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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Sep 13. 2019

롱이 병원에 가다


  힘든 하루였다. 아침 6시 30분, 밤새 신음하는 롱이를 보다 못해 24시 동물병원으로 급히 차를 몰았다. 그동안 쭉 다니던 병원이 있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두고 9시 30분 진료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며칠 전, 방광염으로 병원에 다녀온 롱이는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다시 밤새 끙끙 앓는소리를 했다. 끔찍히 롱이를 아끼는 아내와 나는 당연히 한숨도 못 잤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다니던 병원 진료시간에 맞춰보려고 했지만 그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부랴부랴 24시 동물병원을 수소문했다. 몸무게 9킬로그램의 거구를, 그것도 맹수처럼 사나운 녀석을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힘든 일이건만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천신만고 끝에 응급처치를 마친 후 입원시키라는 의사의 권유를 마다하고, 작은 케이지 속에 며칠을 갇혀 지내야한다고 생각하니 차마 그냥 두고 올 수가 없었다, 아이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자 케이지 속에서 으르렁거리는 녀석을 담당의사도 어떻게 하지 못하겠는지 보호자가 알아서 좀 데리고 가란다. 어찌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을까마는 그래도 응급처치로 목숨만은 살려주었으니 고마운 마음에 아이를 어르고 얼러서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요도에 연결되어있는 소변줄을 제거하고 한 숨 돌리려는데 다시 아이가 소변통을 들락날락거리며 안절부절 못했다. 요도에 연결된 관을 타고 소변이 흘러나와야 하는데 아무래도 관이 막힌 것 같았다. 진료시간 마감 전에 가까스로 본래 다니던 병원에 가서 막힌 요도를 뚫고 돌아오니 그제야 오줌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아픈 롱이 때문에 두 아들 모두 일찍 집에 돌아와 초긴장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는데 오줌 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는 다들 좋아라고 박수를 친다. 세상에나 온 집안에 오줌 싸고 돌아다니면서도 칭찬 받는 녀석이 우리 롱이 말고 누가 또 있을까?

2019. 07. 19. hyunhae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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