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원치 않는 것에는 힘이 빠진다
워라밸을 추구하기보다 워커홀릭에 가깝다. 내가 하는 일에 곧잘 매료되어 일이 곧 내 삶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일과 삶을 굳이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충분히 공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균형이 중요하겠지.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건 생각보다도 내게 중요한 문제다. 오히려 일을 하고 있는 그 시간이 즐거운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일만 하면서 사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라고 쓰는데 지금은 일만 하면서 살고 있네). 게다가 완벽주의 성향도 있다. 많이 내려놓고 좋아지긴 했으나 의식적으로 컨트롤하지 않으면 일을 할 때도 예술을 하려고 한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거나 누구도 크게 괘념치 않지만 내 눈에 보이고 거슬리는 디테일에 신경을 쓰니 말이다.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살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볼 때 바빠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바쁜 일상은 익숙하거나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바쁨은 빨리빨리 와도 연결되는 탓에 우리 삶에서 여유와 쉼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실로 갖기 어렵다. 오죽하면 쉼도 스케줄표에 넣으라고 하겠나.
오늘 아침에 읽은 신수정 님의 <일의 격> 글 꼭지들은 에너지의 흐름, 분배, 균형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다. 원치 않는 일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에너지를 줄였던 경험, (모든 순간은 아니었지만) 80의 비 핵심적인 일에도 동등한 에너지를 쏟고 허탈했던 경험, 고객의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내 기준을 들이밀어 서로를 힘들게 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에너지에도 총량이 있다는 말이 와닿는다. 물론 총량은 개인마다 다르고 용량을 확대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리밋은 있는 거다. 그러니 모든 일에 다 100의 에너지를 쓰지 말자. 알겠지 나야? 어제도 방전되어서 집 오자마자 씻고 침대에서 책 좀 읽어야지 하다가 스탠드를 켜고 잤다. 안목을 길러야겠다. 중요한 20을 발견하는 안목, 고객의 수준과 관심사를 발견하는 안목,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안목을. 물론 시행착오는 있을 수도 있고 둘러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게 지금인 것 같아서 조금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보다는 다시 제대로 조정하는 쪽으로 마음먹기.
북클럽에서 다른 멤버분들과 나눔 하면서 모닝페이지+마인드맵 조합을 시도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써서 비워낸 뒤 그 속에서 키워드를 찾아 요즘의 고민, 관심사, 중요한 일 그리고 보다 덜 중요한 일들을 찾는 방법이 좋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그리고 생각을 솎아내는 작업을 거쳐야겠다. 평소에 계획을 잘 세우는 편도 아닌 데다 지켜지지도 않을 계획을 세워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계획 그 자체보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의미 있고 중요하다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어차피 뜻대로 안될 인생이고, 예상치 못한 (생각지도 못한 좋은 혹은 마음을 힘들게 하는) 일들이 무수히 많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계획은 변경되더라도 그 계획이 향하는 지향점은 명확하길. 나의 북극성 만들기.
오늘 읽으며 좋았던 부분을 정리해 보았다.
1. 나의 북극성 발견하기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질문들이다.
하지만 요즘의 내게 필요한 질문.
[어려움과 고민이 들 때 답을 찾는 질문]
1) 내가 얻고 싶은 결과는?(원하는 것)
2) 나는 왜 그것을 얻고 싶은가? (목적)
3) 어떻게 하면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가?(실현 전략)
4) 그것은 내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의미)
5) 지금 내가 할 일은?(행동)
신수정 <일의 격> p.59 - <스스로 답을 찾는 힘> 호리에 노부히로, 예문 아카이브에서 발췌
2. 북극성으로 가는 과정 설계하기
계획을 세우고 이루려 노력은 해야 한다. 하지만 인생이 내가 주는 예상치 못한 기쁘고 즐겁고 놀라고 황당한 일들을 열린 마음으로 보자. 예상치 못했다는 건 내 생각과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일들이니까 어쩌면 오히려 좋은 걸지도?
be curious
be optimistic
be tenacious
be flexible
be a risktaker
broaden my horizons!
-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은 계획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마시라. 호기심, 낙관성, 끈기, 융통성, 위험 감수의 태도를 갖고 열린 태도로 세상을 보고 꾸준히 공부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해 봐.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우연한 일이나 예기치 않은 귀인이 여러분들을 인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에 맞게 계획을 재조정해 가면 된다. 앞으로의 시대는 계획보다 실험이, 지도보다 나침반이 더 중요하다
- 지금, 여기를 멋지게 살면 되는 것을.
신수정 <일의 격> p.51-52
3. 북극성을 향해 내 에너지 쏘기
하지만 분배와 균형이 중요하다. 무조건 100이 아니라 고객의 수준과 프로젝트의 유형에 따라서 목표에 차등을 두고, 20의 핵심적인 일은 더 잘하려는 고민 80의 비 핵심적인 일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하려 고민해야 한다.
원하지 않는 것을 없애려는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원하는 것에 에너지를 쓰는 게 더 낫다.
신수정 <일의 격> p.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