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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비바티 Mar 23. 2021

제가 쫌 다르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자연이라면 다 좋지만 산 정상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어렸을 때부터 조금 달랐던 나.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십대 때부터 남들과 좀 다른 면이 있었다. 


십대 때의 나는 참 소심하게 방황하는 아이였는데, '불합리한 사회', '학교라는 틀'(쓰면서 손이 오그라든다)이 어찌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집단 생활을 잘 못하는 것은 아니어서, 사실 나는 늘 모범생 소리를 들어왔다. 

이해하기 힘든 틀에 갇히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했지만, 규칙은 누구보다 잘 지키고 윗사람 말을 잘 듣는 한국형 사회화가 잘된 모순성이 나에게 혼재해왔다.


학교를 그만둔다고 했다가 엄마 속만 잔뜩 썩이고 당연히 절대 안된다는 답을 듣고 일단 포기했던 고2 시절.

그 다음에는 대학을 안간다고 했다가, 온화한 성품의 아빠가 매우 진지하게 '한국에서 대학은 나와야 한다'라고 설득하셔서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내가 대학 이외에 다른 계획이라도 있었거나 했다면 부모님도 무조건 안된다고 하시진 않으셨을 것 같은데, 당시 나는 그냥 대학은 돈 낭비하는 쓸데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가 싫었다.


물론 그 생각은 대학을 졸업한지 몇 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졸업 후 남은 건, 몇 년 동안이나 학자금 대출에 힘겨워하셔야 했던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과,

최대한 장학금을 타고 용돈을 벌기 위해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학창시절의 기억 뿐.

아니, 사실 학사 학위도 남는 거라고 할 순 있겠다. 이거 하나 때문에 그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인 거니까. 

후회를 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안하려고는 하지만 '만약...했다면'의 부질없는 생각이 가끔씩 고개를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만약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다면 고3의 나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쓸데 없는 생각에 대한 나의 확고한 대답은 

'대학을 안가고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일찍 갔었을 것'이다. 



산과 겨울을 좋아하게 된건 백프로 캐나다 때문.


내 이력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던져지거나.



나의 특이한 이력 중의 최고로 꼽히는 것.

스물 두 살에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그대로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4년여를 살면서 영주권을 딴 것.

그러고 중간에 한국에 들어와서 몇년 살다가 다시 캐나다로 가서 좀 살다가 한국으로 아예 들어왔다. 


그러면서 나는 한 일도 참 다양하다. 


나는 옛날부터 그림도 그렸고, 영어회화도 오래 재미있게 가르쳤고, 번역도 하고, 서비스직이랑 행정일도 했었고, 영상도 만들고 글도 가끔 쓴다. 

한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게 재밌다는 것은 아마 작년쯤부터 깨달은 것. 

학교 에세이나, 보고서를 쓰거나 하면서도 내가 '소설'을 잘 쓰는 구나, 하는 생각은 한 적이 있었지만, 

작년에 제주도로 이사가면서(이것도 특이한 점!) 브런치 글을 시작했던 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 글은 몇달 쓰다가 일이 바빠지고, 몇달 후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서 흐지부지되어 부끄러움에 일단 비공개로 바꾸었다. 나중에 언젠가 다시 잘 엮어서 올려야지. 



고민이 많습니다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돈 버는 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는 전부터 고민이었다. 하나만 고르기에는 아깝다. 그리고 하나만 고르면 나는 그 한 분야에서는 완전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으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게 단점인 것 같지는 않은데,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단점으로 보여질 때가 종종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


그래도 요즘은 자존감을 꽤 되찾고, 시야를 계속 '새로고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에게 이렇게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얍!  


(내가 특이하다는 말을 듣는 이유는 몇가지 더 있는데, 다음에 계속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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