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동대문종합시장 쇼핑 후 꼭 가던 중국집이 있다. 자투리 천과 부자재가 담긴 깜장봉다리를 익숙하게 내려놓고 짜장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고민하던 소소한 시간들…… 함께 밥 먹으며 지인들의 소식과 일상 속 단상들을 나누던 그 공간에 이제 엄마는 오실 수 없다.
엄마가 떠나고 팬데믹이 터지는 바람에 동대문은커녕 어디도 갈 수 없었지만 계속 그곳이 그리웠다. 한편으론 가고 싶지 않기도 했다. 가면 너무 많이 울 것 같았다. 동대문 9번 출구 밖으로 나가는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작년, 어지러웠던 마음을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조금 용기가 난 어느 날, 훌쩍 버스를 타고 동대문에 갔다. 코로나 기간 동안 바뀐 듯 안 바뀐 듯 어색해진 시장을 걷다가 그 중국집에 들어갔다. 엄마와 마지막으로 함께 왔을 때 앉았던 테이블에 앉아 짬뽕을 시켰다. 안 울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짬뽕을 먹다 보니 엄마가 왜 이 가게에서 식사를 하셨는지 이해가 됐다. 엄마는 두꺼운 고명보다 얇게 채친 고명을 좋아하셨는데 그 가게가 딱 엄마 취향이었던 것이다.
‘아, 이래서 여기서 드신 거군요~’
‘고걸 이제 알았니?’
엄마가 계신 것처럼 마음으로 수다를 떨었다. 안 계시지만 계신 것 같았던 소중한 찰나였다. 그 뒤로도 또 한 번 동대문 시장에 갔다가 그 중국집에 갔다. 그전보다 덜 울고 덜 슬펐다. 계절이 바뀌면 또 다녀오려고 한다. 내가 가면 엄마도 같이 밥 먹으려고 오실 것만 같으니까.
“엄마 거기서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