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고헤이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읽기
마르크스는 독일 예나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역
신문인 《라인신문》에서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일을 했습니다. 특히 1842년,
이 신문의 편집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목재 절도에 대한 기사를
여러 차례 썼습니다.
당시 독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밥을 짓거나 겨울을 나기 위해
근처 숲에서 나뭇가지를 주워 갔습니다. 나뭇가지는 생활에 없
어서는 안 될 모두의 ‘부’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도
둑질‘로 규정하는 법이 만들어지면서 나뭇가지를 줍던 사람들
이 기마경찰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영화 <청년 마르크스>(2017)의 첫 장면에서도 인상적으로 그
려지는데,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조차 지주는 사유재산으로 묶
어 놓고 ‘장작이 필요하면 돈을 주고 사라’며 농부들에게 가차
없이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활에 필요한 나
뭇가지는 누구나 주워다 쓸 수 있었는데, 자본주의에 의한 사물
화(私物化), 상품화가 저 지경까지 왔다는 것은 마르크스에게 큰
중격을 주었습니다. 그런 ‘상품’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를 통
렬하게 비판한 마르크스는 당국의 눈에 띄었고 《라인신문》도
폐간되었습니다. 결국 마르크스 가족은 파리로 이주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의 ‘부’가 ‘상품’으로 변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가격표가 붙은 ‘매물(賣物)’이 된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코먼(common, 모두의 공유재
산)‘이던 ’부‘가 자본에 의해 독점되어 화폐를 이용한 교환의 대
상, 즉 ‘상품’이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음료 제조업체가 미네
랄이 풍부한 물이 솟아나는 지역 일대의 땅을 사들이고, 그 물
을 페트병에 담아 ‘상품’으로 팔아 치웁니다. 그동안 지역 주민
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던 수원지는 출입이 금지되고, 물을 마시
려면 슈퍼나 편의점에서 살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것이 상품화
입니다.
물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생활에 필요한 것이라도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됩니다.
미국의 의료를 생각해 보세요.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인 미국에
는 당연히 의사, 병원, 의약품 등 의료 자원이 충분합니다. 그런
데도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의료가 ‘희소성’이 있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보험업과 제약회사가 돈을 버는 것입니다.
반면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코스타리카 사람보다 짧습니다.
자본주의는 인위적으로 ‘희소성’을 만들어 사람들의 삶을 가난
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왜 자본주의는 이렇게 불힙리한 짓을 할까요?
[출처]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arte 2024, 30~33.
2024. 5. 15.
『자본론』은 ‘부’에서 시작된다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