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일상을 한권으로 정리하며.

by 글쓰는 외과의사


전공의 일기를 연재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처음엔 흘려보내기 아까운 일상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일기로만 남겼다. 하지만 혼자 간직하기보단 글을 타인과 공유하자 나의 일상이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개인 SNS에 처음 장문의 글을 공유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1년 간의 인턴 수련이 끝난 것에 대한 홀가분함과 앞으로 다가올 레지던트 수련에 대한 두려움이 담긴 글이었다. SNS에서 갑자기 너무 진지한 척을 하는 건 아닌지, 이 글을 읽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지, 두서 있게 글을 쓴 것은 맞는지. 게시물을 올리고 나서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자의식 과잉이었다. 우려와는 다르게 많은 친구들이 공감해주었고 응원해주었다. 글로써 타인과 함께 했던 나의 인턴 수련 마지막 날은 덕분에 더욱 풍성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시작이었다. 내 삶에 '글쓰기'란 항목이 들어온 첫 순간이었다. 기록을 남길 수록 일상이 빛나고 소중해졌다. 그런 글의 힘을 몸소 느끼면서 한두편씩 꾸준히 글을 써왔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소한 일상의 소재가 글이 될 수 있었다. 퇴근길에 마주친 보호자가 소재가 되기도 했고, 점심시간 짧은 대화가 글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하루하루 맞이하는 일들을 소재로 글을 쓰다 보니 일상을 더욱 면밀히 관찰하게 되었다. 더불어 그 일상들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은 어떤지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다 보니 '나'란 사람에 대해 조금씩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하나둘씩 쌓인 글들은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그 무엇보다 나를 더 잘 나타내 주었다.


앞으로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은 평생 가지고 갈 예정이다. 의사를 평생 직업으로 할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란 직업은 내겐 평생 직업 중 하나이다. 남은 1년 반의 전공의 생활도 전공의 일기와 함께 할 것이다. '병원의 일상이 글이 되는 곳' 2편은 또 어떤 일상을 담을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성장하는 의사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성공한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성공한다.'


2년 전 나에게는 뜬 구름 잡는 문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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