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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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온한 아침이었다.
새벽 6시가 좀 넘어 '엄마'라고 찍힌 카톡 알림이 떴다. 멈칫하다 숨을 들이키며 창을 열었다.
아빠가 밤에 나갔는데 아직 못 찾았어.
읽자마자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엄마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10년 전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아빠는 최근 치매 초기로 접어들었다. 여러 어려움 중 밤낮이 뒤바뀌어 잠을 못 이루는 것을 가장 힘들어했다. 며칠씩 밤샘을 한 후에는 눈빛과 표정이 완연히 딴사람이 되어 버렸다. 본인이 한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기억 못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툭하면 나가거나 길을 잃고는 했다. 아빠 때문에 같이 잠을 설치는 바람에 엄마가 방문 앞에서 깜박 잠든 중에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전에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에 누군가가 도망가라 외치는 목소리를 들었다며 집을 나가 지구대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아파트 입구 CCTV를 통해 확인한 것은 아빠가 12시를 지난 시각 택시를 타는 모습뿐이었다. 어두운 밤이고 거리가 멀어 택시 번호판 식별이 불가능했다. 겉옷 하나 걸치지 않은 잠옷 차림에 휴대폰도 지갑도 두고 나간 상태였다. 당연히 택시 요금을 내지 못했을 텐데 경찰서에 신고 접수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경찰이 찾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엄마의 말에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휴대폰 캘린더를 펴고 일주일과 한 달의 일정을 살펴봤다. 우선 당일로 체크된 미용실 예약을 취소했다.
그다음 날 3주 차에 들어가는 소설창작수업의 환불 규정을 검색했다. 작년부터 일이 생겨 계속 미뤄 온 수업이라 며칠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일정들을 조정하고 메모한 후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아침 준비를 했다. 아이들을 깨우고 식탁을 차리렸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둘째가 아침을 몇 숟갈 입에 넣다 와락 토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어머, 왜 그러니?
아이를 데리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아직 아빠를 찾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시간이니 곧 찾을 수 있겠지. 3월의 옅은 햇살이 비치는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며 생각했다. 휴대폰 검색창에 검색한 오늘의 날씨는 역시나 최저 기온이 10도 미만인, 한낮과의 경사가 심한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었다.
눈가가 뜨겁다 느끼는 순간 눈물이 뚝하고 떨어졌다. 얼른 고개를 숙였지만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왈칵 밀려내려왔다. 누가 볼세라 몸을 돌리고 마스크 안을 연신 훔쳐냈다.
소아과에서 오랜 대기 끝에 진료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빠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빠가 집을 나간 지 10시간도 더 지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