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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핸곰곰 Apr 05. 2019

#10. 말, 말, 말.

기억에 남는 장면들

#1. 프로포즈 직후, 상견례 전. S, D와 호텔 놀음.

핸: 올해 결혼할 거 같아
S: (얼떨떨) 우와 유부 친구가 생긴다?
D: (반사적으로) 아이고 마음고생 많지......
핸: (D에게 안기며) 흐어어어어어어어엉.... 내 인생은 어디로 가는 걸까



#3. Y와 커피타임.

Y: 결혼을 결심하신 것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굳은 결심이 있어서 그런 결정을 하실 수 있으셨나요?
나: 어.... 사실 별 생각 안 했어요. 이 사람이랑 같이 있고 싶기는 한데 그걸 위해 짱구 돌리기 싫었어요.


#4.  아빠와 한바탕 하고 온 직후. H와 학교 산책.


나: (매우 침울하게) 머리 기르기 싫고 치렁치렁한 옷 입기 싫고 렌즈 끼기 싫다고 하니까, 아빠가 너같이 꾸미는 거 좋아하고 예쁜 옷 좋아하는 애가 같지도 않은 유난 부리냐고 하더라.....
H: 에엥? 그런 말을 하셨다고? 요만큼만 들어도 완전 너 그 자체인데?
나: (반색) 역시 그렇지???? 흘려들어야겠다.


#5. 한 지인 그룹.

청첩장과 애프터파티 초대장을 나눠준다.

K: 신부 이름이 먼저 찍힌 청첩장은 처음 보네ㅎ
나: (어쩌라는 것일까? 이걸 굳이 말해서 나에게 전하고 싶은 바가 뭘까? 본식 청첩장에 신랑 이름이 먼저 적힌 건 안 보이나?)


#6-1. 저녁 시간대. 학교 쪽문.

나: (생각보다 공연하겠다는 사람이 없네.. 같이 노래하던 친구들 다 어디로 간 거지. 시간을 충분히 때울 수 있을까. 정 신청자가 없으면 나랑 동생이랑 짝꿍이 여러 곡을 해야 하나...)

서성이는 J를 우연히 마주친다.

J: (아주 반갑게) 누나! 나 깽판펠라* 하기로 했어!
나:??????? 그게 뭔데????
J: 어?
나:??
J: 어라 비밀이었던 건가;
나: 뭐야.

J 도망간다.

나: (속으로).... 공연자가 없어서 허전할 걱정은 없겠구나..

*노래하는 동아리 애들이 내가 결혼하는 날 축가로 아주 짓궂은 아카펠라를 불러주겠다고 오랫동안 벼르고 있었다. 임시 팀명은 깽판펠라(깽판치는 아카펠라). 이걸 진짜로 할 것이라고, 심지어 저 대강 지은 이름을 그대로 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6- 2. 집.
나: (나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인간말종이 혹시 결혼식날 나타나면 어떡하지..?)

U에게 연락한다.

나: 정말 만에 하나라도 결혼하는 날 그 새끼가 근처에 얼쩡거리면 쫓아내 줄 수 있을까.
U: 학교 연못**에 처박아줄게
나: 고마워.

그날 저녁. 짝꿍과.

나: 오늘 U오빠랑 문자 했는데...
짝꿍: ‘U오빠’라니 대체 무슨 일이야?!?!??! 항상 ‘U’ 아님 ‘U놈’이라고 부르더니***????????

**우리 학교 연못이 좀 많이 더럽다.
***누구에게나 친한 원수 덩어리 하나쯤 있으니까.


#7-1. 어려운 사람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려야 하나 고민하며.


나: 밉보인 것 같아서 결혼한다고 얘기하기 무서운데, 그렇다고 안 알리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이 밉보일 것 같은데 어떡하지..
M: 그냥 알려! 일부러 챙겼는데도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은 날의 기운을 받아 걸러버리자.


#7-2. 결혼식 하루 전. 집. 잘 준비를 마치고.
동생: 힝. 힝. 힝. 힝. 힝.
나: 아 쫌.
동생: 히이이이이이이이이잉....
나:.... 그래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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