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간 일기 33 – 가뭄과 폭우로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다.
오랜만에 아파트 반상회가 있었다.
웬 반상회냐고?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저런 관계로 만나 우연히도 같은 아파트에 터를 잡은 입주민들이 소통하는 공간이고 시간이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으로 만나지 못했던 안타까움을 해소하듯 제법 긴 시간의 대화를 했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관리에서 동네인 해운대 신시가지, 해운대구의 달라지는 모습까지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우선 사는 아파트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데 서로 공감을 했다. 엘리베이터 관리, 경비인력, 아파트 주변 주차 및 안전문제 등등
대천호수에 설치한 야간 경관조명의 과다로 피로감 노출, 음식점 거리에서 보도블록과 가로수를 없애고 노상주차장을 설치로 보행공간의 축소로 인한 불편과 신시가지 정체성 훼손, 청사포 앞바다 해상풍력 설치의 부당성 등 생활공간이 바뀌고 훼손되는 점에 우려를 가졌다.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함께 했다.
공직 선배님이 가칭 ‘명리학개론(命理學 槪論)’을 탈고하여 퇴직 공무원 몇 명이 오탈자 교정을 도우기로 하고 모였다. 퇴직 후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건강하시고 공부하는 일에 게으름이 없는 분들이다.
우선 퇴직 후에 명리학 공부를 시작한 선배님이 엄청난 독서와 연구를 거듭하여 책을 발간하는데 놀랍고 존경을 표하고 싶다. 살아가는데 또 하나의 나침판이 된다. 정성을 다해 읽고 또 읽어 교정 작업에 실수가 없도록 하고자 한다. 선배는 이미 공직 시절에 양자론적 관점에서 본 한국의 21세기 ‘알마게스트’ 등 책을 낸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가 집안의 정치싸움에 정신이 없다면 유럽 등 세계는 가뭄과 폭우, 에너지 및 식량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에 기록적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세계 최대 옛 석불인 러산대불(樂山大佛)이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 러산대불은 평소에는 강 수위가 높아 받침대를 볼 수 없고, 비가 많이 올 때는 발까지 물에 잠기기도 한다. 링윈(凌雲)대불이라고도 불리는 러산대불은 당나라 시기 민강(岷江) 옆 절벽을 깎아 만들었다. 높이가 71m에 달하는 중국 최대 석불이다.
받침대까지 모습을 드러낸 러산대불. /사진=연합뉴스
양쯔강 바닥에서는 6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 쓰촨성 충칭시 양쯔강 유역에서 커다란 바위의 가운데 부분을 파낸 뒤 만든 것으로 보이는 불상 3개가 발견됐다. 이 불상들은 연꽃 받침 위로 약 1m 크기의 불상이 있고, 양옆으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불상 2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불상은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학술 가치고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쯔강에서 발견된 불상. /사진=연합뉴스
스페인 서부 카세레스주 발데카나스 저수지에서 이달 초 수백 개의 선사시대 돌기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달페랄의 고인돌(Dolmen of Guadalperal)'로 불리는 이 유적은 이베리아반도의 건조한 날씨로 저수기 수위가 총량의 28%까지 내려가자 저수지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메마른 스페인 저수지에서 모습을 드러낸 '과달페랄의 고인돌'. /사진=로이터
또 스페인 북서부 갈리시아 지역에서는 올봄부터 기원후 69~79년께 건설된 로마의 요새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저수지가 조성되면서 1949년 물 아래로 잠겼던 이 유적은 현재 2만4000㎡ 규모의 전체 면적이 드러났다.
수몰됐다 가뭄에 모습 드러낸 스페인 아세레도 마을. /사진=연합뉴스
세르비아 항구도시 프라호보 인근 다뉴브강에서는 2차 세계대전 때 탄약과 폭발물이 실린 채로 침몰한 독일 군함 20여척이, 이탈리아 포강에서는 2차 대전 당시 침몰한 화물선과 나치 군용차 등도 발견됐다.
다뉴브강에서 발견된 2차대전 독일 군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에서 극심한 가뭄과 기근을 예고하는 ‘헝거스톤(hunger Stone)’까지 드 러났다. ‘배고픔의 돌’, ‘슬픔의 돌’로도 불리는 헝거스톤은 강 수위가 역사적으로 낮아졌음을 알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돌에 새겼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독일 라인강을 따라 헝거스톤이 다시 나타나면서 과거 가뭄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엘베강의 독일 유역에서 모습을 드러낸 헝거스톤은 161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내가 보이면 울어라’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엘베강의 다른 헝거스톤에는 가뭄이 흉작, 식량부족, 물가 상승, 굶주림 등을 가져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이 기록적인 가뭄을 겪는 가운데 화학물질을 사용해 비를 발생시키는 인공구름을 만들어 곡식 수확 위기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관계자는 "화학물질로 구름을 만들어 비를 증가시키고, 곡물에는 '물 보존체(water retaining agent)'를 살포해 증발을 제한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8월 초 이틀간 이어진 역대급 폭우는 서울 도심을 재난 영화의 무대로 만들었다.
강남 한복판이 물바다가 되는 광경이 다시 연출됐다. 동작구는 무려 500년, 강남구는 150년 이상 빈도에 해당하는 비가 왔다.
서울시의 수방 대책은 여전히 10년 전 눈높이에 머물고 있다. 수해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역대급 폭우에 다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폭염과 가뭄까지 겹친 유럽은 수력·원자력발전이 차질을 빚으면서 에너지 부족 우려가 더욱 높아지자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독일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커진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베를린시는 지난달 말부터 전승기념탑을 포함한 200여 개 역사 기념물의 야간 조명을 껐다. 지난 6일(현지시간) 조명이 꺼진 전승기념탑 모습. [로이터 = 연합뉴스
새로운 가스관 사업, 탈원전 기조 폐지 및 원전 가동 연장, 가스사용 부담금 추가 부과 등 에너지 확보 및 절약을 위해 목숨 건 전쟁을 하고 있다. 에너지와 이와 관련된 식량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이 여의치 못하면 생존을 위한 투쟁이 일어난다. 우크라이나 전쟁, 폭염 등으로 인한 기후재앙이 세계사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가뭄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의 3개국에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쳐 2200만 명이 기아 위기에 처했다. 구호단체들은 지난 네 차례 우기 동안 이 지역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가축 수백만 마리가 죽고 농작물이 파괴됐으며 110만 명이 식량과 물을 찾아 집을 떠나야 했다고 전했다.
케냐 북부 와갈라 마을 주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우, 홍수, 폭염, 가뭄 등으로 각국의 농업과 기반시설, 노동생산성이 타격을 입으면서 공급망 와해와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식품에서 가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모든 분야의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기후변화가 에너지, 식량, 물가상승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재앙이 역사적 진실을 드러낸다. 숨겨져 있던 진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잠시 속일지 몰라도 언젠가 드러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새삼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지난 정부의 사건들의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22.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