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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May 04. 2024

‘상품’의 정체

사이토 고헤이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읽기

‘부’를 창출하고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노동’입니다

(수리, 유지보수 역시 노동의 본질적인 역할입니다),

인간은 남들과 협력하고 자연에 작용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고, 자연을 자신의 욕망에 맞게 변형해

부를 풍요롭게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러한 사회의 ‘부’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상품’으로

변질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도심의 공원을 개간해 고층아파트와 쇼핑몰을 짓고, 숲을 깎아

골프장을 만들고, 태양광 패널을 수없이 깔아 놓은 메가 솔라

를 짓는 것 말입니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가 ‘물’일 것입니다. 필자가 어렸을 때

식수는 ‘상품’이 아니라 수도에서 공짜로 마실 수 있는 것이었

습니다. 패트병에 담긴 물이 ‘생수’라는 ‘상품’으로 정착된 지는

지난 30년 전부터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돗물의 본질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는데, 수돗

물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원래 아무렇지 않게

마시던 물을 일부러 돈을 주고 마시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감성

과 욕구가 상품 중심 사회 속에서 변한 것입니다. 그 결과 기업

은 돈을 버는 반면, 우리 지갑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에 너무 익숙해져서 어

쩌면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하지 않

으며, 풍요의 전제가 아님을 깨닫도록 마르크스는 『자본론』 첫

머리에서부터 호소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물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의 부가 ‘상품의 거

대한 집적’으로 나타나 자본주의다운 사회가 성립한 것은 비교

적 최근의 일입니다. 미국 도시에서도 제2차세계대전 이전에는

다들 집집마다 텃밭에서 다양한 채소를 키우며 자급자족하고

이웃에게 나눠 주며 살았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사회라는 체제

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당연한 제도인 듯하지만 역사를 돌이

켜 보면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도 상품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

부분은 교역품이나 사치품이었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만들거나 함께 모아서 나눠 쓰며 살았습니

다. 돈을 주고 사는 상품의 영역은 한정되었고, 사회의 부가 ‘상

품의 거대한 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상

품이 되었고, 상품에 의존하지 않고 살기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대신 시중에는 매력적인 상품이 넘쳐 납니다. 돈만 내면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의 삶은 ‘풍

요로워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이 상품화 때

문에 사회의 풍요가 사라지고 오히려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을

마르크스는 일관되게 문제 삼고 있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언뜻 보기에 역설적인 이 사태를 좀 더 자세

히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arte 2024, 28~30.



2024.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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