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고헤이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읽기
애초에 ‘자본’이란 무엇일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이 어느 정
도 액수의 돈이나 금전적 가치가 있는 물건(기계, 건물, 금융자산)
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
본은 ‘돈’도 아니고 공장이나 기계, 상품과 같은 ‘물건’도 아닙니
다. 마르크스는 자본을 “운동”(165~167/197~198-옮긴이)으로 정
의했습니다.
어떤 운동인가 하면, 끊임없이 가치를 증가시키면서 자기 증
식하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을 ‘G-W-G′‘라는 공식으로 나타냈
고, 마르크스는 이를 ‘자본의 일반 공식’이라 불렀습니다. ‘G’는
독일어로 화폐를 뜻하는 ‘겔트(Geld)’, ‘W’는 상품을 뜻하는 ‘바
레(Ware)’의 머리글자입니다.
‘사용가치’를 위해 생산이 이뤄지는 사회에서 신발 가게 주인
은 신발을 만들어 팔고, 그렇게 번 돈으로 예컨대 빵을 삽니다.
빵을 다 먹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이 운동을 공식화하면
‘W-G-W’, 즉 ‘물건-돈-물건’이 됩니다.
이에 반해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원금인 돈으로 신발을 만
들어 팔고, 손에 쥔 돈으로 또 신발을 만듭니다. 그것이 팔리
면 더 팔릴 것 같은 신발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돈을 투자합니
다. ‘G′’는 첫 번째 ‘G(돈)’에 수익이 더해진 상태를 나타냅니다.
‘G-W-G′’ 운동을 계속 반복하면서 원금을 점점 늘려 가는 것입
니다. 수익이 발생한다면 신발이든 가방이든 무엇이든 만들면
됩니다. 사용가치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돼 버립
니다.
요컨대 자본이란 돈 버는 운동이고, 이 돈 버는 운동을 끝없
이 지속하는 것이 제1의 목표가 되는 사회가 자본주의입니다.
[출처]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arte 2024, 62~63.
2024. 5. 20.
『자본론』은 ‘부’에서 시작된다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