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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Oct 12. 2023

몰타여행, 30일 티켓으로 몰타 문화유산 도장 깨기

몰타어학연수 제3장 #24 발레타(9) 몰타 국립미술관(MUZA)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3장 인터미디어트 몰타  

#24 발레타(9) 몰타 문화유산 멀티패스로 몰타 국립미술관 무자(MUZA) 


몰타 국립미술관 무자(MUZA)


+ 몰타 헤리티지 멀티패스 30일 티켓(The Heritage Malta Multisite Pass) 

몰타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의외라고 생각되는 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문화유산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유네스코에 지정된 문화유산을 비롯해, 박물관, 미술관, 각 요새 등 대부분은 몰타 헤리티지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 덜 알려진 곳이기에 몰타에는 어떤 볼거리가 있나 찾아보니 웬만한 볼거리는 몰타 헤리티지사이트에서 입장료 예매가 가능했다. 몰타 헤리티지 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니 다양한 조합으로 묶어 놓은 패스가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몰타 헤리티지 멀티패스'였다. 


'몰타 헤리티지 멀티패스'는 몰타 헤리티지에서 관리하는 24개의 유적지를 30일 안에 이용할 수 있는 패스였다. 정상가격은 성인 50유로인데 어학연수를 하고 있으니 어학원 학생증으로 학생할인이 가능했고 학생요금으로 38유로에 구매했다. 

어학원 학생증으로 38유로에 구입한 몰타 헤리티지 멀티패스 30일 권 


내가 몰타에서 꽤 많은 문화유산을 볼 수 있었던 것도 '몰타 헤리티지 멀티패스' 덕분이었다. 이미 소개한 곳들(국립 고고학 박물관, 성엘모요새, 성안젤로요새, 하기아 임& 므나이드라 신전, 국립자연사박물관, 로마주택, 세인트폴카타콤, 고조 즈간티아) 외에 다음에 소개할 고조의 문화유산까지 모두 이 패스로 관람했다. 다만, 이 패스는 성요한 기사단에서 관리하는 성요한 대성당과 입장료가 가장 비싼 할 사플리니 하이포지움은 사용이 안 된다.  



관람장소가 어디냐에 따라 입장료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당 대략 5~10유로 사이이니 나처럼 박물관, 미술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멀티패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내가 이 패스를 구입했을 당시에는 헤리티지 멀티패스로 갈 수 있는 곳이 총 27곳이었고 그중 5개는 리모델링 등으로 임시휴업이라 22곳만 관람이 가능했다.  


이 티켓을 구입할 때만 해도 한 달은 시간이 충분하니 갈 수 있는 곳은 전부 다 가보리라 생각했지만 영어 공부하랴, 친구들과 함께 다니랴, 런던 준비하랴, 차일피일 시간을 보냈고 결국은 다 가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임시휴업이라 가지 못했던 곳을 제외하고 6곳(그중 3개는 거석신전 관련 유적)은 못 갔는데 그래도 본전은 충분히 뽑았다.  가보지 못한 중에 가장 아쉬운 곳은 리모델링으로 2022년은 오픈하지 않았던 그랜드마스터 궁전(6번)이었다. 


내가 다녀본 곳 중에 세계문화유산인 거석신전(하기아 임, 므나이드라), 거석신전 출토유물 진본을 다 모아둔 국립 고고학 박물관, 몰타의 전쟁기념관으로 몰타역사가 총망라된 성엘모요새, 가보지는 못했으나 그랜드마스터 궁전,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몰타 국립미술관 정도는 꼭 봐야 할 곳으로 추천한다. 


몰타 헤리티지 멀티패스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은 총 24곳이다.


+ 몰타 국립미술관, 무자(MUZA)

몰타 헤리티지 멀티패스로 갈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몰타 국립미술관, 무자(MUZA)이다. 몰타 국립미술관은 발레타에 있는데 후문의 경우 발레타 광장에서 바로 연결된다. 


국립 미술관은 영어로 National Museum of Art로 쓰는데 약자의 경우 NMA가 아니라 전혀 생뚱맞은 영어 단어의 조합인 'MUZA'를 사용하고 있었다.  외국인인 입장에서 '무자=미술관'으로 잘 연상이 안 됐다. 무자는 발음상으로 자연스레 '뮤즈'가 연상되는데 몰타어로 '영감'이라는 의미란다. 아시겠지만 'Museum'라는 단어의 어원은 뮤즈에서 왔다. 길을 찾을 때 국립미술관보다 '무자(MUZA)'라고 해야 더 잘 알아듣는 느낌이었다. 


국립고고학박물관이 프로방스 기사단의 건물이었다면 무자는 이탈리아 기사단의 건물이었다. 이곳은 몰타의 특이한(?) 기록을 가진 곳인데 몰타에서 최초로 오페라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유럽에서도 흥이 많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이니 이탈리아 기사단에서 최초로 오페라가 열렸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탈리아 기사단의 숙소였던 몰타 국립미술관의 정면 (사진 출처 = 공식홈) 
발레타광장과 연결되는 미술관 후문,


몰타 출신 작가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어떤 스타일의 컬렉션이 있는지 한번 살펴나 보자는 마음으로 둘러봤다. 무자는 1층과 반층을 살짝 내려가야 하는 지층 총 2개의 층에 다양한 고전과 현대 그림, 조각, 사진, 가구, 성당의 성배와 은으로 만든 식기 등 몰타 미술이 총망라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몰타 예술에 대해서 작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어 작품 하나하나 이름을 살펴보면서 관람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몰타 예술을 총망라한 무자 


그림 작품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건 마티아 프리티(Mattia Preti)의 작품이었다. 이탈리아 출신인 마티아 프리티는 발레타 성요한 대성당의 천장화를 그린 화가로 성요한 기사단의 작위를 받았고 말년에 몰타에 정착한 화가다. 그가 그린 '토마스의 의심'이라는 그림 앞에 절로 숨이 턱. 

마티아 프리티 토마스의 의심


마티아 프리티의 작품 중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펜티멘토(Pentimeto)'였다. 펜티멘토는 최종 결과물인 그림 아래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실수로든 우연이든 처음에 그렸던 그림이 덮인 자취가 어렴풋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지나쳤다가 비디오 자료를 보고선 깜짝 놀라서 다시 와서 그림을 찬찬히 훑어보니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그림을 보존하기 위해 과학적인 분석을 한 것과 촬영한 사진을 대비해 펜티멘토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알렉산드리아 성 카타리나의 순교 펜티멘티


몰타에서 이슬람 승리의 영광은 몰타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건 미술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몰타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쥬세페 칼리(Giuseppe Cali) 1867년 작품이다. 


눈에 띈 또 다른 작품 하나는 '설마 까라바조가 그린 것일까'라고 착각이 들 정도 닮은 화풍이었다. 까라바조의 그림은 성요한 대성당에 걸린 작품이 전부이기에 까라바조가 그린 작품은 아닐 텐데 누구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립미술관에서 소장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까라바조가 몰타에서 작업하는 화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었다. 

드라구트의 죽음(Death of Dragut), 주세페 칼리(Giuseppe Cali) / 세례자 요한이 샘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은 까라바조의 화풍


오스만을 막아낸 몰타 공성전의 영광들


몇 작품이 없긴 하지만 사진 작품도 있어서 반가웠다. 하기아 임이 천막을 씌우지 않았던 당시의 모습을 흑백으로 담은 사진이었는데 흑백 작업의 임팩트가 피사체인 거석신전과 너무 잘 어울렸다. 

흑백으로 담은 하기아 임 


여러 작품 중 개인적으로는 몰타의 옛날 모습을 그린 풍경들에 가장 많이 머물렀다. 놀라운 사실은 그림이 그려진 시대들이 17~19세기인데 조금씩 변화하고 달라진 것이 있지만 지금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랬기에 발레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기도 하겠다. 

성요한 대성당과 발레타의 모습 
이제 흔적만 남아 있는 발레타 어촌시장은 1821년에 그린 그림으로 확인한다. 


성요한 기사단 그랜드 마스터의 초상화, 동상, 당시에 사용했던 가구들, 은식기들, 종교화까지 모아둔 컬렉션도 상당했다. 생각보다 볼거리가 넘쳐나던 무자였다. 

성요한 기사단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컬렉션들 
다소 소박한 굿즈들


몰타 미술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생각했던 것보다 볼거리가 많았고 눈여겨볼 작품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미술관이 하나 밖에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시대별, 섹션별로 신경을 쓴 느낌이 들긴했어도 일단 작품이 너무 많다보니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수장고 전시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타 국립 미술관은 한번 정도는 가보면 좋을 곳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다음 이야기 : 몰타에서 몰타로 여행, 배 타고 고조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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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과 2장은 브런치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https://brunch.co.kr/brunchbook/life-of-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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