 가장 원하는 인재상이다. 글로벌 인재는 명령 한 마디면 해외로 나갈 수 있으며, 기업의 이익에 특화된 인재다.




성숙을 위한 답그것이 궁금하다

     

그렇다면 대뜸 ‘성숙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는가?’라고 물을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런 프로그램이란 것은 있지도 않고, 설령 있다 할지라도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낼 수가 없다. 

그렇기에 아이를 위한 육아전략이 있어야 한다. 아이의 성숙을 이끄는 것은 똑같은 권한을 부여받은 복수의 인간(가치관이 다른)이 이끄는 프로그램이면 된다. 좋은 교사란 능력이 출중한 개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모인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즉, 다채로운 가치관의 충돌 속에 학생이 갈등을 겪고 생각을 다듬어 가게 할 수 있는 상황만이 좋은 교사라 할 수 있다. 



▲ 사회에서 통용되는 말들, 그래서 아무런 의심도 없는 말들을 교사가 확대재생산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아버지와 어머니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해야만 한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말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사회는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고 교사도 부모와 똑같은 말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바로 이런 현실이 아이의 성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며, 아이를 비교육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를 통해 ‘성숙을 위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답해본다면, ‘대답이 없는 것이 대답’이라고 답할 수 있다. 앞에서 지금껏 얘기했다시피 획일화된 질문에 하나의 정답을 말하는 것 자체가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식의 답변을 기대하고 있었다면 그대는 지금껏 헛 시간을 보낸 거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모두 똑같은 얘기만 해서는 성숙하지 못하기에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기만 하면 된다.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에 공통적인 주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아마도 ‘성숙해져라’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 각자의 이야기로 교육을 말하지만, 그 기본엔 '성숙해져라'는 메시지가 있다.




트라우마의 삶과 성숙의 삶

     

성숙이라는 말을 좀 더 깊이 음미해보자. 성숙이라는 것은 ‘자기가 어디를 향하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다양한 만남 속에 몇 년을 살다 보니, ‘내가 참 유치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현재 자신이 놓인 상황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즉,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고쳐 쓰기 하는 것’을 성숙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지나온 과거지만, 그것을 하나의 기억이나 단어로 확정지어서는 안 된다. 과거는 현재 자신의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숙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과거의 경험을 새롭게 써가며, 새로운 앎의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성숙이란 새로운 경험으로 과거를 새롭게 써나가는 것이기에, 과거사는 끊임없이 변하는 현대사라 할 수 있다.



트라우마trauma는 ‘과거의 경험이 확정되어 고정되어 버린 것’을 말한다. 프로이트는 ‘시계의 바늘이 멈춰있는 것’이라 표현했다. 성숙의 반대말을 흔히 미성숙으로 알고 있지만, 트라우마가 바로 그 반대말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트라우마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아이가 미래의 꿈을 정하고 그 꿈의 방향에 맞춰 살려고만 하면 그건 ‘트라우마의 삶’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대학에 가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살 것이다’라고 어린 아이가 말한다면, 그것이 바로 트라우마의 삶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반대되어 성숙의 삶이란 ‘앞을 보며 나아가는 것이 아닌, 뒤를 보며 걸은 곳의 의미가 달라지고 풍경이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뒤를 돌아보며 변화의 양상을 느낄 수 있을까? 자신의 등을 향해 복수의 어른들이 다양한 이야기로 소리치고 있을 때, 아이들은 자기가 들어야 할 소리를 듣고 성숙의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 작년에 단재 아이들과 자전거 여행을 했었다. 여행을 할 때 뒤를 돌아본다는 것이 뭔지를 제대로 알게 된다.




성숙한 사람이 필요한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법

     

더 이상 경제 성장이나 인구 증가는 없다. 이럴 때 우린 집단을 만들어 서로가 서로를 지원하며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타자와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가 다시 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느끼는 방식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즉, 성숙한 사람이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어머니들은 아이에게 ‘어떤 인간이 되어라’라고 결정지어선 안 된다. 다양한 가치관과 삶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자기 안의 수많은 인격분열(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갈등을 경험해본 사람이 남과 함께 살 수 있음)을 몸소 감당하며 소통의 가능성을 키워야만 한다. 자신의 부지런할 지라도 자기 안에 억압된 게으름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게으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성숙에 가장 방해가 되는 주문은 ‘서로 의견을 일치시켜라’라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차라리 들었을 때 당시엔 ‘뭔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느껴지던 말이 성숙할 수 있도록 이끄는 말이라 할 수 있다.                 



▲ 우치다쌤은 2015년 제주 강연에서 '사람=낡은 목조 건물에 사는 사람들'로 표현했다. 아주 탁월한 얘기다.




성숙한 사람의 공부법나를 위한 공부가 아닌 너를 위한 공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도 지금껏 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성숙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도록 하겠다. 

일반적으로 “왜 공부를 하나요?”라고 물으면, “나에게 이득이 되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이런 생각을 지닌 사람에게 “왜 공부를 하지 않나요?”라고 묻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들은 “내 이득을 위해 하는 공부인데, 내 이득을 내가 포기한다는 게 왜 문제라는 거야?”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성질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겐 ‘이득’이란 관념으로 공부의 필요성을 말할 경우, 어떤 변화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 학원 광고에도 잘 나타나는 것은 '나에게 이득이 되는 공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건 ‘공부란 타인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곤란한 사람은 나뿐만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아이들을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집단 속에 그냥 놔둔다면,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 원시사회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 공부를 했던 것이나, 중세시대에 우리 가족을 위해 공부를 했던 것이나 모두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공부를 하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며, 그런 혜택을 모두가 받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공부에 매진했던 것이다. 



▲ 공부의 이유는 더불어 숲이 되기 위한 것, 그리고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





목차     


1. 아빠가 사라진 시대의 속내

친족관계는 사회구조적으로 만들어진다

반부권제 사회는 시대적 흐름과 인권 향상으로 도래했다

반부권제 사회에 숨어 있는 기업의 전략     


2. 성숙을 방해하는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가족 해체를 부추긴 미디어와 기업의 전략

오해하고 잘 모를수록 잘 성숙해질 수 있던, 부권제 사회의 구조

너무 잘 알기에 성숙할 수 없는, 반부권제 사회의 구조     


3. 교육의 이유성숙한 인간 만들기

성숙의 문제는 사회구조의 문제이기에, 흐름을 바꿔야 한다

성숙을 위한 답, 그것이 궁금하다

트라우마의 삶과 성숙의 삶

성숙한 사람이 필요한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법

성숙한 사람의 공부법,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닌 너를 위한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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