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이혼한 가정의 딸로 살아간다는 것(3)

<한 남자> 뇌경색에 걸린 아빠와 딸의 이야기

by 정겨움

-엄마는.. 아빠랑 이혼한 게 네 발목을 잡는 게 아닌가… 생각하면..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엄마가 이런 말을 할 때 난 슬프다.


비이성적인 사람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은

‘왜 견디지 못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 못하는 것도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모두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 세상을 저울질하니까.


못돼 쳐 먹었어도 내 아빠다.

끈기가 부족했다 한 들 내 엄마다.


나는 조용히 아빠를 안는다. 엄마의 손을 잡아본다.

우리도 행복해지려고 최선을 다했다. 아빠는 아빠의 방식대로, 엄마는 엄마의 방식대로, 나는 나의 방식대로,


'이렇게 하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수없이 시도하고 좌절했다.


이혼한 가정에 대한 불안한 시선에 공감한다.

내 가정환경과 똑같은 사람이 있다면 나 역시 결혼을 반대할 것 같다.


가장 좋은 선택은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큰 사람들은 화가 나는 순간에 물건을 집어던질 가능성이 적다. 손을 치켜올릴 상상도 하지 않는다.


보고 큰 게 이래서 무섭다.

삶의 관록이 묻어나는 옛 말은 대충 다 맞다.


근데 가족은 선택할 수 없는 거잖아…


나는 배웠다.

행복한 가정은 ‘만드는 것’ 임을.

혼자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 함께 부단히 노력할 때 가능하다는 걸.


폭력은 어떤 이유로든 안 되는 것임을.

때리거나 욕을 하는 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하고,

나부터 말을 예쁘게 해야 함을.


관계가 끝나는 것은 큰일이 닥쳐서가 아니라

작은 사건들이 모이고 모여 ‘아니다’라는 결론을 짓게 하는 거니까.


이 모든 교훈을

아빠와 엄마의 실패한 관계 속에서 배웠다.



지금, 우리 집은 평범하다.

여동생과 나, 엄마는 명절이면 늘 셋이서 여행을 다닌다.

(아빠는 부러워한다. 같이 데리고 가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여기가 할리우드인 줄 아나.. 울 아빠 역시.. 범상치 않다.)


2주에 한 번씩 아빠 집에 가서 아빠와 데이트를 한다.

(엄마는 미안해한다. 엄마가 할 일을 내가 한다고 생각한다. 난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엄마는 바보다.)


명절 때 용돈을 자주 드리진 못하지만, 어쩌다 드릴 때면 엄마한테, 아빠한테 따로 드려야 한다. 이게 세상 제일 불편하다. 어버이날도 양쪽 다 챙겨야 하니까, 이럴 때는 ‘이래서 이혼하면 안 돼’ 볼멘소리가 나온다.


행복에 총량이 있다면

나는 대부분의 행복을 30대 이후에 느끼도록 세팅되어 있었나 보다.


지금이, 참 좋다.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라고 엉망진창인 사람들로 이루어진 우리 가족이 맘에 든다.


내 아빠라서, 내 엄마라서, 내 동생이라서 참 감사한 삶이다.





가족을 선택할 수 없어서
괴로웠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신중하게
행복해지는 길을 택했다.

그래서 더 사랑스런 가족이다.
keyword