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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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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Jun 04. 2024

‘생산이라는 숨겨진 장소’

사이토 고헤이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읽기

노동자가 처한 불합리한 상황과 자본이 야기하는 심각한 노

동문제를 다루기 전에, 자본가가 어떻게 가치를 높이고 자본을

축적하는지 그 원리를 간단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G-W-G′’라는 일반 공식이 암시하듯, 수중에

있는 자금을 주머니에 쌓아 둔다고 해서 가치가 증가하지는 않

습니다. 수전노(守錢奴)같은 태도는 자본주의에서는 불합리합

니다.          



자본가가 되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투자해 ‘팔릴 것 같

은’ 물건을 계속 생산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본을 늘릴 수 있

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주식이나 외환 등

의 방법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가치는 “생산이라는 은밀한 장

소”(189/232)에서만 증가한다고 마르크스는 말합니다.          



무슨 말인지 단순화해서 알기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노동자가 일당 1만 엔에 여덟 시간을 일한다

고 가정합니다. 자본가는 그에게 하루 일을 시키고 1만 엔을 줍

니다. 그날 하루의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가치가 1만 6000엔

이라면, 노동자의 일당을 뺀 6000엔이 자본가의 이윤이 됩니다.

이를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라고 불렀습니다. 이 잉여가치에

의해 자본은 증가하는 것입니다.          



‘6000엔은 너무 많으니 4000엔만 벌라’는 문제가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노동력’을 판매한 대가로 받는

임금보다 더 큰 가치를 자신의 노동으로 창출한다는 사실입니

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의 노동력은 자본가에게 ‘살 가치가 없

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경우를 자본의 일반 공식에 대입하면, 자본가는 1만 엔

(G)으로 ‘1일분의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사서 신발(W)을 만들

고, 그것을 팔아서 1만 6000엔(G′)을 손에 쥔 것이 됩니다.          



그중 1만 엔으로 다음 날도 일하게 하고 다시 1만 6000엔을 손

에 넣으면 처음 1만 엔이던 ‘G’는 2일분의 잉여가치인 1만 2000

엔이 더해져 2만 2000엔이 됩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노동자를

두 명 고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하루에 창출되는 잉여

가치도 두 배로 늘어납니다. 가치가 가치를 낳는 운동이 끝없이

반복되면서 자본은 점점 더 증식하는 것입니다.          



가치는 그 자체가 가치이기 때문에 가치를 낳는다는 신비한

성질을 부여받는다. 가치는 살아 있는 자식을 낳거나 적어도

황금의 알을 낳는다.(169/201)          



인간의 노동을 통해 가치가 가치를 낳는 자기 증식 과정은 누

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가치의

‘신비한 성질’이 노동자를 몰아붙이는 것입니다.           



 [출처] 제로에서 시작하는 자본론, 사이토 고헤이 지음, 정성진 옮김, arte 2024, 6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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