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어학연수 제3장 #28 몰타 최대 여름 공연, MTV Festival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28 몰타에서 마지막 액티비티, MTV 몰타(Isle of MTV Malt)
그날이 왔다.
내가 런던으로 떠나는 날짜를 애매하게 7월 중순에 그것도 주중으로 잡은 건 바로 이 공연 때문이었다. 몰타에서 가장 유명한 공연으로 너무 얘기를 많이 들었던 아일 오브 MTV몰타((Isle of MTV) 공연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유럽인들이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여름에 일부러 몰타를 찾는다는데 몰타에 있는 내가 이 공연을 안 보고 런던을 간다는 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와- 도대체 MTV 몰타가 뭐길래 이 정도인가 싶었는데 더 놀란 건, 이 공연을 위해 어학원에서 따로 셔틀버스를 준비를 했다는 사실이다. 공연장이 있는 발레타까지 버스로 3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우리로 치차면 종로에서 잠실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셈) 이 공연이 뭐라고 셔틀버스까지 마련했나 싶었다. 일전 BBC 공연이 같은 장소에서 열렸을 때 버스 노선이 전부 변경되는 바람에 한참을 걸었던지라 이번에도 다소 교통이 불편하겠구나 생각했는데 땡큐였다.
공연 당일, 다 같이 공연 볼 생각에 다들 얼굴이 상기된 채 싱글벙글 아무 말 대잔치니 어학원 앞은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몰타에서 마지막 액티비티를 친구들과 함께 멋진 공연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액티비티 담당자인 알렝은 연신 모여라 외치고 단체 사진 찍으랴, 어학원 생들 버스 태우랴 정신이 없었다. 한바탕 시끌벅적 후 삼삼오오 학원해서 마련해 준 셔틀버스를 타고 발레타 '산 푸블리우스 광장(Pjazza San Publiju)'으로 향했다.
무료 공연이긴 하지만 사전에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티켓을 예매를 해야 하고 입장권을 지참한 사람만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전 BBC 콘서트 때도 엄청난 사람이 모였는데 그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몰타에서 최대의 인파가 모이는 공연인만큼 만에 하나라도 있을 불상사에 대배하기 위해 입장부터 매우 엄격했다. 무엇보다 스탠딩 공연으로 진행되기에 카메라, 삼각대, 휴대폰 삼각대 등 공연 촬영 장비는 물론이고 백팩, 우산, 유리병, 가위, 깃발, 스테인리스 물병 등 반입금지 물품도 이전 공연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엄격했다.
이미 친구들은 다 입장했는데 나만 입장이 거부가 됐다. 출국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런던 짐을 싸고 이것저것 몰타 생활을 정리하느라 공연 관련 주의사항 메일이 따로 왔는데 미처 확인을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카메라와 스테인리스 물병이 문제였고 금지물품을 소지하고 있으니 티켓 확인하는 남자 얼굴이 험악해지면서 단호하게 'NO'라고 했다. 짐 보관도 안 되기에 사정을 해보려고 했는데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먼저 들어간 친구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오지 않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왓츠앱으로 사정을 설명하니 경비가 조금 허술한 골목을 노려보자며 눈치가 빠른 카를로스와 디에고가 더 적극적이었다. 골목마다 길을 전부 다 막은 채 펜스를 쳐 놓았고 경비 역시 삼엄했다. 다행히 어느 한 골목에서 경비가 한 명 밖에 없었기에 우리는 서로 눈짓으로 사인을 주고받았지만 경비의 눈을 피해 가방을 어떻게 펜스 안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달할지는 도통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건 펜스를 사이에 두고 카를로스, 디에고, 나 이렇게 마주 섰는데 디에고가 갑자기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야, 오랜만이다. 입장은 저쪽으로 하면 돼"라며 경비의 시선을 돌리는 틈을 타 카를로스가 잽싸게 내 가방을 인터셉트. 그리고 둘은 손을 흔들며 유유히 사라졌다. 순간 등에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다시 경비와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정면 출입구로 와서 입장 성공! 휴! 십년감수했다. 다들 눈치가 어찌나 빠른지 척하면 척인 친구들이었다. 연륜이 주는 눈치작전이었다고나 할까. 공연장 안에서 다시 만났을 땐 서로 흥분해서 '우리 마치 007 스파이 같았다'며 상황재연까지 하면서 박장대소. 또 하나의 추억이다.
아일 오브 MTV 몰타(이하 MTV 몰타)는 Isle of MTV MTV Europe이 몰타 관광청의 지원을 받아 해마다 몰타의 가장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 열리는 음악 축제다. 포르투갈(2002년), 프랑스(2003년), 스페인(2004년), 이탈리아(2005년) 등 해마다 나라를 바꿔가며 개최를 하다가 지난 2007년부터 몰타에서만 공연이 열리고 있다.
MTV 몰타는 첫날은 무료로 공연이 진행되는데 여름 유럽 최대의 음악축제로 자리매김을 했다. 무엇보다 화려한 라인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공연을 거쳐간 뮤지션들은 마룬 5(Maroon 5), 레이디 가가(Lady Gaga), 스눕독(Snoop Dogg) 등이 있다. 레이디가가는 종종 공연 중 욕설로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2009년 MTV 몰타 공연에서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여름에 관광객이 집중되는 몰타라고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잘 실감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여름이 시작되니 확실히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6월이 되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7월이 되자 몰타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집에서 어학원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는데 날이 뜨거워지면서 걷기가 힘들어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어학원까지 걸어가는 게 빠를 정도로 어떤 날은 교통정체가 심했다.
그리고 공연이 가까워지니 몰타는 심상치 않았다. 이미 몰타 비행기는 전체가 매진이었고 숙소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가 됐다. 첫날 무료 공연에 최대의 인파가 모인다고 했지만 어느 정도일지는 감이 오지 않았다. 대략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사전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벌써 본 공연인 냥 엄청난 인파들로 가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고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로 인해 몸을 움직이는 것도 싶지 않았다. 게다가 바람 한 점 없으니 사람들 사이에서 땀이 줄줄줄 흐른다. 이런 상황에 음악이 뜨겁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다. 일전 BBC 콘서트가 열렸을 때도 사람이 많다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사람이 모였다.
2022년 공연의 라인업에 마시멜로(Marshmello), 프렌치몬타나(French Montana), 비비노(bbno$) 이름을 올렸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참고로 2023년 올해의 라인업에는 델타구드렘(Delta Lea Goodrem), 미미웹(Mimi Webb), 톰 그렌넌(Tom Grennan) 등이 출연했다.
사전 공연을 진행했던 가수는 박진영 비닐 옷을 을 입고 나왔고 또 어떤 가수는 사운드 믹싱을 한 도입부가 서태지 교실 이데아와 거의 흡사해서 깜짝 놀랐다.
전 세계적으로 디제잉 음악이 대세라는 게 여실히 느껴질 정도로 라인업의 가수들은 전자사운드를 많이 사용했다. 다만 일전 BBC 공연에서도 느꼈지만 음향이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특히 디제잉 음악에서 사운드 믹싱은 공연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일정 데시벨이 올라가니 웅웅 거리고 찍찍거리고 너무 거슬렸다. 유럽 최고의 여름 공연에 걸맞은 사운드가 아닌 건 정말 아쉬웠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공연이 진행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달아오른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 다 젊은 세대다. 내가 아는 뮤지션도 한 명도 없는 데다가 음악의 취향도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요즘 유행하는 음악과는 거리가 먼 취향인지라 올드한 나의 음악적 스타 일과 핫한 MTV 공연은 솔직히 나와는 안 맞았다. 너무 작은 나라인 몰타와 비교하긴 그렇지만 우리나라 공연 문화도 세계적이 수준에 이르렀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런던에서 마침 내가 머무는 시기에 콜드플레이 공연이 있어서 예매를 해두었는데 9만 명이나 수용한다는 웸블리 스타디움은 어떨지 몹시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했던 공연이었건만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그래도 말로만 들던 몰타 MTV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것, 몰타에서 지내는 동안 최대 인파의 공연에 영피플을 가장 많이 본 공연이니 7월에 몰타에 있다면 한 번쯤 봐야 하는 공연인 건 확실했다.
다들 나이가 좀 있는 친구들인지라 친구들도 나와 반응이 크게 다른지는 않았다. 얼추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 공연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다들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서 그런지 여전히 들뜬 마음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누구랄 것 없이 자연스레 어디서 왔냐로 시작돼 돌아가면서 프리토킹이 시작됐다. 누가 한 마디 하면 다음 사람이 또 한 마디, 꼬리에 꼬리를 물며 폭소가 터지기를 반복한다. 몰타 대중교통 버스가 수학여행 버스로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지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신기한 마술을 부리는 음악의 힘이고 몰타의 힘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뜨겁고, 길고 긴 여름이지만 날마다 다양한 공연이 있어 몰타의 여름은 찬란했다.
+ 다음 이야기 : 몰타에서 마지막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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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과 2장은 브런치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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