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이혼한 가정의 딸로 살아간다는 것(2)

<한 남자> 뇌경색에 걸린 아빠와 딸의 이야기

by 정겨움


나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 처음부터 그 친구는 줄기차게 말했다. 결혼을 하면 어디에 살지 부터, 집을 사면 얼마가 필요하니까 알뜰살뜰 모아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비전도 제시했다.


2년 넘게 결혼 타령을 하니 이러다가 결혼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가 멀어졌다.

뭘 잘못했는지 몰라서 한참을 방황했지만, 마음이 변했나보다 하고 결국 그에게 먼저 이별을 고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늘 나를 나쁜 역할을 시키는 놈이었다. 헤어지자는 말도 결국 내 입에서 나오도록 차분히 기다린.. 인내심도 많은 놈)


헤어진 지 3개월이 지난 후

그는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남친) 사실은 결혼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겨움이 부모님 이야기를 여쭈셔서 이혼했다고 말했거든. 그랬더니 어머니가 반대를 심하게 하셨어.


부모님 말씀에 거역한 적이 없는 아들이었던 그에겐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나) 이혼한 가정에 귀한 아들 보내는 어머니 심정이 좋을 리가 있겠어? 나라도 걱정되고 불편했을 거야. 오빠네 어머니가 이상하신 게 아냐. 당연하신 거지.


그를 위로하고 같이 헤쳐나가 보기로 했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만남 속에서 그의 낯빛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이렇게까지 우울해하면서 만남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던 시기.

잘 자라고 문자를 보내고 누웠는데 ‘띵동’하고 문자가 왔다.


'엄마. 그런 거 아니에요. 겨움이네 어머니가 이기적이라 이혼한 게 아니고, 겨움이네 아버지가 때리고 그래서 못 견디시다가 한 거라고요. 아버지가 못돼서 이렇게 된 거지, 어머니가 이기적이라 그런 게 아니에요.'


그가 어머니에게 보낼 문자를 내게 잘못 보냈다.


그 문자를 받았던 시기, 아빠는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목발로 짚고 걷는 힘을 기르기 위해 병실 tv를 볼 때도 침대에 다리를 묶어 서서 봤다.

낱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어버버~’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는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 어머니가 원하시는 그런 행복한 집에서 자란 분 만나. 그게 맞는 거야.

(남친) ...

(나) 우리 엄마 아빠가 비난당하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결혼하고 싶지 않아. 미안해.


그렇게 끝났다.



사랑한다는 것은
둘러싼 세상까지 품는 것이다.

내게 결혼이 쉽지 못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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