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는 연습

일상 속 우울감

by 해차

우울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이 거지 같은 감정은 곱셈만 알지 나누기를 모르는 지독한 전염병이다.


다행히도 나는 의지나 구원 같은 건 믿지 않은지 오래됐다. 이 독립적 우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내 삶에 기생하며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나의 우울을 사랑하고 죽도록 증오한다. 더럽게도 끈질긴 이 감정에 조금도 나를 내주지 않고 악착같이 싸워 끝내 승기를 잡고야 말겠다.


- 김제인, 슬픔이 질병이라면 나는 이미 죽었을 텐데 中




사실 돌아보면 그렇다. 일상 속 우울감인지, 우울감 속 일상인지 감이 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지금껏 그걸 확실히 정의해야 내가 나를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홀로 ‘나’에 대한 철학 논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일단 생활 루틴을 잡으려 애쓴다. 처음엔 활동적인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잘 일어나고 잘 자는 것이 목표였고, 그건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연습하여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유지가 되고 있다. 그렇게 첫 달은 잘 자기. 두 달재는 잘 먹기. 세 달재는 고비가 찾아왔다. 또다시 우울감이 자아를 삼켰고 두 달간 노력한 것이 허사로 돌아갔다. 9월의 지금은 고비를 넘기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경제활동을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 두 가지 모두 내가 타인과 약속을 해야 할 수 있는 것이기에, 평소 내가 99의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1만큼의 피해도 주지 않아야 하는 이타적인 성격 때문에 이번 달은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 한 달이 되어갈 듯하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일과 하고 싶었던 운동에 도전하며 이번 달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길 간절히도 바라본다.


내 일상을 삼켰고, 내 인생이 되었으며, 이제는 나의 일부가 되어버린 애증의 우울감을 잘 소화시키는 방법을 알아가야 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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