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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득 Feb 28. 2023

성추행을 당하다



내가 남자로 태어나서 그런지, 나에게 일어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다. 때는 어학원이 끝나갈 무렵.


 그 당시 매주 금요일이면 어학원 근처에서 열리는 라틴 파티를 가, 남미애들과 시간을 자주 보내곤 했다.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했는데, 지금껏 가봤던 파티 중 나와 가장 잘 맞았고 그 순간은 오직 즐거움이 나를 지배했다.


 파티에 가자마자 데낄라 샷을 마시고 스테이지로 가 다 같이 몸을 노래에 맡긴다.

라틴 음악 중 가끔 아는 노래가 나오면 함께 노래도 부르고, 어깨동무하고 덩실덩실 춤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밤 11시쯤, 그날도 어김없이 파티는 후끈 달아올랐고, 모두들 음악과 술에 취해 놀고 있었다.


 유독 그날따라 사람이 많아 몸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고, 가끔은 민망한 곳에 접촉도 있었다. 하지만 그저 ‘사람이 많아서’라고만 생각했고, 친구들과 함께 왔으니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저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접촉이 잦아졌고, 스치는 걸 넘어서 그 이상을 시도하려 했다.(표현하는 것도 기분이 더러워서 못하겠다)


 춤을 추는 척하며 곁눈질로 주위를 지켜봤는데, 이게 무슨..?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친구의 시도들이었다. 실수인 건가? 얘가 왜 나한테? 이게 무슨 상황이지? 처음 겪는 상황인데 범인이 내 친구라니. 너무 당황해 어이가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애가 술이 취해서 사리분별을 못하는 건가 싶어, 따로 말하진 않고 다른 친구 쪽으로 슬금슬금 옮겼다.


이미 이때부터 말도 안 되는 이 상황 때문에 내가 피하고 있다는 것 자체부터 최악이었지만, 혹시나 술에 취해 오늘만 실수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꾹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결국 선을 넘었다. 술에 취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내 옆으로 와 자꾸 몸으로 날 밀었고, 그만하라고 한 마디 하려던 찰나에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집 가서 맥주 한잔할래?’ 


 정말 유혹하려고 저런 눈으로 쳐다보는 건지, 눈을 반만 뜨고 평소와는 다른 느끼한 말투로 저 말을 뱉었다. 친구고 뭐고 그냥 정이 뚝 떨어졌다.


 듣는 순간 오늘부터 이 무리랑도 결국 안녕이구나 생각했고, 참고 있던 화가 결국 터졌다. 노랫소리가 너무 커 내 말이 잘 들릴 수 있게 고막을 살짝 막고,


“get the fxxk out from”


손가락 욕을 하며 귀에 대고 영어와 한국 욕을 섞어가며 한참을 퍼부으니 그제야 속이 뻥 뚫렸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만났을 때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꼴도 보기 싫어서 더 이상 그와의 연을 끊었다.


같은 무리였던 그 친구들도 결국 알면서 내버려 두었다는 방관자라는 생각과 혹시나 나를 일부러 놀려먹으려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어학원이 끝날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베스트에서 ‘워스트’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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