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일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머리부터 좀 비워내고요. 분명 나는 하나인데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자아가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싸우거든요. 재즈 콰르텟이 아니, 퀸텟이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제 할 말만.. 볼륨 조절도 없이 빼액- 우선은 난잡한 이 머리부터 진정을 시키고 싶어요. 다음은 짐을 좀 줄이고 싶어요. 딱히 필요치도 않고 자주 쓰지도 않는 물건에 굳이 의미를 줘가면서 이고 지고 사는 것 같아요. "이 옷은 최근 5년간 한 번도 입은 적이 없잖아" (유행은 돌아올 거야), "이 책은 밑줄만 그었지 마음속에 남는 게 있어?" (밑줄 그은 책은 되팔 수 없어) 등 핑계를 대면서 먼지랑 친구하고 있어요. 봄이 왔으니 이제는 이 미련한 마음들도 지나가는 마지막 바람에 다 훌훌 실어버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가장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싶은 건 아침의 나예요. 7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저는 최소 6시 혹은 6시 30분부터 알람을 켜두거든요. 그렇다고 30분을 개운하게 더 자는 것도 아니에요. 일어나야 한다는 인지와 몸을 일으키는 행동까지의 시간이 그만큼 걸리는 거예요. 밍기적 거리다가 다시 잠에 들 때도 있고,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7시 5분쯤에나 헐레벌떡 일어날 때도 있어요. 7시에 일어날 거라면 알람은 7시에 딱 한 번만, 그리고 군말 없이 아니 뭉그적거리는 예열 없이 바로 일어나고 싶어요. 이 둔한 아침 시간만 없었더라도 제 인생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간결했을 거예요. 개운했던가.. 생각과 행동까지가 길지 않은 일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면 머릿속 재즈콰르텟도 얌전할 테고, 추억에 묻어뒀던 물건들도 쉽게 정리할 수 있을 거고,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나겠지요. 마침 4월이고 마음의 먼지들도 훌훌 털어내기 좋은 날이니까요. 4월의 마음가짐은 '군더더기 없는 삶'으로 정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