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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잠드는 바다 6. 너무 늦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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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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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이와 상담을 약속한 시간은 겨울 방학이라 비교적 한산한 평일 낮이었다. 날은 추웠지만 맑았고, 창 밖으로 보이는 햇빛이 마치 따뜻한 날인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날이었다.

약속 장소는 경복궁 근처, 분위기 좋고 커피 맛있고 사람은 많지 않은 작은 카페였다. 절대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지 않는 곳이었다. 주인한테는 미안하지만 손님이 계속 적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예진이 처지를 고려했다. 내 생각에 예진이는 아무 데서나 만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지난번처럼 캡을 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절반 넘게 가리지 않아도 되는 장소가 필요했다.

카페에 들어가니 예진이가 벌써 와 있었다. 나도 항상 약속 시간보다 10분 먼저 도착하는 편인데 대체 얼마나 빨리 왔다는 말일까? 세는 나이로 서른이 되어도, 더구나 연예계에서 여러 해를 뛰었어도 여전히 ‘모범생’이구나 싶었다. 그땐 몰랐다.

예진이가 부드럽게 일어나 인사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중학교 시절의 기억이 뭉클하게 떠올랐다.

늘 회장을 맡던 아이. 수행평가는 제일 먼저 제출했고, 담임보다 더 꼼꼼하게 학급일을 챙겼다. 가끔은 출결 통계를 잘못 냈다고 출석부를 들고 와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감상적인 추억은 예진이를 가까이서 보게 되는 순간,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일단 차림새에서 거리감이 느껴졌다. 실내라 코트를 벗어 옆자리에 걸쳐 놓았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비싸 보이는 캐시미어였다. 그런데 로고가 보이지 않아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알 수 없었다.

블라우스는 단정한 아이보리 색이었고, 그 위로 무광의 얇은 니트가 겹쳐져 있었다. 블라우스 단추는 하나 풀려 있었지만, 오히려 그게 자연스럽게 연출된 듯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주었다.

예니가 종종 말하곤 했다.

“진짜 비싼 옷들은 아무렇게 입은 척 해도 세련 돼 보여.”

지금 내 앞에 앉은 예진이가 바로 그 예였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로고가 보이지 않았다. 비싼 옷에는 틀림없는데 그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

코트도 셔츠도 바스트도, 분명히 세련된 느낌을 주는 데님 바지도, 심지어 테이블 옆 자리에 올려놓은 핸드백까지. 로고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명품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이 아이가 몸에 휘감고 있는 것들을 다 합치면 내 월급에 명절 보너스까지 다 퍼부어도 모자랄 것 같았다. 순간 그렇지, 연예인이지, 이런 생각이 되살아났다.

예진이는 예상하던 것 보다도 훨씬 아름다웠다. 이 마저도 추억을 소환했다. 중학교 때도 매일 보는 얼굴인데 볼 때마다 너무 예뻐 깜짝 놀라곤 했다. 보는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주변 광선이 조금만 바뀌어도, 장소나 분위기만 달라져도 또 다른 느낌으로 예뻐서 계속 놀라게 만들었다. 컴컴한 교무실과 잘 꾸며진 카페에서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또다시 ‘지니’라고 부를 뻔한 걸 겨우 억눌렀다. 그리고 연습한 대로 그 이름을 불러주었다.

“예진아.”

“네!”

기다렸다는 듯이 예진이가 밝게 웃었다.

문득 지니가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2014년 무렵, 유노이아 팬덤에서 돌던 글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제목은 ‘위험인물 지니’.

그 무렵 나는 예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유노이아 관련 기사를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관심은 결국 뮤직 비디오만이 아니라 각종 팬 직캠, 브이로그, 팬들이 만든 유머 게시물까지 찾아보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입덕이었다. 팬들이 말하는 그 감정을 나도 겪고 있었던 것이다.

‘위험인물’이라는 말이 나오니 궁금해서 안 열어볼 수 없었다. 막상 열어보니 실제로는 지니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차 있었다. 반어적 표현이었던 것이다.

글쓴이는 이것저것 장황하게 설명하다 이렇게 마무리했다.

“지니가 웃는 걸 보지 마라. 봤다? 입덕 밖에 답이 없다. 입덕 했는가? 세이까지 가지 마라. 거기까지 가면 탈덕 불가다.”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어 예니에게 물어보고 말았다. 예니가 까르르 웃었다.

“아빠, 진짜 몰라?”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예니가 종이 한 장을 들이 밀었다.

“이게 뭐게?”

엽서 같기도 하고 티켓 같기도 한 종이에 예진이 얼굴이 찍혀 있었다.

“음, 예진이 콘서트 티켓?”

“땡. 비숫한데, 그건 아니고 팬 싸인회 초대권. 팬싸라고 해.”

“뭐 하는데?”

“가서 싸인 받고 한 두 마디 나누는거야. 아이 컨택 하고. 재수 없으면 30초, 운 좋으면 한 100초?”

“그게 그렇게 대단해?”

“이거, 유노이아 멤버 당 100장 씩이야. 지니는 99장이네. 하나가 여기 있으니까. 더 많이 받기도 힘들어. 싸인 해 주고 1분씩 만 토크 해 줘도 두 시간이야. 그 이상 하라면 죽지. 나도 싸인 해 봐서 알거든? 첼로 한다고 팬 싸인회 없는 거 아냐.”

예니가 은근히 자기 자랑을 끼워 넣었다. 하지만 나는 예니가 신중하고 현명한 아이라는 것을 안다. 그 속 마음에는 예진이가 아이돌 되었다고 타락이라도 한 것처럼 못마땅해 하는 나를 힐난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아빠, 나도 아이돌이야.”

마침내 예니가 이렇게 한 마디 던졌다.

“네가 무슨?”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도 그게 터무니 없는 주장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예니는 여타 아이돌 그룹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는 점,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연주활동으로 인한 결석이 연 60일 이상이란 점, 10대 소녀들로만 구성된 트리오 디누라는 팀에 속해 있다는 점, 그 중 제일 정면에서 청중의 시선을 받지만 음악적 비중은 다른 두 악기 보다 낮은 첼로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 따지고 보면 걸그룹의 비주얼 멤버인 셈이다.

명색이 클래식 에이전트라는 사람조차 이렇게 말했다.

“트리오를 여성으로 구성했다면 첼로가 아름다워야 합니다. 청중의 시선이 일단 첼로에 모일 수 밖에 없거든요.”

연주회 끝나면 사인해달라는 팬이 제일 많은 쪽도 늘 예니였다.

“아, 아빠 뭐해? 설명 들어야지?”

“아, 그래. 미안하다. 잠시 딴 생각 했어.”

“잘 들어. 100장 밖에 없다 거기까지 했지? 그런데 지니, 예명이니까 언니 생략할게, 아무튼 사인 받고 싶은 팬, 정확히 말하면 가까이서 얼굴 보고 말 한 마디라도 주고 받으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도 공연 끝나면 수십 명씩 사인하는데 지니 쯤 되면 경쟁률 엄청 빡세거든. 응모권이 CD에 딱 한 장 들어있으니 당첨되려면 더 사는 수 밖에 없어. 얼마나 더? 이게 팬 사인회 컷트 라인이야. 지니, 소이는 무려 30장이야. 다른 멤버들은 10-20장.”

“싸인 한 번 받자고 CD를 30장 산다고?”

“작년 우리반에 지니 25장, 소이 25장 이렇게 50장 샀다 둘 다 떨어진 애 있어. 울고 불고 난리 났어. 그런데 난 해마다 두 번 그것도 직접 받아. 이게 얼마나 대단한 선물인지 알겠지?”

나는 잠시 할 말을 놓쳤다가 간신히 한마디 했다.

“위험인물 맞네.”

“맞아. 처음엔 그냥 예쁜가 보다 했는데, 딱 마주 보고 웃잖아? 그러면, 그냥 빠지는 거야. 그래서 신곡 나올 때 마다 이 미친짓, 솔직히 난 미쳤다고 봐, 듣지도 않을 CD를 수십장씩 사니 그게 제정신이야? 그 짓을 또 하는 거야.”

나는 이 말을 듣고 언짢은 티를 감출 수 없었다. 꼭 예진이가 기생이 되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 언짢음을 감지한 예니가 손사래를 쳤다.

“아, 남자가 막 유혹되고 그런다는 얘기 아니야. 여자도 마찬가지야. 그냥 빠지는 거야. 그건 아빠도 마찬가지야.”

“내가?”

“아빠도 글만 보면 굉장히 까칠하고 좀 싸가지 없어 보이지만, 미안, 일단 한번이라도 만나면 다 좋아하잖아? 나도 알거든?”

“그렇게 봐주니 고맙긴 하다 야.”

“아빠도 위험 인물인 거야.”

“그럼 너도 위험인물이네. 나한테는.”

“웃어줄게. 아이폰 사줘.”

“안 돼.”

“그걸 되게 하는 게 위험인물이야. 난 아님.”

예니가 까르르 웃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기가 막혔다. 예진이가 1분 정도 마주 앉기 위해 수십만원을 돈을 들여 듣지도 않을 CD를 30장씩이나 사게 만든다? 조선시대 같았으면 요사스럽다고 했을까? 아니면 21세기의 세이렌일까?

그런데 그 위험한 인물이, 내 앞에서 웃었다. 비록 한창 아이돌로 뛰던 시절보다 열 살 더 먹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맙소사. 나는 순간,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다.

결국 예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나는 눈 앞에 앉아있는 이 아름다운 여성을 지니로 보고 있었다. 그것도 무슨 세이렌 같은 괴물로.

이러면서 무슨 상담을?

예진이가 다시 웃었다. 이번에는 그 웃음의 결이 좀 달랐다.

“죄송해요. 저도 알아요. 쌤도 지니가 웃으면 위험하다 그러는거 어디서 보고 오셨죠?”

“아니 그런 글까지 찾아 읽어?”

“그럼요. 저희는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살아요. 저 뿐 아니라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그럴걸요? 검색어, 태그 다 뒤져가며 자기랑 관계되는 기사, 영상, 문서, 댓글까지 다 봐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 웃음 나와서. 선생님 앞에서 그러면 안되는데, 너무 오래 버릇이 되어 무심결에 나와 버렸네요.”

“위험한 웃음이 따로 있어?”

“네. 방금 것.”

“웃음도 종류가 있어?”

“무대용, 팬용, 방송용, 인터뷰용 많아요. 배우고 훈련 받고 스스로 개발하고. 원래 내 것처럼 몸에 배게 엄청 연습해서 장착한 것들이죠.”

“방금 그건 어떤 거였는데?”

“팬용이요. 조금 더 예쁘게, 조금 더 상냥하게, 조금 더 편안하게, 그래서 기쁘게 만들어 주는 거죠.”

그러니까 나를 팬으로 취급했다는 건가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일단 잡아 눌렀다. 하지만 중학교때 부터 눈치 100단인 예진이는 바로 내 마음을 읽어버렸다.

“선생님 앞에서 그럼 안되는 건데, 그냥 나와버렸어요. 그냥 예진이가 되고 싶은데. 너무 오래 지니로 살아 그게 쉽지 않네요. 전에 학교에서 뵀을때도 이상했죠?”

“집에 가서 샤오룽바오 찾아봤어. 영상 막 뜨더라. ”

“풋. 선생님. 정말 예리하세요. 저도 그 얼굴 그 말투가 너무 그냥 나와서 놀랐거든요. 아차 했는데 어쩔 수 없었죠. 후다닥 스케쥴 핑계대고 나갔어요. 사실 스케쥴 없었어요.”

뜻밖에도 스케줄 없다는 말이 묘하게 나를 안심시켰다. 그제서야 지니를 매혹에 대한 두려움 없이 바로 볼 수 있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물컵을 만지작거리는 예진이가 보였다.

옅은 살구색 매니큐어가 보일듯 말듯 옅게 칠해진 손톱은 연예인은 커녕 20대 일반인 여성 평균보다도 짧고 단정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장식도 일체 없었다. 반지도, 팔찌도, 심지어 손목시계도 없었다. 다른 장식도 없나 슬쩍 올려 보니 목걸이도 브로치도 심지어 귀걸이도 하지 않았다.

얼굴도 마찬가지. 피부에는 파운데이션 정도, 입술은 립밤 정도만 바른 것 같았고, 마스카라의 흔적도, 아이 섀도우의 흔적도 없었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감안한다면 이 정도는 화장 절대 안하고, 졸업때까지 벌점 1점도 받지 않았던 -이건 거의 그 학교의 전설로 남았다- 중학교 시절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이라 바로 물어보았다.

“너 거의 생얼이다. 중학교때 처럼.”

“네. 색조는 거의 안해요. 트리트먼트는 부지런히 하지만.”

“평소에도 그런다고?”

“연예인이 왜 이렇게 치장을 안했지? 지금 이게 궁금하신거죠? 선생님, 제가요 청순돌 지존이라 불리거든요. 저는 치장을 안 하는 게 치장이랍니다.”

“도통 뭔 소린지. 안 그래도 너 한창 활동 할 때 청순돌, 청순돌 그러는 거, 그게 뭔지 궁금했어. 청순한 아이돌 뭐 그런 뜻인것 같긴 한데.”

“아, 그건 설명하자면 좀 길어요. 안 벗고, 안 꾸며요. 우린 어떤 판타지 속의 존재가 되어야 하거든요. 그냥 안 벗는다, 안 꾸민다, 여기까지만. ”

“내 성격 알잖아? 그냥은 못 끝내지.”

“네. 알죠. 나무위키에서 청순 찾아보세요. 사전적 의미로는 도저히 해석 안되니까.”

안 그래도 나는 이미 나무위키의 청순 항목을 열어 보고 있었다.

선하고 순수하며 깨끗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사용된다.

특정한 조건의 외모가 반드시 갖추어져야 청순하다고 표현한다. 성격이 맑고 순수하지만 외모가 예쁘지 않다면 그냥 성격이 착하다고만 하고... 가녀린 몸매, 매끄럽고 잡티가 없는 맑고 투명한 피부, 노출을 지양하는 다소 느슨하고 긴 의상, 직모에 가까운 스타일의 긴 머리, 부드러운 이목구비, 선하고 순한 인상, 단아한 인상, 자연스러운 화장 또는 화장을 하지 않음

성격에서도 어린 아이 같은 순진함과 함께 어른스럽고 타인을 배려하는 성품....


정말 말도 안되는 기준이었다. 아예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여성이다.

“야, 이게 말이 되냐?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고, 아름다우면서도 유혹하지 않고, 그러면서 착하고, 착하면서도 현명하다. 여성에 대해 선망하는 모든 조건을 다 모아서 의인화 한거잖아? 이건 뭐 거의 여성의 이데아네.”

“그래서 판타지라고 했죠?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아이돌이란 말 자체가 이데아에서 온 거고요. 모든 아이돌은 어떤 종류든 형상을 표현하는거에요. 현실에서 존재할 리 없지만 그래도 존재했으면 싶은 하는 대중의 열망을 읽어서 실재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주는거죠. 그래서 청순돌은 아무나 못해요. 선생님 말씀대로 여성의 이데아 같은 거라.”

“노래와 춤으로 이데아를 연기한다? 아니 흉내낸다? 플라톤이 봤다면.”

“폴리스에서 추방하라고 했겠죠. 저열한 시물라크르라고 하면서.”

“난 그냥 로리콘 비슷한거라고 생각했는데. 크게 착각했네.”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정말 로리콘을 자극하는 용도로 청순 아이템을 사용하는 팀도 있어요. 아니, 거의 다 그래요. 그래서 다 망하죠. 그건 남자들의 욕망만 겨냥했으니까요. 남자의 욕망은 지배하고 싶은 것이고, 여자의 욕망은 되고 싶은 거에요. 그래서 남자는 아이돌을 소비하고 여자는 아이돌을 가슴에 품고 함께 가죠.”

예진이의 눈빛이 그 옛날 중학교 시절처럼 반짝였다. 예진이는 방과후 수업까지 다 마친 다음에도 교실에 남아 그날 배운 것을 다 정리하고 집에 갔다. 학교가 오전에 마치는 시험기간에는 교실에서 시험공부를 했다. 그러면 교실 일대에 일대 장관이 펼쳐졌다. 공부하는 예진이를 구경하러 남학생들이 복도에 한 무더기 몰려왔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에는 그 아이들을 쫓아내는 것이, 그래서 예진이 공부가 방해되지 않게 하는 것이 내 일이었다. 나는 예진이가 왜 학교에서 시험공부 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진이는 집에 자기 공부방이 없었다.

그러다 추억에서 벗어난 나는 문득 예진에게서 지난번에 만났을 때 쓰던 “쌤.” 하는 애교톤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또박또박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었고 목소리도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중학교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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