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barnet in Denmark
[1_Red barnet]
SNS를 한다는 게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는 걸 깊이 생각한 지 꽤 되어서 불특정 다수가 읽는 블로그 외(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것의 사용을 의도적으로 중단했었다.
나는 해외에 거주를 주로 했던 터라 내 소식을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내 생각을 알리기 위해서 사용했었는데, 누군가는 그것을 과시용으로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대해서. 아주 오랜만에 한 번씩 피드를 올리면 친구들은 요즘 왜 이렇게 뜸하냐며 좀 자주 올리라고 댓글을 달았고(그러면서 자기들은 올리지 않는 아이러니한... 나도 한국에서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은데! 요즘은 그래서 나처럼 인터넷을 활발히 하는 친구가 아닐 경우엔 통화를 하기도 한다. 이전엔 통화라는 걸 엄청나게 싫어했던 사람) 요 근래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에게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좀 뜸했다 얘길 했더니 그렇게까지 생각하시는 건 좋지만 내 생각이 그렇다면 남들이 어떻게 보든 게시물을 자주 올려달라는 얘길 들었었다.
너무 얽히고설켜있는 사회의 여러 면들이 좀 복잡해서 생각을 하지 않고 싶을 때가 있다. '그냥, 나는 나예요! 간섭 말아요! 요! 요!'라는 DJ DOC의 노래 가삿말처럼 그냥 그렇게 다 내려놓고 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오후스에 갔을 때 길거리에서 Red Barnet이라는 펀드레이징 하는 단체를 만났다. 잠시 시간 있냐면서 얘기 좀 들어주겠냐며. 바쁠 일 없던 나는, 얘길 해보라고 했고 본인의 소개를 'Red Barnet'이라고 소개하며 아냐고 물어보길래, 기억을 더듬어 'Save the children Denmark' 아니냐고 했더니 흠칫 놀라며 그렇다고 했다(그도 그럴 게 여기 와서 봉사활동이나 해볼까 싶은 마음에 CSO 검색을 했었었다). 몇 살이냐고 묻더니 '응, 38살(international age)!'이라고 했더니 놀란 기색을 감추지 않고 긴 얘기를 꺼내더라.
"덴마크 내 아동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십니까(이하 높임말 생략)?"
이 질문에 난, 'it depends'라고 짤막하게 대답했고, 그도 그럴 게 너무 뻔히 의도가 보이는 질문에 'Yes'를 하기 싫었던 것도 있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설명,
"물론, 어린아이들에게 어떻게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있는지 교육하는 것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 덴마크의 경우, 한 반에 두 명 꼴로 인터넷 불링(bullying, 괴롭힘, 또는 사이버 불링으로 쓰임)을 당하고 그 결과로 아동들과 가족 모두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 처해진다. 이런 것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 단체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핫라인을 개설해서 심리상담을 해주고 있다. 주 5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까먹었다) 운영을 하고 있는데 그게 충분하다고 보느냐?"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를 들어 봉사자로 운영이 되거나 또는 전문 인력을 위주로 운영이 되거나. 여기서 질문, 덴마크 한 반 아동의 수는 몇 명 정도인데 두 명 꼴로 인터넷 불링을 당하느냐?"라고 물었더니, 본인도 덴마크인이 아니라서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25명 내외일 거란 대답을 줬다. 그리고 핫라인을 7/24로 가동하기 위해 모금을 하고 있고 거기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지 짤막하게 물었다. 그리곤 순식간에 태블릿 PC를 이용한 기부 강권. 중간에 하지 않으려면 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오후스 라멘 맛집을 포기(대략 한 번 맛집을 찾아가는 것과 한 달 기부 금액이 같았다)하고 기부를 해보기로 했다(일회성 기부나 직접 봉사활동을 해오던 내가 이리 단기가 아닌 기부를 할 줄은, 그것도 덴마크에서...).
어쨌든 그리 기부를 하기로 하고 자리를 뜨는데 별의별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왜 덴마크에서 기부를 하지? 저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면 기부할 생각도 못했을 텐데(덕분/탓을 하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의 어떤 순간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거다)... 덴마크보단 그냥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부/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덴마크에서 생활한 지 2년이 넘었으니 이 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것도 재밌겠군. 25명 중 2명이라, 전화 상담으로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운영은 봉사자 위주로 되려나? 전문인력도 있다고 했는데 24시간으로 증설 운영되면 인건비도 커지는 게 아닐까? 등 등의.
SNS에서 이런 얘기로 넘어오긴 했는데, SNS를 하는 것... 화자나 청자나 같은 마음(사람 마음이 어찌 다 같을 수 있겠냐만은)으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서로의 안부(선을 넘지 않을 만큼의)를 확인한다는 차원에서만 사용되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