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한가운데 있는 몰타는 몰타, 고조, 코미노 크게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약 80%의 인구가 몰타 본섬에 살고 있고, 고조는 19.99%가, 코미노 섬은 공식적으로 2명 정도가 살고 있다. 외국인이 볼 때 몰타나 고조나 다 같은 곳인데 몰타 사람은 '몰티즈'로 고조 사람은 '고지탄'으로 부른다.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다는 말은 두 섬이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두 섬은 분위기도 다르지만 사람들의 성격도 달라서 몰타와 고조섬 사이에 심지어 지역감정도 있다고도 했다. 고작 강화도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라인데 지역감정이 있다고 하니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마찬가지인가 보다.
몰타에서 고조섬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몰타 본섬의 북쪽 지역에서 고조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다. 우리나라의 경우 육지에서 섬을 볼 수 있다는 걸 걸 상상도 못 했기에 고조섬이 육안으로 보이는 게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그런가 보다 싶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12월 몰타섬 레드캐슬에서 바라본 고조섬
+ 고조의 다양한 볼거리
고조 섬의 경우 중심에 있는 수도인 빅토리아의 요새인 '시타델(Citadel)'을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고조의 유명한 관광지로는 이미 소개했던 탈 믹타 동굴(Tal-Mixta Cave) 외에도 고조 염전(Gozo salt pans) , 위드 일가리스 피요르드(Wied II-Ghasri Fjord), 드웨자베이(Dwejra Bay), 블루홀(The Blue Hole), 슬렌디(Xlendi), 해안가 절벽들(Sanap Cliffs) 등이 있다.
또한, 고조섬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인기라 겨울에는 많은 사람들이 트레킹을 위해 고조섬을 찾는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스폿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몰타 본섬과는 닮은 듯 다른 자연환경은 고조 섬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기에 몰타의 부속섬이 아닌 마치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 몰타를 여행한다면 고조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상업적, 행정이 중심인 몰타와 달리 고조는 농업이 주요 산업이라 어딜 가나 목가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고조는 수영장이 딸린 농가주택이 호텔보다 더 인기가 많다. 부유한 몰티즈의 경우 고조섬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해 두고 주말을 보내기 위해 고조섬을 찾는 사람도 꽤 있다고. 볼거리 위주로 다니는 것도 좋지만 고조 농가주택에서 숙박을 하면서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만끽하는 것이야 말로 고조를 제대로 여행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조섬을 제대로 여행하기에는 당일치기로는 부족하다. 몰타에 있을 동안 고조는 총 3번을 갔었는데 농가민박의 경우 계획을 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당일치기로만 다녀왔는데 다음에 몰타를 가게 된다면 꼭 고조 농가민박에서 하루를 보내며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몰타에서 고조섬은 페리를 이용해야 하는데 페리를 탈 수 있는 곳은 치케와(Cirkewwa) 항구, 발레타 페리 선착장 총 2곳이 있다. 일반 페리선이 운행하는 치케와 항구의 경우 소요시간은 약 30분 정도가, 쾌속선만 운행하는 발레타 터미널의 경우 약 50분 정도가 걸린다. 몰타 북쪽에 있는 치케와 항구까지는 버스로 평소에는 버스로 약 50분 정도, 슬리에마나 발레타에서는 약 1시간 10~30분 정도가 걸린다. 성수기에는 고조로 가는 사람이 워낙 많고 치케와 항구까지 도로가 하나밖에 없어 차가 엄청나게 많이 막히니 무조건 일찍 출발하는 게 답이다. 참고로 슬리에마의 경우 정기 운행선은 아니지만 고조섬과 코미노섬을 운행하는 페리가 있는데 가격이 좀 비싸도 시간을 생각하면 더 나은 선택지 일수도 있다.
치케와에서 고조섬 가는 페리가 좀 특별했던 건 갈 때는 티켓 구입을 안 하고 돌아올 때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는 점이다. 가격은 왕복 4.5유로(학생 할인 없음) 처음 고조를 갔을 때는 왕복 모두 치케와 항구를 이용했고 두 번째 고조 방문 시에는 갈 때는 치케와 항구를 돌아올 때는 고속페리를 타보고 싶어 발레타로 왔다. 쾌속선 요금의 경우 편도 7.5유로(학생의 경우 4.5유로)를 냈는데 어학원 학생증이 있으면 학생 요금이 적용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냥 고민하지 많고 직원에게 어학원 학생증도 할인이 되는지 물어볼 걸 3유로가 어찌나 아깝든지.
고속 페리를 타니 빨라서 좋기는 한데 갑판을 나갈 수가 없고 저녁에는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발레타 페리터미널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렸고 다시 버스를 타고 세인트 줄리안까지 30분 정도 걸렸다. 치케와 항구를 이용했다면 그곳에서 세인트 줄리안까지 한번에 오는 버스가 있어 편하게 왔을 텐데 시간, 비용 감안하면 개인적으로는 발레타 쾌속선은 그닥 메리트가 없었다. 그러니 고조섬까지 어디가 가장 편리한지는 자신의 이동 동선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치케와 항구와 고조섬 임자르 항구를 잇는 페리
티켓 구입은 돌아올 때 고조섬 임자르 항에서 구입하면 되고 배 안에는 간단한 스낵바도 있다.
고조섬은 대중교통이 다소 불편해 자가용을 싣고 가는 경우도 많다.
발레타와 고조섬을 운행하는 쾌속선, 어학원 학생증이 있는 경우 학생 요금이 적용된다.
치케와 항구를 출발한 페리는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고조섬까지 까지 느릿느릿 바다를 나아간다. 몰타도 바다 한가운데 있지만 배를 타고 섬에서 섬으로 이동은 기분이 확실히 좀 달랐다. 태양은 뜨겁지만 눈이 시원해지는 푸른 바다와 끈적임이 전혀 없는 시원한 바닷바람에 마음마저 상쾌하다. 고작 30분의 페리탑승인데도 기분 전환이 되면서 마치 다른 곳으로 여행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성수기에 고조섬을 갈 때는 차를 가지고 고조섬으로 가는 사람이 많았다. 아무래도 고조가 교통편이 다소 불편해서 여러 곳을 효율적으로 다니려면 차가 있는 것이 편하긴 하다.
대중교통 버스 노선의 배차 간격이 긴 편이고 어떤 경우에는 목적지까지 버스 노선이 없는 경우도 있어 고조섬을 여행할 때는 버스는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외곽의 주요 관광지까지 모두 연결하는 호프 앤 호프(hope and hope) 버스도 있고 각각의 스폿까지 운행하는 관광용 택시도 있다. 여러 명일 경우 택시 투어를 이용하면 고조 주요 스폿들을 다 볼 수 있고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으니 고려해 볼만하다. 다만, 택시 투어의 경우 봄에는 없었기에 성수기에만 운영하는 것 같았다.
고조섬으로 향하는 중간에 코미노 섬이 보인다.
고조 섬의 관문 임자르 항구
택시투어의 경우 한 대 당 가격이니 여러 명일 경우 택시 투어가 유용하겠다.
임자르 항구에서 각 스폿까지 고정된 요금을 받는 관광 택시
고조 주요 스폿
+ 기적의 성당, 타피누 성당(Ta' Pinu)
가야 할 곳이 많은 고조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기적의 성당으로 불리는 타피누 성당이니 가장 먼저 성당으로 향했다. 고조의 관문인 임자르(Mgarr) 항구에서 택시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다 올라오면 로터리가 나오는데 그곳에 사진스폿이 있어 잠시 들렀다. 성당이 액자에 담기도록 만들어 놓은 포토스폿이었는데 성당이름이 궁금해 찾아보니 몰타 아인시엘렘의 천주교 성당(Ghajnsielem Parish Church)이었다. 고풍스러운 외관의 성당이 액자에 담기니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는 그만이었다.
성당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 한 컷.
+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는 타피누 성당
거창한 기적을 행한 성당이니 화려하고 어마어마한 곳일 줄 알았다. 우리를 태우고 왔던 택시는 한적한 들판 한가운데 덩그러니 성당 건물 하나만 있는 곳에 내려놓았다. 그동안 몰타에서 성당을 많이 봐서 그런지 기적을 행한 성당치고는 소박한 느낌이다. 성당 앞에 드넓은 광장이 있으니 더 휑한 느낌이 들었다. 성인들의 동상과 함께 몰타 아낙의 모습의 동상이 눈에 띄었는데 아마도 어머니의 병을 위해 기도한 여인이 아닐까 싶었다.
타피누 성당은 '병을 낫게 해 주는 기적을 행한 곳'으로 유명하고 소원을 이뤄주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타피누 성당이 기적의 성당이 된 것에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883년에 당시 이곳을 지나가던 한 여인이 성모마리아의 '기도하라'는 음성을 듣게 됐고, 근처에 있던 작은 예배당에서 어머니의 병을 고쳐 달라고 기도를 하자 실제로 어머니의 병이 낫게 됐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각지에서 몰려들게 되자 1931년 작은 예배당이 있던 곳에 타피누 성당을 지었고 소원을 이루기 위해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몰타를 방문했을 때 야외미사를 집전했던 곳으로 역대 교황들이 몰타를 방문하게 되면 사도 바올의 무덤과 함께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다.
텅 빈 들판 한가운데 있는 타피누 성당
드넓은 광장을 가로질러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걷는 발걸음이 다소 차분해진다고나 할까.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발걸음에 실린 차분한 마음은 어느새 경건함으로 바뀌었다. 높은 층고를 가진 성당 내부는 휑하다 싶을 정도였고 소박하면서도 육중하고 장엄한 느낌이 공존하는 특이한 곳이었다. 성당 내부에서 유일하게 치장을 한 발다키노(Baldacchino)는 화려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전체 실내 인테리어에서 너무 튀지 않으려고 노력을 기울인 것 같았다.
타피투 성당의 내부
천천히 성당을 둘러보며 몇 개의 작은 예배당을 지나 연결된 통로로 가보니 의족, 의수 등을 비롯해 다양한 의료기구들,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편지들로 빼곡했다. 이곳에서 기도를 올린 후 자신들의 병이 나았거나 소원을 이룬 사람들이 보낸 감사 편지가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기적이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여러 사연들이 많았지만 유독 갓난아기나 어린이들의 사연에 더 눈이 갔는데 주로 환자들이었다. 다들 병이 완쾌됐다는 고마운 사연들이겠지만 애초에 병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환자도, 가족도 모두가 힘겹게 겪어냈을 시간들이 느껴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괜스레 마음이 더 울적했다.
기적이 행해졌음에 감사하는 다양한 사연들.
감사의 사연들과 그들이 보낸 선물들로 빼곡한 곳을 지나니 다시 성당의 메인홀로 연결된다. 처음 성당 내부를 들어왔을 때 휑하다고 느꼈던 공간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간절하게 빌고 또 빌면서 졸인 마음들이 꽉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또 누구는 이 성당에서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 먼 곳까지 찾아와 기도를 올려야 할 만큼 간절하고 절절한 마음이다. 그 게 뭐가 됐건 그대들이여. 원하시는 바는 모두 다 꼭 이루시라.
고조섬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둑어둑 서서히 어둠이 내린 고조섬이 뒤로 멀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