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보다는 B
#급식보다는 도시락
점심시간만큼은 아무 말을 안 해도, 아무 표정을 짓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고 싶다.
선생님들이 불편한 건 절대 아니다. 급식이 맛없는 것도 아니다.
선생님들인 우리가 모이면 대화의 이슈는 당연히 아이들이다.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들 얘기를 듣는 게 어느 순간 편치가 않았다.
음식을 입으로 먹지만 코로 다시 내뱉고 귀로는 업무 얘기를 집어넣는 느낌이랄까?
수업과 업무를 떠나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서 과일, 고구마 등을 간단하게 싸 온다. 벌써 4년째 급식을 먹지 않고 있다.
#다리 뻗고 눈을 감을 수 있는 안식처
교사 휴게실, 화장실, 누구도 잘 찾지 않는 빈 교실, 회의실
전화로 하소연할 때, 감정을 쏟아야 할 때,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학교에서 혼자만의 공간을 찾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도 어떻게든 찾아본다.
단 5분이라도 잠깐 다리를 쭉 뻗고, 눈을 잠시 감을 수 있는 안식처가 필요하다.
#학교에서 제일 편한 시간은?
오늘의 수업이 끝났을 때
7교시 수업이 있는 날은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5교시쯤 수업이 모두 끝났을 때, 종례까지 남은 시간 동안은 좀 더 여유 있게 밀린 업무를 처리한다.
커피 한잔을 딱 내리고 초코칩 과자 한 봉지를 딱 뜯으며!
교무실에 나 혼자일 때
다른 선생님들은 수업이 있고 혼자 수업이 없을 때 넓은 교무실에 혼자 남는다. 이 넓은 공간이 다 내 것이라는 괜한 자유로움을 느껴본다.
콧노래도 부르고 핸드폰으로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본다. 역시나 맛있는 커피도 빠질 수 없지! 향기가 진한 핸드크림도 맘껏 바른다.
거울을 보고 화장도 고쳐본다. 오늘 좀 셀카가 잘 나올 거 같다? 찰칵!
#전화보다는 메신저
콜포비아라고도 한다는데,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지만 그래도 전화보다는 메신저가 편하다.
보통 업무전화나 학부모님과의 전화가 많다. 개인적인 대화 내용을 교무실에 계신 다른 선생님들이 같이 듣는다는 것이 편치 않다.
말투와 단어 선택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메신저로 내용을 보내는 게 더 편하다.
#전체회식보다는 소규모 회식
소규모에 더 강한 편이다.
평소에 시간을 오래 보내는, 친밀한, 소수의 선생님들과의 친목 도모식의 회식이 좋다.
학교 이야기에 같은 공감대로 대화를 더 깊게 할 수 있다.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고 즐겁다.
전체회식이거나 관리자 혹은 조금이라도 낯선 분이 같이 하는 자리면, 어색하고 당연히 입이 닫힌다.
신규일 때, 전체 회식자리에서 MC를 맡으라는 명을 받아서 게임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전체 회식에 대한 트라우마가 이때 생긴 걸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