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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 Oct 24. 2021

외국인 템플스테이

종무소에 앉아 전화나 인터넷으로 템플스테이 접수를 받고, 공양간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청소를 하는  직접적인 대면 업무를 하지 않던 내게 어느  커다란 임무가 주어졌다. 외국인 템플스테이 담당 업무.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템플스테이가 전혀 없을  같았지만 의외로 한국에 유학을 와있거나 파견을 와있던 외국인들이 귀국하기  마지막 여행 삼아 오는 일이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름 탄탄한 주입식 영어 교육 코스를 밟아왔기 때문에 영어가 문제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불교영어의 세상은  다른 차원의 세계였다. Bodhisattva(보살), Sutra(), Nirvana(해탈)  들어보지도 못했거나 들어는 보았어도 평생  밖으로 소리 내어 사용한 적은 없는 단어들이 넘쳐났다.     


무엇보다 불교의 가르침은 절에서 3개월째 살고 있는 나에게도 어려운 것인데, 그것을 해봤자 2 3 머물다가는 여행자들에게 최대한 많이,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심지어 교통편도 좋지 않은 산골짜기 시골 절에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내가 사전에 공부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질문하기까지 하니, 그들이 오기  일주일 전부터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외국인 템플스테이를 담당하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그 재미가 쏠쏠했다. 비즈니스 관계인 50대 미국 아저씨와 한국인 아저씨가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미국 아저씨가 워낙 불교에 관심이 많아 한국 아저씨가 무척이나 신경을 써서 좋고 좋은 곳을 골라 예약을 하고 찾아와 주신 것이다. 두분도 전화와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으셨는지 매우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고, 나는 미국 아저씨가 관심을 가져하는 108배에 대해 거의 15분 이상을 설명했다. (마지막 1분 정도의 분량은 짜내고 짜낸 거짓도 섞여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저녁 공양시간을 10분 남겨두고 108배 경쟁에 들어갔다.      

 번은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럽 친구들이 방문하기도 했는데,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마을에서 올라온 나이 많은 보살님과 마주 앉아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국말을 배운 친구들인가 싶어 다다 가니 보살님은 보살님대로 한국어로 이러저러한 주변 관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유럽 친구들은 그대로 이곳이 너무 아름답고 좋다며 손짓 발짓을 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셋이 서로가 하는 말을 얼마나 이해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배꼽 잡고 넘어갈 정고로 웃고 있었으니 신기한 일이었다. 유럽 친구들은 떠나는 그날까지도 NICE OLD LADY 너무 보고 싶을 거라며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다.     


가끔씩 맨 몸에 헐렁한 개량한복 조끼만을 나란히 걸치고 나온다던가 하는 귀여운 실수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던 외국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떠날 때가 되면 완전한 불자로 변신을 하여 양쪽 손목에 주렁주렁 염주를 감고 있고는 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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