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고달프고 또 재밌어
학부생 대상으로 한 특강을 잘 마쳤다.
지루해서 하품을 하는 학생도 질문이 많아 주어진 시간 내 모두 답변을 듣지 못한 학생도 있었다.
내가 제대로 도움이 되었는지 아닌 지는 잘 모르겠다.
교수님께서도 큰 의미를 부여한 특강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지나간 일이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은 마음속 이야기를 마구 적겠다는 내 브런치북 취지에 맞게 요즘 하는 생각을 편하게 적으려고 한다.
요즘 나는 조금 고달프고 또 재밌다.조금 고달프고 또 재밌어
백화점 안의 플라워 카페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주말 동안 일을 하고 나니 편도선염에 걸렸다.
잘 때 목에 스카프를 감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니 조금 나아졌다.
백화점이라 그런지 위생에 철저했고 마감 시간이라 설거지, 뒷정리 등 할 게 많아서 무리를 했더니 몸이 조금 고장 난 것 같았다. 다음 주 알바 가려면 그전에는 나아야지..
괜히 사서 고생을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직장에 다니고 있었으면 월급 꼬박꼬박 받으면서 월세 걱정 할 일 없고 생활비 때문에 아르바이트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그럼 편도선염에 걸려서 아플 일도 없을 거고, 주말이 부담이 되지도 않았을 텐데.
알바는 고되고 힘들지만 몸을 움직여서 돈을 버니 노동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쉽게 돈을 벌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많은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적어도 주말만큼은 제대로 된 노동이라는 걸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결정이니까 결과적으로는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몸이 아프니까 조금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고 또다시 한 주를 시작해야지!
요즘은 집안일이 제일 재밌다.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는데 대학원 과제도 있고.. 해야 할 공부가 있으니까 집안일이 너무 재밌다.
공부 한 시간쯤 하다가 빨래 돌리고 한 시간쯤 하다가 집 청소 하고.. 그런다.
학생 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시험 기간에 괜히 집 책장에 꽂혀 있는 세계사 책 들여다보고 그랬었다.
역시 사람은 목표가 있고 할 일이 있어야 뭐든지 더 귀하고 재밌게 느껴지는 것 같다.
3주 전부터 아침 6시에 일어나고 있는데, 미라클 모닝 같은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면 하루 종일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아서 6시에 일어나서 7시쯤에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도 대단한 건 아니고 집 앞 공원에 나가서 만보 정도 걷고 들어오는 게 전부다.
그래도 아침에 운동을 하면 저녁에 운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
무엇보다 요즘은 단풍이 예쁘게 들었고 시원한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지는 길을 한적하게 걷는 게 너무 좋다. 낙엽이 떨어지는 거리 사이를 지나는 것도 좋고 가득 쌓인 낙엽을 밟을 때 부서지는 소리도 좋다.
아침에 산뜻한 새벽 공기를 마시고 산책하고 돌아와서 따뜻한 물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너무 좋다.
조금 쉬다가 아침 공부를 하고 집에 있는 재료로 점심을 간단하게 차려 먹고 오후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가끔 기분 전환 삼아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나는 역시 집에서 공부하는 게 잘 되는 파인 것 같다. 집에서 떠들면서 공부를 해야 머리에 조금이라도 들어오더라.
이렇게 나의 평화로운 평일과 전쟁 같은 주말이 반복된다. 시간은 잘 간다. 벌써 연말이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내가 어느 정도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이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나는 회사를 다닐 때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동료와 팀장의 기운 없는 눈빛이 싫었다.
돌아보니 그게 나를 가장 힘들게 했고 퇴사를 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었다.
내가 있는 이곳이 누군가에게 진흙탕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
그럼 뭐 어때. 나는 내가 진주인 걸 안다. 왜냐면 나는 그 어떤 때의 나보다 빛내며 살고 있으니까.
가끔 조금 버겁고 힘들지만 내가 해낼 수 없는 일에 머리를 부딪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 특별하지만 크게 다를 것 없는 존재이니까 누군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