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2018
“얘들아 수업 내용 이해 되니?”
…..(대답 없는 아이들)
“이해됐으면 박수 쳐볼래? “
짝짝(박수치는 아이들)
지금 생각해도 참 웃픈 상황이다.
2018년, 교사가 된지 두번째 해였다.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다. 신규 티를 벗고 조금은 늠름해진 담임이 되겠어! 다짐하고 교실을 들어갔다.
어라? 되게 조용하네. 새 학기라 그러겠지?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심지어 갈수록 침묵은 길어졌다.
담임인 나도, 수업에 들어오시는 교과 선생님들도 참 애를 먹었다.
교과선생님들은 우리 반에 수업 갔다 오시면 늘 푸념을 늘어놓으셨다.
“샘 반 아이들 무슨 일 있어? “
“수업시간에 반응이 없어서 너무 힘들어”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조종례시간에 얘들아 수업시간에 말 좀 하라고 닦달했지만 당연히 통할 리가 없었다.
그러던 중 5월 15일 스승의 날이었다.
아침 조회시간, 복도에서도 침묵이 느껴지는 우리 반.
교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어..?
눈앞 교탁에 카에이션 화분과 케이크, 롤링페이퍼가 있었다. 고개를 돌려 칠판을 보니 풍선이 달려있고 스승의 날 축하 멘트가 적혀있다.
다시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은 아무 말 없이 그림처럼 앉아있었다.
“얘들아.. 스승의 날이라고 나 위해서 준비한 거야?”
“….”
“우와 고마워 감동이야..”
“…. “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 더욱 감동받았다.
텐션을 더 끌어올리려고 일부러 더 과장해서 리액션을 했다. 여전히 아이들은 입을 다물고 말똥말똥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얘들아,, 혹시 누가 억지로 시켰니..?”
“…. “
“고마워,, 케이크 같이 나눠먹을까?”
“….”
나 혼자 감동받고 사진 찍고 질문하고 대답하는
말 그대로 원맨쇼 스승의 날 파티였지만,
그날은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사실 그동안 아이들의 무반응이 참 힘들었었다.
나도 내향적이라, 침묵하는 아이들의 입을 열게 하고 움직이게 만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담임으로서 역량의 문제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날 알았다. 그냥 아이들의 성향이구나.
말로 표현을 못할 뿐, 마음은 나랑 같구나.
아이들의 성향을 먼저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대답하라, 표현해라 했던 게 후회스러웠다.
해마다 만나는 학급 아이들은 분위기도, 성향도 모두 다르다. ‘학급은 꼭 이런 모습 이어야 해’라는 모범 답안은 절대 없다.
교사로서 학급의 성향과 분위기를 파악하고 이해하고 그에 맞춘 수업과 학급 활동을 제안하는 것도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그해 아이들 중 몇 명과는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는다.
군대 간 아이는 휴가 나와서 음료수를 들고 찾아오기도 하고, 대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술 사달라고 연락이 온다.
이제는 너네 그때 왜 그렇게 말을 안 했냐고 같이 웃으며 추억을 나눈다.
보고 싶다 3학년 6반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