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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Apr 11. 2024

봄 단상

좋은 것만 이어지지도 나쁜 것만 이어지지도 않는다.

봄은.

명자, 목련, 개나리 순으로 피어서 벚꽃이 절정을 이룬다. 그게 다인가 싶으면 어느새 꽃잔디가 올라와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는 꽃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난다. 박태기의 빨간 몽우리가 터지기를 기다리며 온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조금 있으면 이팝나무가 하얗게 피어날 것이다. 산에는 진달래가 벌써 피었다지지만 울타리 가 철쭉은 다음 주나 되어야 개화할 것 같다. 바위 틈 할미꽃은 다다음주에나 볼려나...

     

창문 너머 보기 드문 벚나무가 있다. 

비탈에 서 있어 눈가늠 했을 때 성인 두사람으로 부족할 것이다. 까만 몸통이 코끼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나무가 봄맞이에 한창인데도 여전히 앙상하고 까만 몸통이다. 살아 있기는 한 거야? 하고 돌아보면 어느 사이 몸통 한켠에 연분홍 꽃잎이 두 송이 솟아 있다. 


어떻게 거기에서 나올 수 있지? 가지 마디가 아닌 몸통에 난 것이 마냥 신기해서 잘못 나왔나 싶어 다시 한번 보게 된다. 꽃은 대부분 가지 끝에 맺히지 않나? 몸통에서 시작한 꽃이 가지로 옮겨 붙어 순식간에 터진다.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비가 오고, 아스팔트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꽃잎을 누구는 처절하다고 표현하던데. 꽃비라고 하던데.

 

나올 때처럼 떨어지는 일도 순식간이다. 

꽃이 있던 자리가 연녹색 잎이 된다. 미처 떨어지지 못한 꽃은 돋아나는 새순에 밀려 어색해 보인다. 봄 한 계절, 한 달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이다.


     

꽃에 취한 사이사이 경고가 들어 온다.

방심하지 말라고, 봄은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중간중간 추위가 왔다 간다. 

지난주 금요일까지 겨울 옷을 들었다 놨다 하다 드디어 ‘놨다’.

세탁소에 갖다 주려고 모아 놨으니, 구김이 잔뜩 간 옷, 이제 꽃샘 추위가 와도 입기 어렵다. 그럴까봐 한 두 개는 남겨 두었다.

봄옷 한두 번 입으면, 멋 낼 시간도 없이 여름이 올 거다.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많은 날, 잠시의 외출에도 목이 칼칼하다. 올해는 황사 대신 미세 먼지만 온다. 그나마 다행인가?

     

이 봄, 좋은 것과 불편한 것이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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